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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韓 정유·석화의 '동상이몽'...재촉만이 답은 아니다

오피니언 기자수첩

韓 정유·석화의 '동상이몽'...재촉만이 답은 아니다

등록 2025.09.24 08:08

황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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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사상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중국의 생산 설비 증설과 공급 과잉,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경쟁력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석화 업체들은 잇따라 공장 불을 끄면서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국내 석화업을 상징하는 여천 나프타분해설비(NCC)가 결국 부도 위기에 직면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석화 침체에 정유업계도 덩달아 분주해졌다. 본격 '석화 살리기'에 나선 정부가 '정유·석화 수직계열화' 카드를 내세우며 압박을 가하고 있어서다. 취지는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석화 원재료인 납사(나프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석화사의 원가 절감과 생산 효율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유·석화 간 카드 맞추기가 시작됐다. 여수에서는 'GS칼텍스–LG화학', 대산은 'HD현대오일뱅크–롯데케미칼', 울산에선 'SK지오센트릭–대한유화'가 수직통합을 위한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 중이다.

문제는 두 업계가 실익 여부를 살피며 눈치보기만 지속한다는 점이다. 지난달부터 본격화한 이들의 구조조정 논의는 현재까지 매듭을 짓지 못하고 한 달째 밀당만 이어지고 있다. 투자 부담부터 지분 정산 방식, 주도권 확보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양측은 계산기만 두드리기 바쁘다.

정유사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구조조정에 따른 리스크다. 가뜩이나 정유 업황 부진으로 투자여력도 부족한데, NCC를 떠안는 게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정유사들은 신중모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석화사 입장에서도 고부가 전환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비용을 고려해 손익분기점을 꼼꼼히 따져하는 상황이라 머리가 복잡하다. 두 업계 간 수직통합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지만, 결국 비용 문제가 큰 암초로 작용하면서 구조조정 속도가 지체되고 있다.

여기에 업체마다 재정 상황도 다르고 일부 외국계 혹은 합작사들은 해외 본사 등의 추가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합의가 언제 이뤄질지 미지수다. 정부의 추가 지원책이 제시되지 않으면 논의가 진전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구조 개편을 직접 주도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동참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 등을 제공하는 '선(先) 자구 후(後) 지원 원칙'을 택했다. 올 연말 기업들이 제출한 사업 재편 계획을 살펴본 후, 금융과 세제, 연구개발(R&D), 규제 완화 등 종합 지원책을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의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시간적인 재촉보다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한 중재자 역할이 우선이다. 이와 동시에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병행돼야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다.

10년 전 일본에서 직접 생산 설비를 정리한 뒤 기업이 추가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도록 세제 특례와 관련 절차 축소와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했던 것처럼 여러 해외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적인 재촉보다는 지혜롭게 대응책을 고민하고, 정유·석화업계가 생생은 물론 현 위기를 극복하며 경쟁력 우위를 다질 수 있도록 잘 견인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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