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연구개발 전담조직 하나금융융합기술원 이해 원장 인터뷰 "8년간 연구결과 누적···자체 역량을 확보해 AI 기술 내재화""단순 업무는 AI 몫···사람이 제공하는 고부가가치서비스 확대"
인공지능(AI) 상담원이 24시간 업무 처리를 해주고 예·적금부터 대출상담, 자산관리까지 해주는 세상이 도래했다. 금융당국의 망분리 개선 로드맵에 따라 금융사의 생성형 AI 도입이 허용되며 AI 기반 금융 시대로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AI는 회사의 미래 먹거리인 동시에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필수 요소가 됐다. 은행권은 가장 활발하게 AI 서비스를 도입 중이며 증권·보험업권에서도 AI 활용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뉴스웨이는 주요 금융사의 AI 전문가들을 통해 각사의 주요 서비스와 이들이 그리는 미래에 대해 분석한다.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을 이끄는 이해 원장은 "기술원의 업무는 대부분 인공지능 알고리즘 모듈이기 때문에 뒤에 숨어있어 잘 드러나지 않는다"며 "AI 자산관리 혹은 연금투자 솔루션 외에는 고객의 눈에 드러나진 않지만 다양한 금융서비스에 AI가 숨어 있다"고 말했다.
8년간 10명에서 70명으로···문서인식 해주고 신용평가까지
2018년 1월 하나금융티아이(TI) 사내 독립기업(CIC)으로 신설된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은 ▲데이터 사이언스(Data Science) ▲AI 퀀트 ▲블록체인 ▲AI 플랫폼 ▲자연어 처리 기술 ▲가상인간 등의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이 원장은 "금융의 디지털 혁신을 이루기 위해 만들어진 연구소로 처음엔 작은 규모로 시작했으나 8년간 성장하며 현재 기틀이 마련된 상황"이라며 "초반에 10명 정도로 시작해 현재는 70명 규모로 늘어났으며 지금도 계속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AI 데이터 연구로 시작해 고객 중심의 금융 경험 제공을 위해 고객체험(UX)·고객인터페이스(UI) 설계 부문을 추가했고 이후 플랫폼 부문이 생겨나고 대규모언어모델(LLM), 토근증권(STO) 등으로 연구범위가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하나금융은 AI 연구 초창기 시절 타 금융지주와 주요 은행에서 AI 조직이 축소될 때에도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이 원장은 "2018년 우후죽순 생기던 AI 조직들이 없어졌다가 최근 다시 생겨나고 있다"며 "결국 전략적으로 AI 연구를 유지했던 하나금융의 선택이 옳았다.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의 경우 8년간 연구결과가 누적된 만큼 계속 힘이 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의 강점은 외주 업체를 쓰지 않고 자체 역량을 확보해 AI 기술을 내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용이하다. AI-OCR(광학문자인식) 솔루션 '리딧(READIT) v3.0'은 기술 내재화의 좋은 예로 꼽힌다. 이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다양한 문서, 이미지에서 문자정보를 추출하는 AI 기술이다.
이 원장은 "하나은행이 앞서 외주업체를 동원해 수출입문서 핵심내용을 자동 추출하는 작업을 진행했으나 즉각적인 대응이 되지 않았다"며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은 자체 기술로 높은 금융 업무 이해도를 갖고 지속적인 재학습을 통해 현업에서 쓸 수 있는 알고리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환 수출입 문서 등은 업무의 복잡도가 높아 지속적으로 내재화해 대응하는 것이 좋고 업무 복잡도가 높지 않은 부분은 외부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용평가와 시장예측 부문에도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의 AI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이 원장은 신용평가 모형에 대해 하나금융이 '압도적으로 잘하고 있는 분야'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원장은 "신용평가사의 데이터를 활용하긴 하지만 소득 입증이 어려운 고객은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가 있다"면서 "우리가 개발한 AI 모형 대출상품은 손님 거래 패턴을 분석해 소득 입증이 어려운 분에게도 적정 한도 부여가 가능하다. 은행, 카드, 캐피탈, 저축은행 등 관계사 신용평가 시스템에 AI 모형 적용을 완료한 상태"라고 언급했다.
이 외에도 하나금융은 다양한 정책자금 상품에서 개인사업자 손님에게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는 AI 모형 모델도 개발해 하나은행의 'AI 기반 정책자금 맞춤조회' 상품에 활용 중이다.
줄어드는 은행 지점···AI 도입 '선택 아닌 필수'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은 그룹 여러 계열사에 다양한 AI 모델을 공급 중이나 일부 은행에서 선보인 AI 지점, 생성형 AI가 접목된 상담 서비스 등의 도입에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 원장은 "내부적으로 거대언어모델(LLM) 서비스를 하고 있긴 하지만 고객에게 접목시키는 것은 조금 더 신중히 타이밍을 보고 있다"며 "단순 질의응답에 생성형 AI 접목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고 말했다.
단 은행의 지점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만큼 AI의 도입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지점의 수가 줄어들고 있고 은행원은 순환 근무다 보니 알아야 하는 업무 범위가 넓어 고객은 어떤 직원을 만나는지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며 "VIP 고객의 경우 제대로 된 PB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나 일반 고객의 경우 지점에 방문해도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경우 AI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AI가 접목되면 평균 대비 높은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면서 "현재 고객들이 AI에 느끼는 약간의 어색함 등 괴리감을 좁힐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단 이 원장은 AI가 어디까지 사람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지를 묻는 질문에는 "AI는 사람이 하는 소모적인 업무를 도와주는 도구인 동시에 사람이 판단을 내릴 때 도움을 주는 도구로 쓰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은행의 업무를 예로 들면 단순 반복 업무 때문에 고객과 소통하며 제공해야 하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에 투자하는 시간이 줄어든다"며 "누구나 할 수 있는 업무는 AI로 대체하고 여기서 절약된 시간들로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은 올해 생성형 AI 부문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다. 이 원장은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은 연구는 최종적으로 현장에서 쓰여야 하는 기술인만큼 각 기술의 로드맵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면서 "여러가지 기술 분야가 있으나 올해는 화두가 되고 있는 생성형 AI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다. 특히 나름대로 자체 모델을 갖고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을 꼭 찾아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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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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