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분쟁 새 국면···임시주총 가처분 판결로 재원점'집중투표제'만 효력 유지···이달 말 주총 표결 변수될까법의 사각지대서 수싸움 계속돼···또 다른 법적공방 예고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이를 지키려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이달 말 정기주총에서 또 한 번 맞붙는다.
법원이 지난 7일 영풍·MBK 연합이 신청한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을 대부분 인용한 결과다.
지난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선메탈코퍼레이션(SMC)→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했다. 그러자 영풍은 즉각 임시주총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법원은 "해외 손자회사를 활용한 순환출자 고리로 상호주 의결권을 제한한 것은 위법"이라며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외한 다른 모든 결의 사안의 효력을 정지했다. 의결권을 회복한 영풍·MBK 연합은 다시 한번 '이사회 장악'을 위한 공세에 나섰다.
수싸움 '점입가경'···명분 사라진 법적 공방
이번 법원의 판결로 최윤범 회장이 승기를 잡았던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오히려 지분 우위의 영풍·MBK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며 판세를 뒤집은 모양새다.
지난 1월 임시주총 이후 양측의 수싸움은 점입가경이다. 경영권을 눈앞에 두고 '묘수와 꼼수사이' 온갖 상법과 공정거래법상 조항을 활용한 분쟁의 씨앗을 키우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을 내세운 경영권 분쟁의 명분은 사라진 채 법의 사각지대 속에서 서로 막고 찌르는 비방·공방전만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먼저 최 회장이 영풍·MBK는 해외 손자회사를 활용해 '상호주 의결권 제한' 선공을 날리자 영풍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전량을 신설 유한회사에 현물출자하며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냈다. 향후 혹시 모를 의결권 봉쇄 카드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움직임이다.
영풍·MBK는 "불법적인 상호주 구조 형성을 위해 강제된 SMC의 영풍 주식매매거래는 즉각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고려아연은 "핵심 자산인 고려아연 주식 전부를 주총 의결도 없이 현물출자한 행위는 명백한 위법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영풍 이사회와 경영진은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또다시 소송전을 예고한 상태다.
'새국면' 고려아연 사태 장기화···영풍·MBK 일단 '우세'
법원의 판결 이후 새국면을 맞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겼다'는 영풍·MBK와 '지킨다'는 고려아연은 당장 이달 말 정기주총에서 이사회 장악을 두고 또 한 번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지난해 말 기준 최윤범 회장 측 11명, 영풍 측 1명이었다가 1월 임시 주총으로 최 회장 측 17명, 영풍 측 1명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7명의 신규 이사의 직무가 정지됐고, 5명은 임기가 만료된 상태다. 결과적으로 최 회장 측 5면, 영풍 측 1명인 상황이다.
표면적으로는 MBK·영풍이 의결권 효력이 있는 지분 '40.97%'가 살아나면서 표 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됐다. 우호지분을 합한 최윤범 회장 측 지분 '34.65%'보다 6.62%포인트가량 더 많다.
변수는 효력이 유지된 '집중투표제'다. 소수주주에 유리한 집중투표제가 살아남은 만큼 최윤범 회장은 이번 정기주총까지는 가까스로 MBK·영풍보다 많은 이사진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집중투표제가 있어도 의결권 자체는 MBK영풍 연합이 더 많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땐 지분 우위의 영풍·MBK 연합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들 연합 역시 승리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이르면 이번 주총에서 최 회장에게 유리한 3%룰이 적용되는 감사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이사를 1~3명 더 선출해 이사회 11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영풍·MBK연합이 정기주총 전후로 임시주총을 밀어붙일 경우 더 빠르게 이사회를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영풍·MBK는 "3월 말 정기주총에서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대세에는 별 지장이 없을 것"이라며 "한 두 번 정도의 임시주총을 통해 이사회를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자 고려아연은 "MBK·영풍의 경영권 장악 시도가 회사의 핵심 기술 유출과 자산 매각을 통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이를 저지할 수 있는 충분한 힘과 지혜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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