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01, 계열 내 최초 디스크 치료제 도전 좌절위약 반응 편차로 1차 평가지표 미달성개발지속 강행에도 신약 승인 과정 난관 예상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퇴행성 디스크 질환 치료제로 허가가 기대되던 'SB-01'(엔솔바이오 프로젝트명 P2K, 유한양행 개발명 YH14618)은 지난 1일(현지시간) 스파인 바이오파마가 발표한 임상 3상 톱라인 결과 1차 평가 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번 3상 임상은 미국 내 30개 기관에서 41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SB-01을 디스크 내 1회 주사한 환자군과 위약 대조군을 비교해 6개월 시점에서 통증 강도 및 통증 관련 기능 개선을 평가했다. 배정된 대로 모두 분석(ITT)한 결과, 6개월 시점 SB-01 투약군의 1차 복합 평가변수(오스웨스트리 장애 지수+수치 평가 척도) 성공률은 67%였으나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즉 SB-01은 임상적으로 효능을 보였으나, 통계적 유의성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변수로 작용한 것은 예상보다 높았던 위약 반응이다. 2상과 일관된 위약 반응률을 보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하위 분석에서는 1차 평가변수를 활용한 반응률이 SB-01 투약군 70%, 위약군 59%로 나타나 명목상 p(유의확률)=0.051을 기록했는데, 이는 목표로 했던 통계적 유의성(p≤0.05)에 매우 근접한 수치다. 여전히 유의성 확보에는 미치지 못하는 결과지만 기대된 수준의 위약 반응률을 보인 기관에서는 위약군보다 우월한 반응을 보인 셈이다.
실제로 동일한 환자 하위 집합에서 수치평가척도(NRS)를 제외한 ODI(오스웨스트리 장애 지수) 단독 2차 평가변수는 투약군과 위약군에서 각각 79%와 69%로 통계적 유의성(p=0.040)을 확보했다.
마크 비스코글리오시 스파인 바이오파마 CEO는 "1차 평가변수를 달성하지 못해 실망스럽지만, 엄격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지침에 따라 임상시험을 등록하고 완료하게 돼 매우 자랑스럽다"며 "탄탄한 임상시험을 진행했으며, 예상했던 가짜 대조군 반응을 달성했다면 SB-01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SB-01은 합성7 아미노산 펩타이드 기반 약물로, TGF‑β1(전환성장인자 베타 1) 신호전달을 조절해 염증과 통증, 디스크 퇴행 등을 억제하는 기전을 갖는다. 1회 척추 디스크 내 직접 주사 방식으로 투여돼 국소적으로 작용하면서 전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다. 비수술적 접근을 통해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의 혁신적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받았다.
SB-01은 국내 바이오텍인 엔솔바이오에서 발굴한 후보물질이다. 엔솔바이오는 지난 2009~2010년 사이 P2K라는 프로젝트명으로 해당 물질을 발굴했고, 유한양행 측이 이를 기술도입해 국내 임상 2b상까지 진행한 바 있다. 유한양행 역시 지난 2016년 임상 2b상에서 위약군과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해 임상 중단에 이르렀으나, 2년 뒤인 2018년 스파인바이오파마에 2억1815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441억원) 규모 기술수출을 성공시켜 반전을 꾀했다.
당시 극적인 기술수출을 성공시킬 수 있던 요인으로는 임상 2a상의 긍정적 데이터가 꼽힌다. 임상 2a상 결과 투약 후 12주 뒤에 측정한 통증 감소 수치에서 통증이 50% 이상 감소한 환자 비율이 50%를 상회했다. 비록 2b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은 확보하지 못했지만, 스파인바이오파마 측은 임상 프로토콜 설계에 따라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상 SB-01 상용화까지 엔솔바이오와 유한양행이 단계적으로 수령할 수 있는 마일스톤은 총 2억1800만달러(약 3025억원)다. 유한양행은 지난 2022년 임상3상 시험 첫 환자 투약 개시로 스파인바이오파마에 기술료 2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7억원)를 수령하기도 했다.
이외에 미국 시판 시 순매출에 따라 10년간 별도의 경상기술료(로열티)를 수령하게 되는데, 10년간 로열티 수익만 4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한양행과 엔솔바이오는 총 기술료를 각각 3대 1 비율로 나눠 갖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임상 3상 실패로 유한양행과 엔솔바이오의 추가적인 기술료 수령이 불확실해진 상태다. 유한양행 측은 현재까지 SB-01 임상 3상 결과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엔솔바이오 측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김해진 엔솔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국내 임상 2상에서도 단순 생리식염수 투여만으로도 높은 통증 완화 효과가 나타난 바 있어, 위약 효과를 배제하는 것이 통증 치료제 개발의 핵심 과제임을 인식하고 있었다"면서 "예상과 달리 Sham 대조군(빈 주사기 그룹)의 반응률이 예상을 크게 상회해, 1차 평가 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결과를 접하고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스파인 바이오파마는 '다양한 전략과 옵션들을 가지고 SB-01 개발 추진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강한 확신과 의지를 엔솔바이오 측에 통보했다"며 "스파인 바이오파마가 추진하는 P2K 임상개발이 최종 성공해서 글로벌 시장에 공급되도록 모든 협조를 다할 계획"이라고 했다.
실제로 스파인 바이오파마는 SB-01의 개발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스파인 바이오파마 관계자는 "스파인 바이오파마는 (임상 3상) 데이터 분석을 완료할 예정"이라면서 "FDA와 만나 이번 3상 임상시험 결과를 이전의 1상 및 2상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 결과와 함께 논의하고, 중등도-중증 퇴행성 디스크 질환과 관련된 만성 요통 치료제로서 SB-01의 잠재적 승인 경로를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임상 3상에서 1차 지표 달성에 실패한 만큼 SB-01의 승인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안정성과 효과 지속성 등을 입증했지만 통증 평가에서 유의성 달성에 실패한 것인데, 통증 평가는 결국 환자의 주관성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라면서 "아마 이를 감안해 FDA가 조건부 승인이나 보완 임상 요구 등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듯한데, 뭐가 됐든 추가로 임상을 진행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통증 평가 통계에 대한 FDA 측 판단이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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