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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보령 '3세 김정균 시대' 개막···우주냐 제약이냐 '정체성' 찾기 과제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ESG나우

보령 '3세 김정균 시대' 개막···우주냐 제약이냐 '정체성' 찾기 과제

등록 2025.03.10 07:17

수정 2025.03.10 07:37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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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수장 장두현 대표 사임, 오너 단독 체제 전환'우주 사업' 힘줄 듯···향후 사업 방향 주목 "제약 중심 구조 변화 없다, 인류에 필요한 사업"

보령(구 보령제약) 오너3세 김정균 대표 중심의 경영 체제가 본격화함에 따라 향후 회사의 사업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대표가 제약업계에선 이례적으로 우주 사업 진출을 천명한 상황에서 기존사업을 주도하던 장두현 전 대표가 빠졌기 때문에 제약 부문의 비중이 축소될 경우 회사의 정체성마저 흔들릴 수 있다. 이제 막 매출 1조 클럽에 진입한 보령이 오너의 책임경영 속에서 성장세를 계속할지 주목된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령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김정균·장두현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김정균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했다. 오는 3월 임기만료를 앞둔 장 대표가 개인 사유로 자진 사임했고, 책임경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어 오너 단독 체제로 전환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김 대표는 창업주인 김승호 명예회장의 손자다. 2014년 보령에 입사해 전략기획팀, 생산관리팀, 인사팀장, 경영기획실장 등을 지낸 후 2022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이때 65년간 유지했던 '보령제약' 사명에서 제약을 뗐다. 여기엔 내수 위주의 제약산업에 국한하지 않겠다는 김 대표의 의지가 담겼다.

김 대표가 제시한 새로운 보령은 '인류 건강에 꼭 필요한 기업'이 되는 것이다. 다음 세대의 발전에 기여해야겠다는 신념은 우주를 바라보게 만들었고, 그 일환으로 추진한 미래 먹거리 사업이 '우주 헬스케어'다. 보령이 우주 사업인 'HIS'(Humans In Space, 기존 Care In Space)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투입한 비용은 900억원에 달한다. 회사는 민간기업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인튜이티브머신스에도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HIS 사업 핵심은 '인류의 우주장기체류를 가능하게 할 전 세계의 파트너들이 모이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우주 사업 진출 당시 김 대표는 "보령은 미지의 환경인 우주에서 인체가 겪을 문제들에 주목했고, 우주에서 인류의 생존에 필요한 기술들과 이 기술들의 연구 및 개발에 필요한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달에서 장기체류하게 됐는데, 속이 쓰릴 때 겔포스를 먹으면 속쓰림이 나아질까요', 이 질문에 답변하는 사업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너·전문경영인,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던 보령이 오너 단독 체제로 전환하는 배경엔 김 대표의 이념 실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책임경영을 통해 신사업인 우주 사업 진출에 힘을 실을 거란 전망이다.

실제 회사는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1750억원을 확보했고, 이 중 500억원을 타법인증권 취득 자금에 배정했다. 업계에선 우주 사업 자금으로 쓰일 거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해당 유증은 김 대표의 개인회사 보령파트너스가 단독 참여해 지배력 강화에도 속도를 냈다. 보령파트너스는 지분 20.85%를 확보해 보령 2대 주주에 올라섰다. 최대주주인 보령홀딩스와 김 대표의 보유 지분은 각각 29.01%, 0.93%로 낮아졌지만, 김 대표가 보령홀딩스 지분을 22.6% 갖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김 대표 중심의 지배구조가 구축됐다.

다만 보령이 제약산업에 기반해 성장해온 만큼, 우주 사업에 집중할 경우 향후 사업 방향과 기업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제약 사업을 담당하던 장 전 대표가 빠진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지난해 보령의 매출액은 1조171억원으로 창립 이래 첫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전년과 비교해선 18.3%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05억원으로 3.2% 늘었다.

매출은 단연 전문의약품(ETC) 사업 비중이 컸다. 주력 제품인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패밀리' 사업은 1510억원으로 전년(1552억원)보다 소폭 줄었지만 HK이노엔과 코프로모션 계약을 맺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이 실적을 견인했다. 케이캡 매출이 포함된 스페셜티 케어 사업 매출은 304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77.0% 증가했다.

항암 부문은 특허만료 오리지널 의약품을 인수하는 LBA(Legacy Brands Acquisition) 전략 효과를 톡톡히 봤다. LBA의 품목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온베브지', 항암제 '젬자', '알림타' 등이 있다. 온베브지 매출은 452억원으로 전년 대비 13.8% 성장했고, 젬자는 2.4% 성장한 194억원을 기록했다.

알림타는 322억원으로 전년 226억원 대비 42% 성장했다. 알림타의 경우 자사 생산으로 전환하고 있어 수익성 개선도 꾀할 수 있다.

회사는 신사업 추진에 힘이 실릴 뿐, 기존 제약 부문 중심의 사업 구조에 변화는 없을 거란 입장이다. 당초 김 대표가 제시한 사업 방향은 '우주' 사업이 아니라, '인류 건강에 꼭 필요한 기업'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약사업은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에 필요한 부문이고, 이에 대비해 포트폴리오 구축도 해나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 일환으로 회사는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시작하며 LBA 사업 확장에 나섰다. 보령은 지난해 말 대만 제약사 로터스(Lotus Pharmaceutical Co., Ltd.)와 최소 5년 동안 유지되는 세포독성 항암제의 CDMO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생산은 세포독성 항암 주사제 EU-GMP 인증을 획득한 보령 예산공장 내 항암주사제동에서 진행된다.

회사는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을 꾀하기 위해 경구제 EU-GMP 인증도 취득한다는 방침이다.

신약개발도 추진 중이다. 회사가 개발 중인 혈액암 치료제 'BR2002'는 정부과제로 선정돼 유럽에서 비임상 독성시험 및 안전성약리시험을 완료했다. 현재 국내와 미국에서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직접 쓴 CEO 레터를 통해 "창립 이후 60년이 넘는 기간 보령은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의약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며 성장해왔다"며 "같은 정신을 기반으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제약 시장 내 꼭 필요한 기업으로서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측은 "김 대표 단독 체제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보령의 성장전략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책임경영이 필요한 시기임을 고려한 결정"이며 "인류 건강에 꼭 필요한 회사가 되기 위해 전략적 필수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익 창출 역량과 글로벌 신성장 동력을 가속화 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전통제약사는 바이오의약품이나 신약개발을 통해 체질개선을 꾀하고 있지만 김 대표는 보다 넓은 관점에서 체질개선을 추진하는 모습"이라면서도 "보령이 제약사로 출발했고, 제약 사업을 오래 했기 때문에 인식 전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류에 필요한 기업'이라는 새 정체성을 확립하고 시장의 동의를 구하는 것은 김 대표의 첫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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