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HS효성은 지난달 31일 1억2000만 유로(약 2000억원)를 투자해 벨기에에 본사를 둔 글로벌 소재기업 유미코아의 배터리 음극재 자회사 EMM를 인수하고, 유미코아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미코아는 100년이 넘는 역사와 첨단소재 원천기술력을 바탕으로 배터리, 촉매, 반도체, 방산, 우주항공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생산 능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이다. 최근 중요성이 부각된 희토류 관련 기술을 보유했으며, 한때 퀴리 부인이 라돈·우라늄 등 연구활동을 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HS효성이 도전장을 내민 실리콘 음극재는 배터리의 음극에 적용되는 소재다. 기존의 흑연 음극재 대비 에너지 밀도가 최대 10배 이상 높아 차세대 배터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전기차의 충전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는 급속충전이 가능하며, 충전효율 개선과 주행거리 향상, 가격 경쟁력 확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기술이어서 글로벌 완성차와 배터리 제조사가 주목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여전히 빠르게 성장 중이다. 2024년 기준 전체 신차 판매의 20% 이상이 전기차이며, 2025년 25%, 2030년에는 40%(연간 470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AI(인공지능) 혁명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로보틱스·드론 등 새로운 수요처가 추가되면서 배터리 시장은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음극재 시장의 경우 이들 산업에 필수적인 배터리팩 용량 증대, 고에너지밀도, 급속충전 수요에 적합한 실리콘 음극재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글로벌 조사기관 큐와이리서치는 실리콘 음극재 시장규모가 2024년 5억달러에서 연평균 40% 가까이 성장해 2031년에는 47억달러(잠정치)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SNE 역시 2035년에 실리콘 음극재의 시장 규모가 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기대했다.
HS효성의 이번 거래는 조현상 부회장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조 부회장은 평소 기술과 지적자산 확보를 통해 고부가 포트폴리오를 지향하고, AI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가치경영'을 피력해왔다. 최근에는 차세대 AI로 불리는 엔터프라이즈 AI, 피지컬 AI 관련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조 부회장은 코로나 이전부터 유미코아를 수차례 직접 방문했으며, 계약기간(10월말)을 맞추고자 ABAC 의장을 맡고 있던 APEC 준비 기간에도 협상을 위해 여러 차례 이 기업과 철야 미팅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바탕으로 HS효성의 포트폴리오도 한층 견고해졌다. 타이어코드, 첨단모빌리티 소재, AI·DX 등을 기반으로 한 사업구조와 항공우주, 미래 모빌리티, 방산, 에너지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탄소섬유, 배터리 소재 사업에 이르기까지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HS효성은 향후 5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해 대규모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며, 그 첫 투자처로 울산을 택한 것으로 파악됐다. 60년 전 효성그룹의 모태가 된 울산공장은 아라미드, 자동차소재 사업 외 대부분의 사업을 해외로 이전했는데, 국내 리쇼어링을 통해 고부가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대한민국의 핵심사업 중 하나인 차세대 배터리 핵심 소재 투자로 반도체, 조선, 방산 등과 함께 핵심성장 산업에서 대한민국의 글로벌 공급망 경쟁력 확보에도 크게 기여한다는 복안이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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