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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임대료 높지만 상징성 커···인천공항에 묶인 면세업계

유통·바이오 유통일반

임대료 높지만 상징성 커···인천공항에 묶인 면세업계

등록 2025.08.21 14:28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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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3000억원 임대료 부담에 수익성 악화화장품·주류 반토막···매출 구조 불균형 심각"공항 간판 필요"···상징성·수익성 사이 딜레마

인천국제공항 내 신세계면세점. 사진=신세계면세점인천국제공항 내 신세계면세점. 사진=신세계면세점

국내 면세업계가 인천국제공항을 두고 전략적 딜레마에 빠졌다. 임대료 부담이 과중해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꼽히지만, 세계적 관문으로서의 상징성과 글로벌 브랜드 협상력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관광 수요가 회복 국면에 들어섰음에도, 소비 패턴 변화와 카테고리별 매출 구조의 불균형이 겹치면서 공항 면세점은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 '적자를 감수하는 쇼룸'으로 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재작년 7월 인천공항 사업권을 과감히 반납한 뒤 손익 구조 개선에 속도를 냈다.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3% 줄어든 6685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65억원으로 두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다이궁(중국 보따리상) 거래 비중을 줄이고 개별관광객(FIT)과 단체관광객 매출 확대에 집중한 전략이 효과를 거둔 것이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매출 하락을 감수하고도 비용 구조를 정리해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인천공항에 남은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신라면세점은 2분기 매출 8502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늘었지만 11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신세계면세점 매출도 6051억원으로 전년비 22.9% 증가했지만 1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면세점은 매출 2935억원으로 22%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13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공항 임대료 부담이 실적에 직접 반영된 결과다.

현재 인천공항 임대료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신라와 신세계가 낙찰받은 인천공항 1·2터미널 화장품·주류 구역의 임대료는 여객 1인당 각각 8987원, 9020원으로, 공사가 제시한 최소수용가액보다 160% 이상 높다. 최근 출국객 수(300만명)를 감안하면 월평균 약 270억원, 연간으로는 3000억원 안팎을 부담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총액 대비 산정되는 임대료 체계가 코로나 이전 구조에 묶여 있어 현장과 괴리가 크다"며 "고객 구조가 달라졌는데도 고정비는 그대로라 버틸 수 없는 구조"라고 호소했다.

카테고리별 매출 불균형도 구조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패션·명품 매출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화장품·향수 매출은 2019년 대비 53%, 주류·담배는 65%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통적으로 면세산업을 이끌어온 품목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 임대료는 여전히 전체 매출총액 기준으로 산정되며 부담을 키우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신세계 등 면세업계는 "파트너로서 면세사업자의 어려운 현실을 이해하고 배려해주길 기대한다"고 호소했으나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최고가 투찰로 사업권을 확보한 뒤 감액을 요구하는 것은 입찰 취지와 공공성에 맞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결국 신세계와 신라면세점은 지난 4~5월 인천지방법원에 임대료 40% 인하를 요구하는 민사조정을 신청했다. 업계에서는 공사가 조정을 끝내 거부한다면 사업자당 1900억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감수하고서라도 철수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매출 구조가 코로나 이전과 달라졌는데도 임대료 체계가 과거 기준에 머물러 있어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회사의 부담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인천공항에서만 매달 50억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여객 수에 따라 산정되는 임대료에는 어린이 환승객까지 포함돼 객단가가 낮은 상황.

특히 성수기나 중국 단체 관광객이 늘어날수록 매출 증가가 곧바로 이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오히려 적자 폭이 커지는 구조다.

신세계는 이를 막기 위해 부산점 영업 종료, 희망퇴직 단행, 임원 연봉 20% 삭감 등 고강도 비용 절감책을 가동하고 있다. 동시에 단독 브랜드 유치, 체험형 콘텐츠 강화, 항공사·호텔과의 제휴 마케팅 등 투자를 통해 객단가를 끌어올리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면세업계가 인천공항을 쉽게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상징성 때문이다.

인천공항은 세계 2위 규모의 국제여객 공항으로, 글로벌 브랜드와 협상할 때 "인천공항 입점" 여부가 중요한 카드로 작용한다.

한 면세업계 임원은 "적자 장부를 감수하더라도 인천공항은 글로벌 협상력과 홍보 효과를 지키는 무대"라며 "특히 명품 부문에서는 공항 입점이 브랜드 계약 조건을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철수 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롯데가 오히려 공항에 재입찰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경쟁자가 줄어든 만큼 과거보다 40% 낮은 가격에 사업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롯데 관계자도 "인천공항은 여전히 상징성과 홍보 효과가 크다"며 "국내외 공항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기회가 된다면 입찰 참여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글로벌 면세시장 매출 판도는 이미 '공항 중심'에서 '도심 플래그십과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내 면세점들도 도심점 확장과 온라인 판매 강화에 주력하고 있으며, 공항 면세점은 수익 창출보다 브랜드 쇼룸으로서의 성격이 짙어지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공항 면세점은 이제 장부상 수익을 내는 사업이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 신뢰도를 보여주는 쇼케이스"라며 "도심점과 온라인에서 수익을 확보하고, 공항에서는 상징성을 유지하는 이중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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