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CJ제일제당·대상·오리온·농심 10% 이상 보유'K-푸드 대장' 삼양식품 4.31% 매도···차익 실현 가능성투자 소외된 내수 강자 기업···오뚜기·동원F&B 변동 無
라면珠 팔고 종합식품기업 담은 국민연금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CJ제일제당과 대상, 오리온 지분을 늘리고, 농심과 삼양식품 주식을 팔았다. 작년 말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식품기업은 CJ제일제당, 대상, 오리온, 농심 등 4개 기업이다.
CJ제일제당과 대상은 국내 주요 종합식품기업으로, 특히 국내 포장김치 시장의 약 80%를 차지한다. 작년 김치 수출액이 사상 최대, 특히 미국향 수출이 2019년 이후 연평균 28.2% 증가하면서 해외 매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양 사는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한 현지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대상은 2022년 미국 LA에 김치공장을 완공하고, 지난해 미국 아시안 식품업체 '럭키푸즈'를 인수해 김치 생산시설을 증설했다. 또 폴란드 현지 업체와 합작법인을 세우고 올해 하반기 김치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미국 냉동식품 기업 '슈완스'를 인수하고 미국에서 20개의 생산기지를 운영 중이다. 간편식 브랜드 '비비고'의 글로벌 영토 확장 차원에서 유럽 헝가리와 미국에 신공장을 짓고, 만두를 포함한 해외 간편식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오리온의 경우 지난해 초 리가켐바이오 인수를 발표하자 하루 만에 주가가 17.51% 급락한 바 있다. 오리온은 해외 매출 65%의 K-푸드 대장주지만, 낮아진 매출 성장률, 본업과 무관한 투자 행보로 작년 상반기 하락 흐름을 이어왔다. 이 기간 국민연금은 오리온 지분을 사들였다.
'K-푸드 대장주' 오리온·삼양식품, 지분 거래 '활발'
작년 한 해 동안 국민연금의 지분 증감 변동폭이 큰 식품기업은 오리온과 삼양식품이다. 오리온은 8.04%에서 10.53%로 2.49% 늘렸고, 삼양식품은 12.72%에서 8.41%로 4.31% 줄였다.
오리온의 경우 바이오 신사업과 해외 사업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한 모양새다. 오너 3세 담서원 전무가 리가켐바이오 사내이사로 참여해 경영 보폭을 키우는 가운데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로 사세를 확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 오리온은 작년 베트남·러시아·중국 등 해외법인에 총 1600억원 규모의 투자로 신규 공장을 건립하고 생산라인을 증축했다.
반면 삼양식품은 해외 매출이 80%에 달하는 압도적인 K-푸드 기업임에도 지분이 감소했다. 지난해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장중 한때 주가가 80만원까지 올랐다. 증권가에선 목표주가를 100만원으로 제시해 식품 황제주에 오를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삼양식품 지분을 판 건 차익 실현을 위함으로 보인다. 삼양식품의 작년 주가가 10만원 후반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승률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주식 수를 줄이더라도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금액 자체가 과거와 비슷하거나 더 클 가능성도 있다.
삼양식품의 K-푸드 영향력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양식품은 작년 말 해외 첫 생산기지로 중국을 낙점하고 생산법인과 공장 설립에 2014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중국공장이 완공되면 밀양 수출 공장에선 미국·유럽 등 서구권 시장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내수 강자 오뚜기·동원F&B엔 '찬바람'
국민연금의 주식 거래가 없었던 식품기업으로는 오뚜기와 동원F&B가 꼽혔다. 국민연금은 작년 오뚜기 6.01%, 동원F&B 5.04%의 지분 그대로를 보유하며 2023년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오뚜기와 동원F&B는 국내 주요 식품기업 가운데 K-푸드 열풍에서 다소 소외된 기업이다.
내수 강자로 불리는 오뚜기는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미만이다. 내수가 부진하자 해외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린 농심·삼양식품과 달리 오뚜기는 수익성 하락의 쓴맛을 봤다. 오뚜기의 작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983억원으로 전년보다 6.8% 감소했다.
오뚜기는 미국 생산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한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오뚜기는 베트남 생산공장에 갖춘 라면 설비를 토대로 인니 라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기관 무이(MUI) 인증을 획득하고 할랄 인구를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동원F&B는 내수 중심 사업을 토대로 2022년 매출 4조 클럽에 입성했지만, 해외 매출 비중은 3%에 못 미친다.
동원그룹은 오는 2026년까지 해외 매출 20%를 목표로 제시하고, 미국 등 해외 식품기업의 인수합병(M&A)을 검토 중이다. 자회사인 미국 참치업체 스타키스트와의 유통망을 통해 수출 확대 방안 등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수출이 가장 잘 되는 품목은 '양반김'이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zero10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