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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극한에서 구르고 맷집 기르고···현대차·기아 '전기차', 세계 최고 향한 담금질

산업 자동차 르포

극한에서 구르고 맷집 기르고···현대차·기아 '전기차', 세계 최고 향한 담금질

등록 2025.07.24 08:30

수정 2025.07.24 09:38

화성(경기)=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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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Point!

현대차그룹, 글로벌 3위 도약 배경은 품질과 안전 중심 경영철학

남양연구소, 전기차 시대 대응 위한 핵심 기술 개발 현장 공개

미국발 관세, 전기차 수출 급감 등 위기 속에서도 혁신 지속

자세히 읽기

공력시험동, 세계 최저 공기저항계수 0.144 달성한 '에어로 챌린지 카' 개발

액티브 카울 커버, 리어 스포일러 등 신기술 적용

공기저항 낮추면 주행거리·효율↑, 배터리 비용↓

숫자 읽기

2024년 5월까지 현대차·기아 미국 전기차 수출 88% 감소 (5만9705대→7156대)

공기저항계수 0.01Cd 낮추면 1회 충전 주행거리 약 6.4㎞ 증가

공력시험동, 축구장 크기(6000㎡), 3400마력 대형 송풍기 가동

맥락 읽기

환경시험동, 극한 기후와 인공 눈·비 등 다양한 조건에서 차량 성능 검증

R&H성능개발동, 타이어·서스펜션·핸들링 등 주행성능 정밀 평가

NVH동, VR·로드노이즈 시험으로 전기차 정숙성·승차감 극대화

향후 전망

특허 진행 중 신기술, 향후 전기차 상품성 개선에 핵심 역할 기대

극한 시험·정밀 평가 통한 품질 혁신,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 목표

전기차 시대, 품질·안전 중심 경영철학 더욱 부각될 전망

남양연구소 가보니···첨단 연구시설 최초 공개극한 환경 실험으로 품질과 안전성 강화 방점전기차 공기저항 신기술과 NVH 테스트 집중

"품질과 안전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미래에도 양보와 타협이 없는 현대차의 최우선 가치라고 생각한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사장은 올해 초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임직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올해 미국발(發) 관세 직격탄이 예고된 상황에서도 현대자동차그룹을 글로벌 3위로 올려놓은 경영철학을 잊지 말라는 묵직한 한마디다.

예상대로 올해 상황은 녹록지 않다. 관세 충격에 전기차 캐즘까지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올해 5월까지 현대차·기아가 미국에 수출한 전기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5만9705대)보다 88.0%나 감소한 7156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올 하반기엔 더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 '퍼스트무버'를 자처하는 현대차그룹은 멈추지 않는다. 현대차·기아의 모빌리티 개발의 산실인 '남양연구소'는 무더운 여름날에도 최고 품질을 향해 끊임없는 담금질을 하고 있다.

수천 회의 충돌 시뮬레이션, 극한의 상황까지 몰아붙이는 성능 시험, 그리고 그 뒤를 지탱하는 안전 최우선 철학은 단순한 '좋은 차'를 넘어 '믿을 수 있는 차'를 만들겠다는 현대차그룹의 굳건한 경영철학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세계 최고' 에어로 챌린지 카의 비밀···공력 성능의 중요성


지난 23일 현대차그룹은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남양연구소의 전기차 개발 핵심 연구 시설을 공개했다.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하는 이곳엔 현대차‧기아의 디자인부터 설계, 시험, 평가 등 신차 연구개발에 필요한 모든 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이날 ▲공력시험동 ▲환경시험동 ▲R&H성능개발동 ▲NVH동을 차례대로 둘러보면서 글로벌 3위까지 오른 현대차그룹의 성공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보이지 않는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처음 방문한 곳은 '공력시험동'이다. 내연기관 차량은 물론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의 공력 성능을 정밀하게 평가하고 개발하기 위해 특수 설계된 연구 시설이다. 공력시험동에서 진행하는 대표적인 평가는 ▲공력 성능 평가 ▲후류 최적화 평가가 있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 공력성능의 중요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1회 충전으로 더 나은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물론 배터리를 늘리는 간단한 방법이 있지만 무게나 비용 측면에서 자동차의 운동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공기의 저항력 계수, 즉 공기저항계수(Cd, Coefficient of Drag)를 낮추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박상현 공력개발팀 팀장은 "공기저항계수 0.01Cd를 낮추면 약 6.4㎞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며 "이 정도 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25만원어치 배터리를 더 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총 면적 약 6000㎡ 규모로 축구장 한 곳의 크기와 맞먹는 이 공간에선 대형 송풍기와 지면 재현 장치 등 실제 주행 환경을 정교하게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설비가 있다. 대형 송풍기는 3400마력의 출력으로 바람을 일으켜 차량 속도 기준 200km/h까지 재현할 수 있다. 직경 8.4m에 달하는 송풍기의 날개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했다.

남양연구소 공력시험동의 메인 팬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제공남양연구소 공력시험동의 메인 팬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시험실 내부로 들어서자 생소한 모양의 차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바로 세계 최저 공기 저항 계수 0.144를 달성한 '에어로 챌린지 카'였다. 이 차는 공력개발팀이 다양한 공력 성능 개선 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콘셉트카다. 아쉽게도 이 차는 현재 연구 목적으로만 개발 중인데다가 보안상의 이유로 눈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고 사진이나 영상 제공은 불가능했다.

박 팀장은 "지금까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내놓은 초저항력 콘셉트카의 Cd값은 0.19에서 0.168 수준"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자는 도전 정신으로 0.144까지 달성할 수 있었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 차에는 ▲액티브 카울 커버 ▲액티브 사이드 블레이드 ▲액티브 리어 스포일러 ▲액티브 리어 디퓨져 ▲통합형 3D 언더커버 등 신기술이 대거 탑재됐다. 에어로 챌린지 카 후면에 숨겨져 있던 블레이드와 디퓨저가 뒤쪽으로 나오면서 마치 트랜스포머를 연상케 했다.

에어로 챌린지 카에 연기를 분사해 차량 주변의 공기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새로운 기술을 작동할 때마다 공기 흐름 변화와 공력성능 개선 효과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이의재 공력개발팀 책임연구원은 "차량 측면 및 바닥 길이가 확장되는 효과를 통해 측면 와류와 후류를 억제하거나 안정화시킬 수 있다"며 "일부 기술은 특허를 진행 중이고 향후 지속적인 성능 향상과 검증 과정 등을 통해 공력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요소 기술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양연구소 공력시험동에서 아이오닉 6 차량으로 유동 가시화 시험을 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제공남양연구소 공력시험동에서 아이오닉 6 차량으로 유동 가시화 시험을 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특명! 폭설 내리는 극한의 상황을 견뎌라


공력시험동에서 거센 바람을 맞고 난 다음에는 바로 앞에 있는 환경시험동으로 향했다.

이곳에 들어온 차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차갑게 식기를 반복하고 때로는 눈과 비바람을 맞는 극한의 상황을 견뎌야 한다. 사막 기후와 영하 기온의 설원 같은 극단적인 기후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주행 성능과 쾌적한 실내 환경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당히 가혹한 조건에서 평가를 진행해야 실제 주행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의도에서다.

특히 전동화 차량 비중이 확대되면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의 배터리, 수소전기차의 스택, 전장 부품, 자율주행제어기 등 열에 민감한 전기·전자 부품의 회로 설계와 성능 검증, 공조 전비 개선까지 담당 범위를 넓히면서 환경시험의 역할이 한층 확대되고 있다.

환경시험동의 핵심은 전 세계 다양한 기후와 주행 조건을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는 환경 풍동 챔버에 있다. 시험 환경에 따라 고온 풍동, 저온 풍동, 강설 풍동으로 구분되어 차량의 다양한 사용 조건을 재현한다.

이날 실제로 경험한 고온·저온·강설 챔버에선 50℃ 고온의 중동 지역, 영하 30℃ 혹한 지역의 강설 환경 등 세계 각지의 극단적인 기후를 그대로 구현했다.

환경시험동 고온챔버에서 아이오닉 6 N 차량의 열관리 성능을 평가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제공환경시험동 고온챔버에서 아이오닉 6 N 차량의 열관리 성능을 평가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고온 챔버에선 단순히 실내 온도가 높다기보다는 사막 한가운데 서 있는 것 같은 뜨거운 태양광이 느껴졌다. 솔라(Solar)라고 하는 인공 태양광 제어 램프가 눈부시도록 밝은 빛을 내리쬐면서 최대 1200W/㎡의 일사량으로 태양광 노출 환경을 모사하기 때문이다.

고온 시험실에선 현대차 아이오닉 6 N이 시속 50km로 설정된 속도에 따라 바퀴를 연신 굴리고 있었다. 주행 중인 차량 안에는 인체 모형에 다수의 온도 센서를 부착한 서멀 마네킹(Thermal Manikin)이 탑승하고 있었다.

송대현 열에너지차량시험1팀 책임연구원은 "서멀 마네킹은 실제 사람을 대신해 차량 내부의 열적 쾌적성을 측정한다"며 "에어컨 송풍구 위치나 공조 시스템의 작동 방식에 따라 체감 온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고, 실내 쾌적성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방문한 저온 환경 풍동 챔버에서는 기아 PV5의 실내 난방 성능, 모터나 배터리의 저온 제어 성능 등을 시험이 한창이었다.

환경시험동 강설챔버에서 아이오닉 9 차량에 강설 시험을 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제공환경시험동 강설챔버에서 아이오닉 9 차량에 강설 시험을 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다음으로는 강설 강우 환경 풍동 챔버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앞서 방문한 저온 환경에 더해, 눈과 비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장치가 추가로 구동되고 있었다. 시험이 시작되자 차량 앞에서 거친 눈보라가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챔버 내부를 가득 채울 정도로 눈보라가 거세졌다.

실제로 내부로 들어가 보니 인공눈이 깔린 바닥은 미끄러웠고 영하 30℃는 그야말로 살을 에는 듯한 추위였다. 방한복을 입지 않고 얇은 반팔 차림으로 호기롭게 들어갔다가 30초도 견디지 못하고 줄행랑을 칠 정도였다.

홍환의 열에너지차량시험2팀 연구원은 "눈이 쌓여 배터리나 전장 계통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트렁크나 전기차 충전 단자에 눈이 들어가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행성능은 타이어부터···데이터로 완성한 '세계 최고'


다음으로 차량의 핸들링·승차감 성능을 개발하는 R&H성능개발동으로 갔다. 지면에 닿는 타이어부터 서스펜션 모듈과 실차 평가에 이르기까지 현대차와 기아의 R&H 연구개발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용성 주행성능개발팀 파트장은 "종합건강검진 같은 상세진단으로 개발 차량의 잠재성능과 취약점을 종합평가한다"며 "각 나라의 도로에서 실제 주행상황으로 시험실에서 재현해 한자리에서 평가하고 차량 시스템이 반응을 정량화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생성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기차 시대로 진입하면서 R&H 성능은 차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전기차는 과거 슈퍼카 급에서나 구현 가능했던 가속력을 낼 수 있어 고속 영역에서의 주행 안정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뿐 아니라, 차량 하중 증대로 서스펜션과 타이어에 가해지는 부담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R&H 개발은 모든 주행 성능의 근간이 되는 타이어 개발로부터 시작한다. 가장 먼저 살펴본 것은 고속 타이어 유니포미티(Uniformity) 시험기였다. 시험실 안에서는 커다란 드럼 위에 고정된 타이어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최대 시속 320km까지 회전하는 드럼 위에서 타이어를 굴려 진동 발생 여부를 측정한다. 또한 드럼 위에 작은 클릿(Cleat)을 부착해 타이어가 요철을 통과할 때 움직임을 파악하고 승차감 특성까지 평가할 수 있다.

최고봉 주행성능기술팀 책임연구원은 "타이어는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미세한 불균형으로 진동이 발생한다. 해당 시험기는 타이어 진동 유발 정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게 주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R&H성능개발동 타이어 특성 시험기가 작동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제공R&H성능개발동 타이어 특성 시험기가 작동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다음으로는 타이어 특성 시험기를 살펴봤다. 타이어의 강성과 접지 특성을 분석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시설이다. 앞선 고속 타이어 유니포미티와 달리, 평평한 벨트 위에서 회전하는 타이어의 조향각이나 캠버각을 변화시켜 타이어가 만들어내는 힘과 반응 속도를 정밀하게 측정한다.

박성호 주행성능기술팀 책임연구원은 "어떤 신발을 신느냐에 따라 활동성이 달라지듯 자동차에서 유일하게 노면과 접합한 타이어는 운동성능인 핸들링을 크게 좌지우지한다"며 "차량에 가장 적합한 타이어를 선정하기 위해 타이어 특성 시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차량의 핸들링 특성을 연구개발하는 핸들링 주행시험기를 살펴봤다. 차량 안에는 운전자 대신 주행 로봇이 스티어링 휠이나 페달 조작은 물론 수동 변속기도 정밀하게 조작한다. 제자리에서 바퀴를 굴리기 시작하자 차량은 실제 도로 위를 달리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어서 주행 시뮬레이션에 따라 차량의 선회 상황을 재현했다.

김성훈 주행성능기술팀 연구원은 "실제 프루빙 그라운드에서 주행하지 않아도 이 시험기를 통해 다양한 노면 조건과 한계 상황을 반복적으로 시험할 수 있다"며 "특히 스티어링 응답이나 차량의 거동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분석하는 데 큰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R&H성능개발동 핸들링주행시험기에서 코나 일렉트릭의 핸들링 특성을 시험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제공R&H성능개발동 핸들링주행시험기에서 코나 일렉트릭의 핸들링 특성을 시험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이어진 승차감 주행시험기에선 다양한 노면 조건에서 차량 반응을 정밀하게 평가했다. 플랫 벨트 위엔 차량이 아닌 아이오닉 5의 후륜 차축 모듈(리어 서스펜션과 타이어로 구성)만 올라가 있었다. 곧이어 플랫 벨트가 회전하면서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위에 올라간 타이어와 서스펜션은 시험기의 움직임에 따라 빠르게 반응했다.

초당 최대 40회까지 입력이 가능한 승차감 주행시험기는 부드러운 아스팔트부터 요철이 많은 도로까지 여러 주행 환경을 시험할 수 있다. 또한 차량뿐만 아니라 모듈 단위로 시험이 가능해 보다 정밀하게 목표한 승차감을 구현할 수 있다.

또 세계 각 지역의 노면 환경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어 현지와 동일한 조건에서 승차감을 평가할 수 있다. 이 데이터는 단순히 승차감을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시장의 요구에 맞는 주행 품질을 확보하는 데 핵심 자료로도 활용된다.

정종민 주행성능기술팀 책임연구원은 "실제 도로에서 테스트하면 날씨나 운전자 성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만, 이 시설은 그런 변수를 통제한 상태에서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정숙성'···정숙함을 넘어 감성 품질까지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전기차의 정숙성을 책임지는 곳, NVH(Noise, Vibration, Harshness)동을 살펴봤다.

전기차는 엔진 소음이 없기 때문에 작은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 미세한 진동 등을 탑승자가 더 민감하게 느끼는 특성이 있다. 때문에 탑승자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서 NVH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먼저 몰입음향 스튜디오를 둘러봤다. '몰입형 가상 평가 환경(VR)'은 실제 도로와 유사한 시각·청각 환경을 구현해 차량의 음향 성능을 검증한다. 연구원들은 VR 헤드셋을 착용한 채 다양한 도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며 사운드를 평가했다. VR 환경에서는 차량의 이동 상황과 소리의 방향, 거리감까지 실제처럼 재현할 수 있다.

VR을 활용하면 외부시험로, 교차로, 터널, 실내 주차장 등 매우 다양한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으로 구현된 VR은 글로벌 연구소와도 실시간으로 합동평가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NVH동 몰입음향스튜디오에서 앰비소닉 환경 속 버추얼 사운드 평가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제공NVH동 몰입음향스튜디오에서 앰비소닉 환경 속 버추얼 사운드 평가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다음으로 살펴본 몰입음향 청취실에선 실제 차량에 탄 듯한 청각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청취 좌석을 중심으로 수십 개의 스피커가 정교하게 배치돼 있었고, 한쪽 벽면에는 대형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있었다. VR 헤드셋을 착용하면 가상 도로 환경 속에서 주행 상황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었다.

복다미 제네시스소음진동해석팀 책임연구원은 "물리적으로 같은 크기의 소리라도 청각 정보만 주어지면 실제보다 더 크게 인지되는 경향이 있다. VR을 활용해 시각 정보를 함께 제공하면 몰입감을 높이고 실제 주행과 유사한 조건에서 사운드를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NVH동 로드노이즈시험실에서 GV70 전동화 모델의 실내 유입 노면 소음을 측정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제공NVH동 로드노이즈시험실에서 GV70 전동화 모델의 실내 유입 노면 소음을 측정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다음으로 찾은 시험 공간은 로드노이즈 시험실이다. 두꺼운 흡음재로 빈틈없이 둘러싸인 이곳에선 타이어와 노면 사이에서 발생하는 노면가진(주행 중인 자동차가 노면의 불규칙성으로 인해 받는 진동)을 구현해 차량 실내에서 들리는 소음을 평가한다.

내부에 설치된 샤시 다이나모는 차량 바퀴와 맞닿아 있는 롤 표면에 실제 도로를 본뜬 패치가 부착돼 있는데, 시험 조건에 따라 아스팔트, 콘크리트, 험로 등 실제 도로의 노면 질감을 그대로 구현한 패치로 교체가 가능하다.

이날은 일반 국도의 거친 노면을 모사한 패치로 시험이 진행됐다. 테스트가 시작되자, 롤 위를 굴러가는 타이어에서 특유의 낮은 방사음이 들려왔다. 주행 속도에 따라 톤과 음량이 달라지는 것이 모니터의 그래프와 함께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로드노이즈 시험에선 단순히 소리를 측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음의 발생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고 설계와 소재 개선을 통해 근본적인 소음원을 줄여나가기도 한다. 작은 진동이 현가장치나 차체 구조에서 어떻게 증폭되는지 파악하고, 이를 줄이기 위해 부품의 소재와 설계를 조정하는 것이다.

서재준 소음진동기술팀 팀장은 "전기차의 조용한 주행 감각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로드노이즈 시스템 성능 개발이 필수"라며 시험의 의미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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