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장은 21일 오후 페어몬트 앰베서더 서울에서 외국계 금융회사 CEO와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도이치, BNP파리바, HSBC, AIA생명, AXA손보, 노무라, 제이피모간, UBS증권, 맥쿼리자산운용, 베어링자산운용 등 외국계 금융회사 10곳의 CEO들이 참석했다.
이번 자리는 올해 주요 글로벌 금융이슈 및 최근 국내 금융상황에 대한 외국계 금융회사의 시각을 청취하고 한국 금융시스템의 안정성과 감독당국의 대응현황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원장은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 출범 첫날 백악관은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 방침을 천명했고 향후 에너지 및 기후 정책의 급격한 전환, 관세 강화 등 보호무역정책 등이 예상된다"며 "앞으로 이들 조치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보다 면밀히 분석해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숙제가 우리 모두에게 주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기에 더해 한국은 일련의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더욱 큰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로서는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한 시각을 가질 수 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원장은 우리 경제를 둘러싼 우려에 선을 그었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나타내는 주요 경제 지표는 여전히 양호하고 각종 국내외 불안요인이 금융회사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경상수지는 93억달러로 7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지난해 수출은 역대 최고치인 6838억달러를 기록했고 11월 말 기준 외환보유고는 4154억달러로 세계 9위다.
이 원장은 "한국 금융당국은 그동안 크고 작은 리스크요인에 원팀으로 대응하며 시장변동성을 관리해 온 경험을 축적하고 있고, 최근의 대내외 불확실성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여러분들께서는 한국 금융시장의 복원력과 정책당국의 역량을 믿고 영업활동에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먼셔 "금감원은 우리 금융시스템이 외생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본연의 기능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감독기관으로서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고자 한다"며 "금융안정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건전성 감독제도를 고도화하고 감독기준의 국제적 정합성 제고 노력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참석자들은 올해 글로벌 금융이슈에 관한 각 사의 견해 및 향후 한국 금융시장 전망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감독정책 방향에 관한 제언도 제시했다.
주요 글로벌 금융이슈로는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변화의 영향, 글로벌 금리인하 속도,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 등이 논의됐다.
대표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및 이민정책 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고 이는 금융시장과 통화정책에도 영향이 예상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미국 주요 경제지표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연준의 금리인하는 종전 예상 대비 속도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또한 증권업계에서는 탈세계화 가속, 무역‧공급망 재편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캐나다‧그린란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등을 감안 시 향후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가 제기될 가능성도 언급됐다.
참석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 무역정책 및 에너지 정책 관련 행정명령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한 CEO는 미국 중심 무역정책이 수출여건 악화로 무역이 국가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 정책은 미국 내 투자확대 및 내수 소비심리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참석자들은 우리 금융시장에 대해 "충분한 외환보유액 및 활발한 경제상황 등을 고려할 때 안정성을 신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시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이 없으며, 과거 탄핵 사태가 원활하게 마무리된 전례가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참석자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을 여전히 중요한 금융시장으로 인식하고 포지션의 중대한 변화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다만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에 따른 한미 금리차 확대 등으로 원화 약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참석자들은 밸류업, 공매도 재개 등 주요 자본시장 현안에 관해 금융당국이 일관된 정책방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업권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 노력에 관해서도 금융당국이 더욱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이 원장은 글로벌 금융이슈 및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시각을 공유해 준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어 글로벌 금융회사와 투자자들이 한국 금융시장에서 기회를 찾고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으로도 시장상황 급변에 대비한 금융시장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고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주요 금융현안에 관해 외국계 금융회사들과 긴밀히 소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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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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