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실적 선방했지만 금리 하락·연체율 상승 부담↑규제·영업망 한계 발목···플랫폼 확장·IPO·건전성 과제 비이자수익 다각화·해외 진출 등이 지속 성장 분수령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순이익을 거두며 인뱅 실적 선두 자리를 공고히 했다. 카카오뱅크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6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나 불어났다. 대출이자수익 감소에도 수수료·플랫폼 등 비이자수익(5626억원)이 30.4% 급증하며 호실적을 견인했다.
이는 고객 트래픽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수익 다각화 전략의 성과로 평가된다. 실제로 2분기 말 기준 카카오뱅크 고객 수는 2586만명에 달하고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990만명으로 역대 최고 트래픽을 달성하는 등 플랫폼 경쟁력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거대한 고객 기반과 플랫폼 영향력에 비해 성장 속도는 다소 둔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상반기 누적 순이자마진(NIM)은 전년 같은 기간 2.17%에서 2.00%로, 원화 예대금리차는 2.55%에서 2.37%로 각각 하락했다.
카카오뱅크, 고객 기반 늘렸지만 NIM·자본비율 하락
건전성 지표도 후퇴했다. 카카오뱅크의 상반기 고정이하여신비율(NPL)은 0.47%에서 0.54%로 상승했다. 절대 수치는 높지 않지만 추세적 상승은 불안 요인이라는 평가다. 특히 기업대출 NPL 비율은 지난해 0.52%에서 0.65%로 껑충 뛰었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지난해 상반기 27.68%에서 올 상반기 24.33%로 하락했다. 총자본비율도 같은 기간 28.82%에서 25.45%로 내려왔다. 위험가중자산(RWA)이 22조5515억원에서 27조564억원으로 불어나고 시장위험가중자산 5조1090억원이 새롭게 반영되면서 자본비율 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카카오뱅크는 영업환경 악화에 대응해 비이자수익 강화와 신사업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플랫폼 사업과 대출비교 서비스, 체크카드 등 비이자 사업 비중을 올해 2분기 36.1%까지 높였고, 투자상품·결제·광고 등 다양한 수수료 수입원을 늘리는 추세다.
또한 카카오뱅크는 인공지능(AI) 기술과 해외 시장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 있다. 올 들어 AI 검색과 금융계산기, 모임통장 AI총무 기능 등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를 연달아 선보인 바 있다. 해외에서는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에 지분 투자해 현지 고객 300만명을 확보했고, 태국에서는 현지 파트너와 손잡고 가상은행 인가를 받는 등 글로벌 진출도 추진 중이다.
케이뱅크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 842억원을 기록했고, 2분기 순익은 682억원으로 분기 최대치를 새로 썼다. 개인사업자 대출이 분기 여신 증가액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6월 말 기준 '사장님 부동산담보대출' 잔액은 3000억원에 달한다.
자산 건전성도 개선됐다. 2분기 연체율은 0.59%로 1분기보다 낮아졌고, 대손비용도 26% 줄었다. CSS 고도화를 통한 여신심사 강화와 담보대출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케이뱅크의 설명이다.
케이뱅크, 최대 실적에도 IPO 성공 위한 과제 산적
케이뱅크는 올해 세 번째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분주한 하반기를 맞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6월 NH투자증권·삼성증권과 대표 주관 계약을 맺은 데 이어 하반기 중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내년 IPO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증시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케이뱅크의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은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두 차례 IPO 연기와 철회를 겪은 만큼 공모가 현실화와 수익성 개선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특히 업비트 예치금 의존도를 어떻게 해소하느냐는 투자자 평가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케이뱅크의 예치금 이용료율은 지난해 0.1%에서 올해 2.1%로 치솟아 이자비용 급증으로 이어졌다. 리스크 관리와 수익 구조 개선 여부가 IPO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얘기다.
아직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토스뱅크도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 토스뱅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6.2% 증가한 187억원으로 집계됐다. 출범 이래 최대 실적이자 7개 분기 연속 흑자다.
토스뱅크, 고위험 여신 부담 속 포트폴리오 재편 시도
지난 1분기 기준 토스뱅크의 총자산은 32조5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9.5% 증가했고, 여신잔액도 14조8,500억원으로 1년 새 약 18% 늘어났다. 은행 막내지만 공격적인 대출 확대를 바탕으로 외형을 확장하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다만 토스뱅크도 건전성 부문에서 취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고금리 개인신용대출 위주로 자산을 급격히 늘린 영향으로 1분기 말 연체율은 1.26%에 달했다. 이는 카카오뱅크(0.51%), 케이뱅크(0.66%)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중금리 대출 등 고위험 여신 비중이 큰 토스뱅크는 보수적인 여신 운용 기조를 굳히는 모양새다. 토스뱅크의 주력 상품 중 하나였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023년 초 1조8196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 감소해 올 1분기 말 1조4518억원으로 줄었다. 수익성이 높은 상품 비중이 줄어들수록 단기 실적의 상방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연체율 부담에 직면한 토스뱅크는 개인사업자·기업 고객 대상 외환 서비스, 보증부 대출 도입 등으로 여신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지만 당장은 비이자 수익 확대와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인터넷은행 3사는 하반기부터 성장 둔화 압력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리 하락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가 맞물려 이자이익 확대가 쉽지 않아졌다는 평가다. 비이자이익 확대와 해외 진출, IPO 성사, 질적 성장 기조 유지 등이 하반기 핵심 관전포인트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고객 기반이 탄탄하지만 이자이익 확대에 한계가 있고, 케이뱅크는 IPO를 위해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입증해야 한다"며 "토스뱅크 역시 연체율 부담을 해소하지 못하면 외형 성장은 의미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결국 인뱅 3사 모두 외형 성장보다 리스크 관리 등 기본기를 얼마나 빨리 다져내느냐가 장기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가계대출 규제와 금리 하락 속에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내년에는 성장세가 꺾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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