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04일 수요일

  • 서울 14℃

  • 인천 14℃

  • 백령 17℃

  • 춘천 11℃

  • 강릉 15℃

  • 청주 14℃

  • 수원 14℃

  • 안동 12℃

  • 울릉도 17℃

  • 독도 17℃

  • 대전 14℃

  • 전주 14℃

  • 광주 13℃

  • 목포 14℃

  • 여수 17℃

  • 대구 15℃

  • 울산 17℃

  • 창원 15℃

  • 부산 17℃

  • 제주 15℃

금융 농협금융 이찬우號 '대수술'...은행 쏠린 수익구조 재편 시동

금융 금융일반

농협금융 이찬우號 '대수술'...은행 쏠린 수익구조 재편 시동

등록 2025.06.02 13:33

수정 2025.06.02 17:01

박경보

  기자

공유

비은행 비중 30% 미만···이자이익 중심 사업구조 한계운용수익 다변화·디지털 전략 혁신 등 체질개선 가속수익성과 공공성 균형 과제···정체성 재정립 '시험대'

농협금융 이찬우號 '대수술'...은행 쏠린 수익구조 재편 시동 기사의 사진

NH농협금융지주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대대적인 체질개선에 나섰다. 이찬우 회장 취임 후 첫 전략 컨설팅에 착수한 농협금융은 은행 의존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밑그림 그리기에 나선 모습이다. 향후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자회사 재편, 디지털 역량 강화 등 농협금융의 사업구조 전반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지난 1일 PwC컨설팅·EY컨설팅·삼일회계법인 등 대형 컨설팅사와 함께 중장기 전략 수립을 위한 '컨설팅 착수 보고회'를 열었다. 이날 보고회에는 이찬우 회장을 비롯해 지주 및 자회사 경영진이 총출동해 그룹 전체의 전략 방향을 점검했다.

농협금융이 경영 컨설팅에 착수한 건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각종 경영지표들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혁신적인 변화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금융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71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했다. 하지만 핵심 수익원인 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0% 감소한 2조642억원에 그쳤다. 방카, 전자금융 및 투자금융 관련 수수료이익 등 비이자이익(5971억원)이 18.3% 늘어난 덕분에 역성장은 피했다.

농협금융의 이자이익 감소는 핵심 자회사인 농협은행의 부진이 직접적인 배경이다. 올해 1분기 농협은행의 이자이익은 55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나 쪼그라들었다. 수수료이익마저 제자리걸음한 가운데 대손충당금적립률(197.81%)이 25.7%포인트(p) 줄면서 순이익은 견조하게 유지됐다.

농협은행 '위기'···이자이익 줄고 연체율은 상승


이자이익 성장세가 둔화된 농협은행은 건전성 면에서도 좋지 못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분기 0.43%였던 연체율은 올해 1분기 0.65%까지 높아졌다. 같은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도 0.39%에서 0.56%로 급등했다. 농업 관련 정책금융을 수행하는 농협은행은 시중은행보다 수익성이 떨어지고 리스크가 높은 대출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농협금융의 은행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전체 순이익에서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8.8%, 1년 전(39.4%)보다 10.6%p나 급락했다. 우리금융은 현재 대부분의 이익을 은행에서 거둬들이고 있지만 동양생명 인수 이후 은행 의존도는 83.2%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특히 비은행 주력 계열사인 증권과 생명보험도 매우 부진했다. 올해 1분기 NH투자증권의 순이익은 6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감소했다. NH농협생명(651억원)과 NH농협손해보험(204억원)도 각각 16.9%, 61.8% 급감했다. 농협금융의 주요 9개 계열사 가운데 실적이 증가한 곳은 농협은행 등 3곳 뿐이다.

NH저축은행과 NH농협리츠운용은 순이익이 소폭 증가했으나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이익 비중은 높지 않다. 은행, 카드, 보험, 증권, 자산운용 등 금융 계열사를 두루 거느린 금융그룹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내실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에 농협금융은 올해부터 수익구조 다각화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번 컨설팅의 핵심 과제는 농협금융의 장기 전략 틀을 재정비하는 데 있다. 단기 실적 방어가 아닌 구조적 전환을 위해 내부 조직 개편과 자회사 포트폴리오 재편까지 포함한 종합적 진단이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농협금융은 한국투자공사(KIC)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글로벌 우량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NH농협은행, NH투자증권, NH-아문디자산운용은 '실무협의체'를 꾸려 향후 투자처 발굴부터 사전 검토, 실행 방안까지 전 단계에 걸친 협업을 추진한다.

농협금융은 실질적인 자산 매입과 운용에 계열사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그룹 차원의 글로벌 투자 플랫폼을 구축하고, 비은행 부문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협약은 농업을 뒷받침하는 정책금융 이미지에서 벗어나 민간 금융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키우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비은행 부문 가운데 실적 기여도가 낮은 자회사에 대해선 기능 조정이나 구조개편 가능성도 거론된다. 컨설팅에 참여하는 삼일회계법인은 과거 여러 금융지주사의 조직 슬림화와 디지털 전환 전략을 주도한 경험이 있는 만큼 농협금융도 유사한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장이 주도하는 이번 중장기 경영전략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부터 본격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 내 전략·재무·IT 부문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컨설팅이 이뤄지는 만큼 향후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와 새로운 자회사 설립, 디지털 플랫폼 재정비까지 다양한 후속 조치가 예상된다.

특히 디지털 전략은 농협금융 체질 개선의 주요 축으로 꼽힌다. 현재 NH멤버스, NH올원뱅크, NH투자증권 MTS(나무증권) 등 플랫폼이 개별 운영되고 있으나, 고객 관점에서의 통합성과 마케팅 효율성 측면에서는 뒤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찬우 "전략적 변곡점 봉착···생존 위해 변화할 때"


다만 농협금융이 단기간 내에 체질을 전환하기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법에 따라 농업지원사업을 지원하는 정책금융 역할이 뚜렷한 만큼 대출 포트폴리오 재편이나 수익 창구 다변화에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새롭게 경영지휘봉을 쥔 이 회장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 회장은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등을 거친 정통 관료 출신으로, 금융 산업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취임 당시 "우리는 새로운 전략과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 전략적 변곡점에 있다"며 새로운 사업 모델 개발과 주력 사업의 재편을 예고한 바 있다. 당시 '혁신'을 10번이나 언급한 이 회장은 "먼저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며 위기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전략 컨설팅은 이 회장의 경영철학이 구체화되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농협금융은 계열사별로 핵심역량을 강화하고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혁신방안을 수립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은 디지털 전환 속도나 비은행 확대 측면에서 4대 금융지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 것이 사실"이라며 "은행의 이자수익이 추세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비은행 비중 확대와 신사업 발굴, 디지털 경쟁력 강화가 체질개선의 핵심 관건"이라고 말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