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불확실성에 바이오 투심 '꽁꽁'리가켐 등 하반기 임상·학회 모멘텀 전면 내세워셀트리온 등 '주주환원' 천명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이 최근 불거진 주가 하락세에 대응해 잇따라 주주 서한을 띄웠다. 거시 경제(매크로) 악재로 바이오 투자심리가 얼어붙자, 경영진이 직접 나서 주주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코스피 버티는데 바이오만 '우수수'··· 고금리 장기화에 투심 악화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단순한 '주가 방어성' 호소를 넘어 하반기 집중된 임상 데이터 공개와 글로벌 학회 발표, 파이프라인 진척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며 시장의 의구심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근래 들어 국내 제약·바이오 섹터는 거시 경제 직격탄을 맞으며 시장 평균을 크게 밑도는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연초 한때 5600선을 돌파했던 'KRX 헬스케어' 지수는 이날 4100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연초 4300선에서 출발해 이날 7100 중후반대를 지키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코스피 지수가 수출 대형주 위주 수급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하방 경직성을 확보한 반면, 주요 제약·바이오 종목을 담고 있는 'KRX 헬스케어 지수'를 비롯한 대표 지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맞물리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미래 수익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지는 고금리 기조 속에서, 당장의 실적보다는 R&D 기대감이 주가에 크게 작용하는 성장주 특성상 바이오 섹터에 유독 가혹한 매도세가 집중된 셈이다.
"주가 하락 외부 변수일 뿐···핵심 파이프라인 순항 중"
각 사가 발표한 주주 서한의 공통된 첫 번째 메시지는 작금의 주가 하락이 내부 악재가 아닌 외부 수급 요인에 있다는 점이다.
ADC(항체약물접합체) 선도기업 리가켐바이오는 주주 서한을 통해 "이번 주가 하락은 당사의 펀더멘털 변화에 기인한 것이 아닌, 매크로 불확실성 및 업종 전반의 시장 변동성에 따른 수급 영향"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포순제약에 기술이전한 LCB14(HER2 ADC)의 임상 3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하반기 최종 결과를 앞두고 있으며, LCB71(ROR1 ADC) 역시 긍정적인 중간결과를 바탕으로 하반기 학회 발표를 예고하는 등 개발이 순항 중임을 강조했다.
RNA 플랫폼 기업 알지노믹스 역시 악재설을 강하게 일축했다. 알지노믹스는 서한에서 "최근 주가 하락과 연계된 별도의 내부 악재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간암 치료제 'RZ-001'의 미국 FDA RMAT(첨단재생의학치료제) 지정 획득과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다수 파트너십 미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등 펀더멘털은 어느 때보다 견고하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RNA 플랫폼 기업 올릭스 역시 "금번 주가 흐름은 바이오 섹터 전반의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수급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시장의 우려를 일축했다.
회사는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십 확대를 위해 이동기 대표가 직접 글로벌 RNA 치료제 콘퍼런스인 'TIDES USA 2026'과 'NATi RNA 심포지엄'에 연사로 나서는 등 글로벌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OLX501A'에 대해 복수의 글로벌 기업과 기술이전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굵직한 글로벌 이벤트 대기··· "성과로 증명할 것"
장기적인 호흡이 필수적인 바이오 산업 특성을 강조하며 본연의 기술력 입증에 매진하겠다는 다짐도 이어졌다. 당장 5월과 6월 굵직한 글로벌 이벤트를 앞둔 기업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차세대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제 개발사 큐로셀은 "최근 주가 흐름이 주주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국내 최초 CAR-T 치료제의 품목허가 승인 및 상업화 진입이라는 명확한 비전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고 있다"고 주주를 다독였다. 건강보험 급여 등재 준비와 함께 차기 파이프라인인 고형암 CAR-T 3종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표적단백질분해(TPD) 신약 개발사 오름테라퓨틱스는 구체적인 임상 일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오름은 "신규 후보물질 ORM-1153의 우수한 효능 및 NHP 독성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안에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을 완료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하반기 ORM-1023의 개발 후보물질 지정 등 차세대 페이로드 연구가 순항 중임을 알렸다.
이외에 지아이이노베이션은 5월 말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구두 발표와 6월 말 일론 머스크가 후원하는 대규모 항노화 경연 대회인 '엑스프라이즈 헬스스팬(XPRIZE Healthspan)' 결승 결과를 앞두고 있다.
사측은 "현재 회사의 주요 개발 일정과 핵심 모멘텀은 계획했던 대로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단기적인 시장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성과 창출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장기지속형 주사제 전문기업 지투지바이오는 투심 위축 속에서도 기업의 본질에 주목해 달라고 호소했다.
지투지바이오는 서한에서 "바이오 산업은 단기적인 시장 흐름보다 기술 경쟁력과 사업의 실행력 그리고 지속적인 성과 축적이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산업"이라며 흔들림 없이 본연의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형사·중견사, '거버넌스 개선' 약속
한편 파이프라인 진행 상황 공개를 넘어 지배구조 개선과 강력한 주주친화 정책을 꺼내든 기업도 눈길을 끈다. 주주 서한 등을 통해 회사와 이사회의 책임 경영을 명문화하는 움직임이다.
대형 바이오주인 셀트리온은 현재 주가가 사업 성과 대비 심각하게 저평가되어 있다는 점을 짚었다.
경영진은 1분기 역대 최대 매출 달성을 언급하며 "셀트리온의 기업 가치 또한 회사가 달성한 유의미한 사업적 성과나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저평가 구간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회사와 대주주가 함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강력한 주가 부양 의지를 천명했다.
오스코텍은 한발 더 나아가 이사회 차원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오스코텍은 '이사회 운영 원칙 및 책임 선언'을 통해 "이사는 특정 주주의 대리인이 아니라 회사 전체의 수탁자"라고 못 박으며, 글로벌 바이오텍에 걸맞은 독립적이고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약속했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헬스케어 관련 기업 투자에서 장기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신민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의료기기 업체와 관련해 "건전하게 이익을 꾸준히 내는 모습은 여러 의료기기 업체가 보여주고 있다"면서 "단기 데이터보다는 장기적인 회사의 실적과 비전을 보고 투자 시점을 길게 바라보는 것이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바이오 기업 흐름을 보면 실제로 실적에도 문제가 없고 별 다른 악재도 없는 상태"라면서 "시간이 지나며 차츰 원래 자리로 돌아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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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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