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한화에너지, 호주 BESS 공급 계약···신재생에너지 동맹경영권 분쟁 속 지분으로 확인한 김동관·최윤범 '오너 3세' 동맹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호주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 사업 전문 자회사인 아크에너지(Ark Energy)가 한화에너지와 '리치몬드 밸리 배터리 에너지 저장시스템(Richmond Valley BESS)'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리치몬드밸리 에너지저장장치 사업은 고려아연의 미래 성장전략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핵심인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한화와 호주에서 상업화를 하는 첫 사례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해 11월 리치몬드밸리 에너지저장장치 사업과 관련해 배터리를 포함한 시스템 인티그레이션 패키지 공급업체로 한화를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호주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3년 전부터 본격화된 한화와 고려아연의 에너지 동맹이 장기화된 경영권 분쟁 사태 속에서도 공고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영풍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을 당시에도 최윤범 회장은 김동관 부회장과 직접 만나 수소·신재생에너지 등 공동 사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미국 호주에서의 수소 사업 협력이라는 목적뿐 아니라 안정적인 경영권과 승계라는 공통의 과제 해결을 위해 서로의 '백기사'로 나서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김 부회장은 백기사를 자처하며 최 회장과의 의리를 보여주는 동시에 승계라는 실리까지 모두 챙기는 모습이다.
한화 3형제 승계 핵심인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11월 고려아연으로부터 ㈜한화 지분 7.25%를 주당 2만7950원에 인수했다. 앞서 같은 해 7월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 공개매수에 나섰던 주당 3만원 가격보다도 낮은 가격이다. 이후 한화 주가 상승세에 따라 한화에너지는 단순 평가 차익만 800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얻기도 했다.
그러자 영풍·MBK는 지분 매각을 빌미로 경영권 분쟁에 한화를 끌어들이는 모양새다. "매입 원가 이하로 한화 지분을 매각한 것은 배임"이라며 이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를 대상으로 주주대표소송을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
MBK는 "마땅히 프리미엄을 받아야 할 주식을 헐값에 넘겨 고려아연과 주주들에게 큰 재산적 손해를 끼쳤다"며 "최윤범 회장은 이 같은 손해를 인지하고도 경영권 박탈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화 계열사의 지지를 얻으려 배임행위를 저질렀다"며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화는 승계를 위해 중요한 주식을 기대보다 훨씬 헐값에 확보한 것"이라며 김동관 부회장의 승계 문제를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만약 MBK 측이 제기한 배임혐의가 입증이 되면 한화도 상황이 난처해지긴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MBK가 이달 정기주총을 앞두고 한화 주식 처분을 다시 소환한 이유가 표대결에 앞서 양사의 결집력을 약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화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초기부터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다른 대기업보다 뚜렷한 움직임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한화는 고려아연으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으면서도 여전히 고려아연 지분 8.02%를 보유하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에 확실한 우군 확인을 이룬 양사는 이번 에너지 동맹까지 공고히 하면서 친환경에너지 분야 사업 등에서 협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양사 간 공급 본계약 체결이 이뤄진 만큼 향후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사업 분야에서 협력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공급 계약과 협력은 고려아연과 한화그룹이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사업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글로벌 에너지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협력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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