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 매출 감소, 임대료 인상 역전 현상재입찰 앞둔 공항, 中 CDFG 진출 촉각국내 산업 약화·국가 브랜드 하락 우려
코로나19 이후 여객 수가 회복됐지만 소비 구조가 급변하면서 공항 면세점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상황에서, 인천공항의 '임대료 원칙론'이 오히려 국내 면세 산업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31일 업계 등에 따르면 호텔신라(신라면세점)와 신세계디에프(신세계면세점)는 각각 인천공항 DF1(화장품·향수)과 DF2(화장품·향수·주류·담배) 권역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DF1권역 철수를, 신세계면세점은 30일 이사회에서 DF2권역 사업권 반납을 의결했다. 이로써 인천공항의 핵심 면세권 두 곳이 모두 비게 됐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인천공항이 고수하는 '여객 연동형 임대료 구조'다. 공항은 이용객 수가 늘면 임대료도 비례해 오르는 방식인데 팬데믹 이후 소비력이 동반 회복되지 않으면서 면세점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중국 단체 관광객의 방한 규모는 코로나19 이전의 40% 수준에 그치고, 과거 면세 매출을 떠받쳤던 '따이공(중국 보따리상)'의 대량 구매도 온라인 역직구나 현지 쇼핑으로 옮겨갔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 외국인 이용객은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지만 매출은 14.2% 감소했다. 여객이 늘수록 임대료가 오르고 매출은 줄어드는 '수익 역전'이 고착화된 것이다.
이 같은 불균형이 이어지자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임대료 조정을 요구하며 법원에 조정신청을 냈다. 인천지방법원도 각각 25%, 27%의 인하를 권고하며 현실적 타협을 주문했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는 이를 거부했다. 국제 입찰로 체결된 만큼 사후적으로 조건을 변경하면 계약의 신뢰성과 형평성이 훼손된다는 입장에서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면세사업자 선정은 공정한 국제 입찰 기준에 따라 진행된 만큼, 특정 사업자에게만 예외를 적용할 경우 법적 분쟁과 역차별 논란이 불가피하다"며 "공공기관으로서 모든 사업자에게 동일한 조건을 적용해야 한다는 책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여객 수가 회복세에 있고, 임대료 체계도 시장 정상화를 반영하고 있다"며 "면세점 매출 부진은 개별 사업자의 영업전략과 시장 대응력 문제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면세업계는 인천공항의 이런 '원칙론'이 시장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비판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항은 여객 수만 회복됐을 뿐, 실제 소비력은 팬데믹 이전의 70% 수준에 그친다"며 "임대료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고 버티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법원의 권고까지 거부한 것은 공공기관으로서 지나치게 경직된 태도"라며 "수익 논리를 앞세운 결과 국내 면세 생태계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점에서 매월 60억~8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해 왔다. 남은 계약기간이 7~8년임을 감안하면 누적 손실이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는 결국 위약금을 감수하더라도 조기 철수가 손실을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고환율과 경기 둔화, 주 고객층의 구매력 약화, 소비 패턴 변화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임대료 인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부득이하게 사업권을 반납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라면세점도 "현 구조에서는 손실 누적이 불가피해 재무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철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인천공항은 조만간 DF1·DF2 권역 재입찰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세계 최대 면세사업자인 중국 CDFG(China Duty Free Group)의 참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CDFG가 인천공항 면세사업권을 따낼 경우 국내 면세 매출 상당 부분이 중국 자본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법원 권고마저 외면한 인천공항의 태도는 '공공기관의 원칙'이라기보다 '관료적 완고함'에 가깝다"며 "단기 수익만을 앞세운 이번 결정이 장기적으로 한국 면세산업의 경쟁력과 국가 브랜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어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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