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 2.75% 유지···자본유출 방어 총력환율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가계부채 반등 가능성도 부담금리인하 속도보다 균형 택한 한은···5월 추가 인하에 무게
한은 금통위는 17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2.75%로 동결했다. 2023년 1월부터 21개월 간 3.50%로 묶여 있었던 기준금리는 지난해 10월과 11월 각각 0.25%p씩 인하됐다. 올해 첫 금통위에선 고환율 및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적 금리인하 영향으로 동결됐지만 지난달엔 다시 0.25%p 떨어졌다.
당초 시장에서도 이달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눈높이가 꾸준히 낮아지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 급등,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시장에 대한 우려가 높아서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1%를 지키기도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골드만삭스, JP모건, CE 등 글로벌 IB들은 최근 한국의 성장 전망치를 1% 밑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의 기존 전망치인 1.5%도 5월 수정경제전망에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은은 경기 회복보다 금융시장 안정이 시급하다고 보고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87.5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16일(1492.0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환율 변동성 여전···달러 약세에도 원화 절상률 '0.6%'
현재 원·달러 환율은 1420원대로 내려왔지만 변동성은 여전히 높다. SK증권에 따르면 4월 들어 원·달러 고저차는 62.5원으로 확대됐고 30일 기준 변동률은 0.4%에 달한다. 2월 금통위 이후 달러는 6.5% 절하됐지만 원화는 0.6% 절상되는데 그쳤다. 특히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가 유예됐지만 트럼프 발언에 따른 무역 불확실성은 걷히지 않고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상회할 경우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에 걸친 연쇄 충격이 불가피하다.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에 근접한 상황에서 자본 유출과 물가 불안을 동시에 억제하기 위한 방어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면 수입물가 급등으로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에 압박이 가해지고 에너지·식료품·중간재 가격이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 이는 서민 체감물가 상승과 가계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져 내수경기를 더욱 끌어내릴 우려가 있다.
또한 외국인 투자자금이 환차손 우려로 빠르게 이탈하고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동반 약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환율이 고착화되면 설비투자 위축과 기업의 대외신용도 하락 등 중장기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
또한 경기 둔화에도 환율 방어를 위해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국면이 현실화될 수 있다. 정부는 스무딩 개입 등 환율 안정화 조치에 나설 수 있지만 외환보유액 소진과 글로벌 평판 훼손이 불가피하다. 환율이 오를수록 정책 대응여력이 약화돼 통화정책에 딜레마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한은은 환율이 급변할 경우 금융시장 안정성을 고려해 금리정책을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지금은 성장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보다는 자본유출 방어와 원화의 신뢰를 지키는 게 우선이라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월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상황만 보면 지금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환율이 필요 이상으로 올랐다"며 금리 동결의 주요 배경으로 환율 상승을 꼽았다.
부동산발 레버리지 재확산 우려···가계부채 지표 주시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가 다시 살아나면서 가계부채 증가 압력이 커진 것도 기준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꼽힌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재지정 혼선 이후 강남권 주택가격은 2개월 연속 반등했고, 금융당국도 "금리 인하가 시기상조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내놨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일반적으로 2~3개월 내 가계대출이 따라 오르기 때문에 5월 수치 확인 전까진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취하기 어렵다. 한은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인하에 앞서 4~5월 가계부채 증가 추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시장에선 5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은이 내수경기 회복을 위해 금리인하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수출 감소세와 더불어 소비 위축 및 투자 축소 등은 내우외환의 국내 경제 현황을 보여주는 대목이며, 금리 인하 필요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4월 금통위는 숨고르기 차원의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지만 5월에는 중립금리에 한층 다가가기 위한 0.25%p 하향 조정을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신정부 출범 이후 민생 살리기는 정당 불문 공통된 정책으로, 추경과 금리 인하의 정책 공조를 예상한다"며 "이에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는 2.25%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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