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원 적자에도 자본비율 안정적···"경영안정성 이상無"PF 부실 여파로 연체율 9% 육박···뱅크런 우려엔 선 그어"저축은행 인수 의향자 많다···M&A 시장 완전 개방해야"
오 회장은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저축은행중앙회 지하 강당에서 2024년 저축은행 결산 설명회를 열고 "지난해 상반기 적자기조가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보이지만 4분기에 추가로 쌓은 400억원 가량의 충당금이 수익성에 부담을 줬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설명회에는 이 회장과 더불어 최병주 경영전략본부 수석상무, 조정연 상무, 이경연 본부장, 전희준 본부장 등 저축은행중앙회 주요 임원들이 참석했다.
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당기순손실액은 397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5758억원) 적자 대비 1784억원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저축은행은 수신금리 하향 안정화에 따른 이자비용 축소와 대손충당금 전입액 감소 등의 영향으로 손실 규모를 줄였다. 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지난 2022년 2조6000억원에서 2023년 3조9000억원으로 늘어난 뒤 지난해 3조7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지난해 연체율이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건전성은 더욱 악화됐다. 지난해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8.52%로, 전년 대비 1.97%포인트(p) 급등했다. 특히 기업대출 연체율은 4.79%p 상승한 12.81%에 달했고, 가계대출은 0.48%p 하락한 4.53%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오 회장은 "지속적인 자구노력을 통해 경영안정성엔 이상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부동산 파이낸싱 프로젝트(PF) 부실 정리 ▲역대 최고 수준의 BIS 비율(15.02%) ▲법정기준 대비 13.23%p 초과한 대손충당금적립률 ▲한국은행과의 RP 거래를 통한 유동성 조달 등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체율 높지만 유동성 충분···"과거 저축은행 사태와 비교 불가"
오 회장은 "과거 저축은행 사태와 비교하면 높은 경영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BIS 비율이 권고치인 8% 대비 두 배 가량 높아 연체율이 더 높아지더라도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저축은행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지만 자본능력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의 유동성 비율은 181.92%로, 법정 기준(100%) 대비 81.92%p나 높은 수준이다.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 사태에 대한 대외적 우려와 달리 보유자금의 변동성이 거의 없다는 게 오 회장의 설명이다.
조정연 상무는 뱅크런 우려와 관련해 "상상인저축은행이 적기시정조치를 받으면서 예금인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유동성은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며 "전체의 70% 정도는 당일 환매가 가능하고 나머지 30%도 익일 환매해서 지원할 수 있는 정도이기 때문에 디지털 뱅크런이 발생해도 자금 공급은 문제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중앙회 차원에서 시중은행과 1조원 규모의 당좌거래 계약을 맺어 비대면으로 야간과 휴일에 자금인출이 발생하더라도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 회장은 올해 저축은행중앙회의 역점 사업으로 PF·브릿지 연체율 개선을 통한 시장 신뢰회복과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확대를 꼽았다.
오 회장은 "저축은행의 부동산 자산은 2022년 말 레고 사태 당시 25조원이 넘었지만 지난해 기준 13조원 규모로 줄었다"며 "다만 부동산 경기회복 지연되고 있고, 은행보다 차주의 상환능력이 열위한 상황이라 부실 PF 상·매각에 속도를 내진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본력이 좋은 저축은행은 부실 PF를 상각하고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경·공매와 편드 조성을 통해 연체율을 낮출 것"이라며 "금융위원회에서도 요청이 있었던 만큼 부실자산 정리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중앙회는 올해 햇살론, 사잇돌2 대출 및 중금리 대출을 확대해 서민금융 역할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저축은행업계의 리테일은 그간 수도권 대형사에 집중돼 왔고, 지방 중소형사들은 PF 등 기업대출 비중이 높았다.
이에 대해 오 회장은 "지방에서도 소상공인 등 서민 취약계층을 지원할 수 있도록 여러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며 "금융당국도 지방 저축은행들의 서민금융 확대에 대한 인센티브를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최병주 수석상무는 "부동산과 관련된 기업대출 중심인 지방 중소형사의 대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기 위한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며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 지방 저축은행에 대한 가계대출 예대율 우대, NPL 자회사 설립을 통한 가계대출 사후관리 지원 등의 방법이 있다"고 부연했다.
예금자보호법 개정으로 높아진 예금보험료율(예보율) 대응도 중앙회의 숙제다. 오 회장은 "예보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된 만큼 예보기금 안정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저축은행업계는 예보율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예보기금 조성방안 마련이 올해 중앙회가 해야할 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올해 경기전망이 어둡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저축은행업계는 올해도 리스크관리 중심의 경영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시장 회복 지연과 여신감소로 건전성 지표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펀딩, 상·매각 등 적극적인 자구노력으로 금융시장의 우려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오너'가 지배하고 자본비율 높은 저축은행···"M&A 매력도 충분"
특히 이날 설명회에서는 저축은행업계의 인수·합병(M&A)에 대한 질문이 집중됐다. 오 회장은 저축은행업계의 건전성 제고를 위해 M&A 시장이 지금보다 더 개방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오 회장은 "저축은행 30곳 가량은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데 상속 또는 증여하지 못할 경우 현실적으로 매각할 수 밖에 없다"며 "과거 저축은행 사태 당시 수도권 대형사들이 문을 닫았기 때문에 대형화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현재는 대형화된 저축은행들이 지방은행 이상의 수익을 낸 적도 있다"도 호소했다.
이어 "매각을 원하는 오너도 있고 저축은행 인수에 관심이 있는 회사들도 충분히 있다"며 "M&A 시장을 확실하게 열여줘야 자본력 제고를 통해 건전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지방 저축은행에 대한 M&A 규정을 완화했지만 수도권 저축은행의 M&A는 경영실태평가 4등급 등 특정한 경우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끝으로 저축은행의 M&A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M&A는 대부분 은밀히 거래되거나 개별적인 접촉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딜이 끝날 때까지 공개되지 않는 게 대부분"이라며 "소형 저축은행의 경우 자본비율이 대형사보다 좋기 때문에 (규제를) 좀 더 열어주면 M&A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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