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 후 독립 경영으로 시장 재평가 노려항암제 CDMO·신약 R&D 확대 통한 성장 전략에스티팜 출신 김경진 대표 성과 주목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양홀딩스는 지난 30일 의약바이오사업 강화를 위해 바이오팜그룹을 '삼양바이오팜'이라는 이름의 별도 사업회사로 분할한다. 이번 분할은 인적분할 방식으로 진행되며, 기존 삼양홀딩스 주주들은 지분율에 비례해 두 회사의 주식을 나눠 받게 된다.
존속회사 삼양홀딩스와 신설회사 삼양바이오팜의 분할 비율은 현재 순자산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각각 0.9039233, 0.0960767로 정해졌다.
모든 절차가 순항할 경우, 삼양바이오팜은 오는 11월 1일 독립법인으로 공식 출범하고, 11월 24일 코스피에 재상장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삼양홀딩스의 주식 거래는 10월 30일부터 일시 정지된다. 두 법인이 인적분할해 증시에 각각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 절차다.
현재 엄태웅·김경진 공동대표 체제인 지주사 삼양홀딩스는 분할 후 엄태웅 대표가 맡게 되며, 김경진 대표는 삼양바이오팜의 대표이사로 취임해 의약바이오사업을 전담하게 된다.
이번 분할은 삼양그룹의 제약바이오 사업이 삼양홀딩스에 흡수합병된 지 4년 만의 재분할이다. 앞서 삼양그룹은 1992년 의약연구소를 개소하며 제약바이오산업을 시작했다. 그룹 산하에 있던 의약사업부는 2011년 삼양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며 물적분할로 분리된 바 있다. 독립법인으로 10년간 사업을 지속하며 꾸준히 성장했으나 지난 2021년 삼양홀딩스에 흡수합병 됐다.
당시 삼양홀딩스는 합병을 통해 의약바이오 사업을 영위해 중장기적인 기업 가치 제고를 도모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삼양바이오팜의 신약 개발, 글로벌 신사업 등 향후 예정된 중장기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글로벌 신인도를 높여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한다는 이유에서다.
삼양 측은 이번 인적분할에 대해서는 반대로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의 정체성을 명확히 구분해 투자자에게 선택적 투자기회를 제공하고, 시장에서 의약바이오사업에 대해 가치평가를 다시 받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독립한 만큼 모기업의 재무적 지원은 줄어들겠지만, 투자 유치 등을 통한 주도적인 자금 조달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양홀딩스 내에서 바이오팜그룹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9.5%다. 홀딩스의 의약품 매출은 기타로 잡히는데, 구체적인 매출액은 2024년 3364억원으로 2022년 2912억원 대비 15.5% 늘었다.
삼양홀딩스 관계자는 재분할 사유에 대해 "바이오팜부문에 대해 가치를 재평가받고, 전문경영인의 독립경영을 통해 급변하는 제약바이오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라면서 "바이오팜부문은 산업 내 높은 기술력과 점유율을 보유했음에도 지주회사 내 사업 부문으로 존재해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평가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삼양그룹이 삼양바이오팜 부활이라는 승부수를 띄우며 시장의 관심은 앞으로 제약바이오 사업을 이끌 '키맨'인 김경진 대표에게 쏠리고 있다.
김경진 대표는 지난해 삼양그룹 창립 100주년을 맞은 후 진행된 첫 번째 인사와 조직개편 당시 영입된 인물이다.
김 대표는 1963년생으로 서강대와 동 대학원에서 화학과 학사·석사 학위를 받은 후 텍사스 A&M 유니버시티 이학박사, UC버클리 박사 후 과정을 수료했다. 1998년 글로벌 제약사 로슈에 입사하며 제약바이오 업계에 뛰어들었고, 2012년 수석연구원으로 올라섰다. 이듬해 에스티팜에 합성1연구부장으로 영임된 후 연구소장,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연구개발자로 출발해 전문경영인까지 경험한 이력 덕에 업계에서는 이른바 '연구통'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7년 대표로 임명되고 지난해까지 원료의약품 업체인 에스티팜에서 7년 간 대표를 지내며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올리고 CDMO 사업을 궤도에 올려 회사의 흑자전환을 이끈 것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특정 제약사의 특정 품목 원료 생산에 주력하다가 매출액이 2017년 2026억원에서 2018년 973억원으로 급감했던 에스티팜은 2022년 매출 2093억원을 기록하며 연매출 2000억원대를 회복했다. 김 대표가 사임한 지난해에도 매출 2759억원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올리고 CDMO 매출 비중은 2018년 15%에서 2024년 63.9%로 크게 확대됐다.
김 대표는 이밖에 '버추얼 R&D 전략'을 도입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에스티팜 핵심 파이프라인 구축을 주도했다. 버추얼 R&D 전략은 한정된 자원으로 신속한 신약 개발에 나서기 위해 대학교, 연구기관, 정부기관 등과 협업하는 일종의 신약 개발 공동연구 전략이다. 산·학·연과 연구개발 파트너십을 통해 비교적 적은 인원과 비용으로 신약 개발을 진행하기 위한 수단이다.
업계에서는 신설될 삼양바이오팜 역시 항암제 CDMO 사업과 신약 R&D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은 만큼 김 대표가 이곳에서도 성과를 이어갈지 주목하고 있다.
삼양홀딩스 바이오팜그룹의 주력 사업은 전체 매출의 약 45%를 차지하는 봉합사다. 1993년 국내 최초로 생분해성 수술용 봉합사 개발에 성공한 뒤, 현재 원사 공급량 기준으로 글로벌 봉합원사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삼양홀딩스는 지난 2023년 헝가리에 봉합사 생산공장을 준공했는데, 올해부터 연간 최대 10만km의 원사를 생산할 수 있다.
삼양홀딩스는 봉합사 사업을 기반으로 항암제 분야에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고형암 7종과 혈액암 5종의 항암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생산이 어려운 항암제를 자체 기술로 국산화하고, 개량신약을 개발해 항암제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대전에 액상주사제, 동결건조주사제를 합쳐 연간 500만 바이알을 생산할 수 있는 항암주사제 공장을 준공하고 일본과 유럽 GMP 인증을 획득해 항암제 CDMO 사업을 위한 기반도 닦았다. 기존 100만 바이알에서 생산능력이 5배 증가한 대전 공장을 통해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고, CDO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삼양홀딩스 바이오팜은 현재 세포독성항암제 CDMO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포독성항암제는 1차 항암제로 차세대 항암제와 제네릭(복제약)이 출시되며 수익성이 악화해 점차 제약사 자체 생산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이 과정에서 시장에서 요구하는 캐파에 비해 생산이 부족해져 발생한 CDMO 수요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회사 측은 세포독성항암제가 2차·3차 항암제와 병용요법으로 쓰이는 만큼 꾸준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약물전달 시스템(DDS) 플랫폼 연구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자체 개발한 유전자 전달체 'SENS(Selectivity Enabling Nano Shells)'는 siRNA(짧은 간섭 리보핵산), mRNA(메신저 리보핵산)와 같은 핵산 기반 치료제 및 유전자 교정약물을 간, 폐, 비장 등의 다양한 조직의 특정 세포에 선택적으로 전달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이다. 원하는 조직으로 약물을 효율적으로 전달해 원하는 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에 비표적(Off target)으로 인한 부작용은 최소화했다. 기존에 mRNA 전달체로 잘 알려진 지질나노입자(Lipid Nano Particle, LNP)와 달리 생분해성 고분자로 자체 디자인한 양이온성 지질을 도입해 안전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엄태웅 삼양홀딩스 대표는 "이번 삼양바이오팜의 신설 및 분할로 삼양홀딩스는 순수 지주회사로서 자회사관리 등에 집중하게 되며, 삼양바이오팜은 독립·책임경영을 통해 경영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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