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요건은 오래전에 마련된 것으로, 최근 시장변화와 기업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상장폐지 심사 및 개선기간이 비교적 장기화 (코스피는 최대 4년, 코스닥은 최대 2년)되어,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이 어려웠다. 더욱이, 일부 부실기업이 현재 추진중인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의 주가지수에도 자칫 추가 편입될 경우 투자자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이번 상장폐지 요건 강화 내용은 시가총액의 기준 인상(코스피는 기존 50억원에서 500억원, 코스닥은 4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단계적 상향조정), 매출액의 요건 상향조정(코스피는 50억원에서 300억원, 코스닥은 3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단계적 상향조정), 2년 연속 비적정(한정, 부적정, 의견거절) 감사 의견 받은 기업의 이의신청 없는 즉시 상장폐지이다.
아울러 퇴출 기간도 단축된다. 코스피는 실질 심사 최대 개선기간을 4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코스닥은 심의 단계를 3심제에서 2심제로 축소하며, 최대 개선기간도 2년에서 1년 6개월로 단축한다.
이로써 상장폐지 요건 및 퇴출 절차 개선방안은 저평가된 국내 증시 부양 및 자본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판단된다. 이번 조치는 부실한 상장기업의 적시 퇴출을 통해 투자자 보호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번 상장폐지 요건 강화와 퇴출 절차 간소화에 따른 몇 가지 문제점도 있어, 이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성장 가능 기업의 조기 퇴출 위험이 있다. 바이오 등 신기술 분야는 매출액 기준에 미달할 가능성이 크지만, 기술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도 다수 존재한다. 시가총액 600억원 이상 기업에 매출요건 면제 조치가 도입되었으나 초기 단계 기업은 여전히 퇴출 위험에 직면한다.
특히 재무 요건 중심의 획일적 퇴출 요건 제시는 업종별 차이점을 고려하지 않아 산업간 형평성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즉 바이오·제약 업종의 경우 장기에 걸친 연구개발로 현금흐름 창출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 또한 석유화학 등의 업종은 변동성이 큰 국제유가에 매출실적 및 주가가 연동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크다.
둘째, 시가총액과 매출액 기준이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될 경우 기업들은 무리한 매출 확장 및 주가 관리에 주력하며 장기 R&D 투자금 축소로 이어져 장기 기업가치 제고에 소홀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일부 기업은 상장폐지 매출 요건을 맞추기 위해 4분기에 위탁판매, 가공거래 등 실질적 사업 성과와 무관한 거래를 늘려 매출을 부풀릴 수 있다. 또한 자사주 매입, 허위 및 과장 공시 등을 통한 비정상적 주가 부양 시도가 늘어날 개연성도 있다. 이는 오히려 시장 왜곡에 따른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단기적 재무성과 위주의 단기 주식투자행태가 한층 강화돼 국내 증시의 장기투자 유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즉 투자자가 기업의 단기 실적 변동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한층 심화될 수 있는데, 이는 시장의 단기 차익실현을 목표로 한 투자수요 증가로 나타나 기업의 장기적 가치 제고를 저해할 수 있다. 또한 상장폐지 위험 회피를 위해 투자자는 대형주 및 안전자산에 편중 투자할 가능성이 있어 중소형주의 거래량 감소로 코스닥 시장의 부진 가능성도 제기된다.
상기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보완이 이번 상장폐지 요건 강화 및 퇴출 절차 간소화의 성공을 위해 도움이 될 듯싶다. 구체적인 보완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성장산업에 대한 유예 조치 확대가 필요하다. 바이오·테크 업종에 대해서는 장기 성장성 평가기준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특히 R&D 투자 규모, 특허 보유량 등 비재무적 지표를 반영해 획일적 재무 기준 적용에 따른 퇴출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둘째, 회계감사 및 공시 강화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일부 기업의 매출 부풀리기 및 비정상적 주가 부양 시도를 단속하기 위해 회계감사에서 위탁판매 및 순환거래 등을 집중적으로 심사하고 의심 거래를 매출에서 배제하는 등 감사 및 관련 공시 기준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또한 반복적 단기 매출 확장이나 주가 부양 시도 적발시, 해당 기업에 대한 제재, 추가 상장폐지 심사 강화 등 사후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장기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 마련 및 중소형주에 대한 유동성 지원 강화가 요구된다. 3년 이상 주식 보유시 배당소득세 감면, 장기 보유에 따른 양도세 차등 적용 등 세제 혜택이 확대되어야 한다. 또한 주식시장에 중소형주 대상 시장조성자(market maker) 제도의 활성화, 장기 보유시 거래수수료 감면 등 유동성 지원제도 강화가 필요하다. 시장조성자 제도는 지난 2015년에 주식시장에 도입됐으나 중소형주의 유동성은 여전히 대형주 대비 70% 이상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중소형주 대상 시장조성 참여를 위한 세제 및 수수료 감면 혜택을 확대하는 등 유인조건을 재설계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금번 상장폐지 기준 강화 및 퇴출 절차 간소화 조치가 시의적절하고, 국내 기업의 밸류업을 위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성장산업에 대한 유예 조치, 회계감사 및 공시 강화, 장기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마련 및 중소형주에 대한 유동성 지원 강화가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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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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