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 지분 1.63%를 소유한 유미개발은 고려아연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을 주주제안으로 제출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여 임시주총 안건으로 상정했다.
현재 고려아연 정관은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할 시 집중투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는데, 유미개발은 집중투표제 배제 정관 규정을 지우고 곧바로 해당 제도를 통해 이사를 선임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유미개발이 최 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가족회사라는 점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유미개발은 부동산 임대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소유와 경영 모두 최씨 일가의 소관이다. 현행 상법과 그 시행령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의 의결권 지분 1%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집중투표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즉 집중투표를 통한 이사 선임 청구권은 지배주주가 아닌 소수주주의 권한인 셈이다. 고려아연 2대주주인 최 회장 측은 가족이 지배하는 별개 법인을 통해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고려아연을 대상으로 이 같은 권한을 행사했다.
고려아연 측은 "집중투표제는 이사회가 제안할 수 없고 소수주주가 제안해야 하는 게 맞는다"면서 "유미개발도 고려아연의 소수주주이기 때문에 주주제안은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전날 고려아연이 공시한 주주총회소집공고에서 유미개발과 고려아연이 집중투표제 시행을 전제로 안건을 사전에 모의한 정황도 확인됐다.
유미개발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만 주주제안으로 내고 별도의 후보를 제안하지 않았다. 고려아연 측 사외이사 후보 7명 전원은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했다.
상장사 가운데 집중투표제를 채택한 기업은 극소수라, 소수주주의 집중투표 청구 사례 자체가 드물지만 소수주주가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을 청구할 때는 통상 후보도 함께 제안한다.
일각에선 최 회장 측이 현 사외이사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 유미개발을 끌어들인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려아연 사외이사들은 자사주 공개매수와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찬성하며 영풍으로부터 7천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당했다.
영풍·MBK파트너스가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측되는 집중투표제 정관 변경 안건을 이사회가 통과시키면 또 다른 법적 부담을 안게 돼 이를 고려한 최 회장 측이 유미개발의 주주제안 형식을 취한 것이라는 풀이다.
한편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는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 안건이 가결될 것을 전제로 집중투표를 청구하는 것이 적법한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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