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훼손 논란에 인적분할 철회상법개정안 통과로 법적 리스크 커져글로벌 확장 전략 유지 방침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파마리서치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파마리서치 인적 분할 계획을 철회하기로 결의했다. 이날로 예정됐던 소액주주 대상 IR은 취소됐다.
앞서 파마리서치는 지난달 존속법인 '파마리서치홀딩스'와 신설법인 '파마리서치'로 회사를 분할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주사는 투자를 담당하고 신설법인은 기존 주력 사업인 의료기기 '리쥬란'을 비롯한 에스테틱 사업을 담당한다는 방침이었다.
문제는 주력 사업을 맡은 사업회사 파마리서치에 할당된 분할 비율이 25.72%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상장 후 공정거래법에 따라 모회사가 신설회사에 현금출자해 지분 30% 이상을 확보할 예정이었는데, 이를 두고 사실상 '우회적 물적분할'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파마리서치 측은 인적분할 발표에 이어 기관 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반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애썼다. 논란이 된 분할비율 역시 경영진이 임의로 판단한 것이 아닌 법인세법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결과였다는 취지의 주주 서한도 공개했다. 전략적으로 지주사의 초기 투자 역량 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해명도 이어졌다.
파마리서치 측 설명에도 투자자 반발은 계속됐다. 파마리서치 지분 1.2%를 보유한 기관 투자자 머스트자산운용은 세 차례 걸쳐 공개 서한을 보내 파마리서치 분할 계획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첫 번째 서한에서 "이번 분할 결정이 전체주주를 위한 결정인지 아니면 대주주만을 위한 결정인지 의문을 갖고 있고, 개정될 상법에 이번 회사의 의사결정이 전체주주에게 충실한 결정이었는지 물어볼 의사가 있음을 미리 밝힌다"며 법적 대응을 암시했다.
회사 측 해명에 대해서도 지난 2일 세 번째 서한을 통해 "중복상장 분할로 답을 정해놓고 문제를 맞추어 풀었기 때문에 완전자회사 분할이 안되는 조건, 시기를 찾았고, 그것도 부족하면 안되게끔 조건과 상황을 만들어 나간 것은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분할 관련 특별결의 과정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소송 등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주 행동 플랫폼 '액트(ACT)'에 모인 일부 소액주주는 이달 말 대통령실과 한국거래소에 파마리서치의 인적분할 철회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로 하는 등 사건을 정치권까지 끌고 갈 움직임을 보였다.
액트는 "이번 건은 단순한 인적분할이 아니라, 지배구조 재편을 위한 복합 구조의 시작"이라고 주장하며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여부, 현물출자 거래의 공정성 여부, 이해상충의 구조적 문제 등을 법률 전문가들과 함께 면밀히 분석하고, 주주연대와 법적 검토를 통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분할 철회 결정은 머스트자산운용과 액트 등이 언급한 상법개정안 통과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번 상법개정안에 따라 투자자가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마리서치는 한국거래소의 분할 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었는데, 일각에서는 주주 불만이 극심한 상황에서 당국이 막 통과된 상법개정안 취지에 어긋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기 힘들지 않겠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파마리서치 측은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우려,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 소통의 충분성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라며 "이 과정을 통해 기업의 의사결정은 전략적 필요나 법적 타당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더 능동적으로 깊이 있는 신뢰 기반의 주주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깨달았다"라고 철회 사유를 설명했다.
파마리서치는 분할철회 후 기존 사업 전략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방침이다. ▲리쥬란을 필두로 한 글로벌 사업 가속화 ▲전략적 투자와 신사업 추진 ▲투명하고 공정한 거버넌스 구축 등을 중심으로 세계화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그간 반발을 이어오던 액트 측은 "기업의 불합리한 의사결정에 맞서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위임장을 모으고, 적극적으로 여론을 형성한 수많은 개인주주들이 합심하여 이뤄낸 값진 승리"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지배주주 중심의 일방적 의사결정 구조에 경종을 울리는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분할철회가 단기 모멘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해석을 내놓았다.
김지은 DB증권 연구원은 "분할 철회로 인해 실질 사업 법인인 파마리서치의 1)톡신 사업 분리, 2)기존 M&A에 따른 사업 모멘텀 상실 우려가 해소됐다"고 했다.
정희령 교보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로 손바뀜이 진행됐다"면서 "펀더멘털에 집중 가능한 현재 시점에서 2분기 실적 호조, 유럽 파트너십 계약 임박 등 긍정적 모멘텀이 연달아 존재한다"고 짚었다.
한편 파마리서치 주가는 인적분할 철회 결정 발표 당일 장중 59만 3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고, 정규장 종가 기준 전 거래일보다 13.73%(7만 1000원) 오른 58만 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