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땅 장사 끝내야"···개혁 논의 본격화 LH 매각 구조, 민간·분양자 개발이익 독식 비판 임대형 택지공급·공공토지임대제 해법으로 주목
18일 국회의원회관 제10간담회실에서
이러한 문제 제기의 배경에는 LH의 택지공급 구조가 안고 있는 고질적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간 LH는 토지를 수용해 택지를 조성한 뒤 민간 건설사나 개인에게 매각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개발이익 대부분이 민간과 초기 분양자에게 집중돼 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택지개발 사례를 보면 LH가 환수한 이익은 전체 개발이익의 5% 남짓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건설사와 '로또 아파트'로 불린 초기 분양자가 대부분 가져갔다. 이 때문에 분양가는 높아지고, 주택은 투기 대상이 됐으며, 공기업인 LH조차 집값·땅값 상승에 편승할 수밖에 없는 경영 구조를 갖게 됐다는 것이 남 소장의 진단이다.
실제 지난 2002년 입주한 부천 상동지구의 경우 아파트 한 채에서 발생한 1억7000만원 넘는 개발이익 가운데 LH가 가져간 몫은 고작 470만원(2.7%)에 불과했고, 건설사가 1000만원가량(5.8%)을 챙긴 반면, 초기 분양자가 1억6000만원(91.7%) 이상을 독식했다. 광교신도시 역시 전체 개발이익 14조원 중 80% 이상이 분양자에게 돌아갔다. 다른 지구들에서도 양상은 비슷해 공공이 환수한 몫은 미미한 반면, 민간과 초기 분양자가 대부분의 이익을 차지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주택은 필연적으로 '투기 상품'으로 변했고, 국민의 주거 안정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개발이익 대부분이 민간과 초기 분양자에게 돌아가는데도 정작 LH는 여전히 '땅 장사'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LH가 토지를 공공 목적으로 수용해 조성한 뒤 이를 시세에 가깝게 되팔면서 이익을 얻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LH의 경영은 주택·토지 가격이 오를수록 흑자가 나고, 반대로 시장이 침체하면 곧바로 적자에 빠지는 양상을 보여 왔다.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해 존재하는 공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집값·땅값 상승에 기대어 운영되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이 때문에 "LH는 공공기관이 아니라 사실상 토지 매매로 수익을 내는 땅 장사꾼"이라는 냉소적 평가가 붙은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제시된 해법은 '임대형 택지공급'이다. 공공이 조성한 택지를 매각하지 않고 임대 방식으로 장기 공급하는 제도로, 개발이익을 토지임대료 형태로 꾸준히 환수하면서도 투기를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토지를 소유한 자가 반드시 효율적인 사용자가 되지 않는 매각 구조와 달리, 임대형은 실제로 임대료를 내며 사용할 수 있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배분된다.
무엇보다 3기 신도시부터 임대형 방식을 단계적으로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3기 신도시는 교통이 편리하고 입지가 우수해 재정 자립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이를 계기로 임대형 토지공급 방식을 전국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이날 토론회에서는 '공공토지임대제'라는 방안도 제시됐다. 마찬가지로 발제를 맡은 조성찬 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장은 "임대제 자체 내에서도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라며 "이러한 문제들을 제대로 관리해 나가야 공공토지임대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 LH와 같은 기관들이 공급과 임대관리, 경영에서 노하우를 축적하고 제도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도 현행 LH의 토지매각 방식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원주민의 토지를 수용해 조성한 택지를 다시 민간 건설사에 매각하는 구조는 ▲개발이익 환수 실패 ▲부담 가능한 주택 공급 실패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 ▲부동산 거품경제 유발 등 근본적인 문제를 양산한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한 국가의 대통령이 어떤 토지 개혁안을 추진하느냐는 그 나라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다"며 "토지정책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최근 국무회의에서 "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대응책을 모색하도록 지시하며, 구조적이고 판을 바꾸는 개혁을 주문했다.
이어지는 토론회에서는 임대형 택지공급 전환이 바람직하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여러 반론과 의문이 제기됐다. 참석자들은 "강제수용한 토지를 다시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가 과연 공익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미국도 1960년대 이후 사유 재산권 강화 흐름 속에서 이 같은 방식을 사실상 중단했다는 점을 들어, 국내 역시 토지 매각 중심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동시에 "LH가 민간 건설사에 택지를 넘겨 막대한 개발이익을 안겨주기보다 직접 분양에 나서야 분양가 인하와 공공이익 환수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덧붙여졌다.
다만 공공토지임대제가 만능 해법은 아니라는 현실적 한계도 강조됐다. 현행 민법이 지상권 중심 체계여서 장기 임차권을 보장하는 리스홀드 제도와 같은 법적 기반이 부족하다는 점, 또 LH가 170조원에 달하는 부채와 임대주택 적자 구조를 안고 있어 단순 전환만으로는 재정 운용이 어렵다는 점이 지적됐다. 토지임대수익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제도의 지속 가능성이 좌우된다는 것이다. 토론자들은 "상업용지 임대료나 시장형 임대주택의 적정 임대료 등을 활용한 교차보조 구조가 필요하다"며 "현실과 이상 사이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세심한 이행 과정이 없다면 제도는 시범사업에 머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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