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인더, 자회사 ENP와 내년 4월 통합 포트폴리오 효율화, 수익성 개선 등 목표 "이규호 부회장의 경영승계 시험대 될 듯"
24일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내년 4월을 목표로 자회사 코오롱ENP와의 합병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ENP의 자산과 부채를 포괄 승계하는 한편, 기존 ENP 주주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방식으로 합병을 진행한다. ENP 1주당 코오롱인더스트리 0.1919531주를 제공하는 식이다. 총 243만126주의 신주가 발행된다.
회사 측은 고부가 스페셜티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 구축과 운영 효율화를 목표로 이 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선 코오롱 측이 정부발(發)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 기조에 부응하고 이규호 부회장 중심의 경영체제를 확립하는 등 대내외 목표를 고려해 이번 거래를 설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기초 체력을 키우는 게 첫 번째다. 그룹 내에서 손꼽는 주력 계열사임에도 실적 측면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난 몇 년의 영업이익(별도 기준)을 놓고 보면 이 회사는 ▲2022년 1731억원 ▲2023년 1312억원 ▲2024년 669억원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흐름을 이어왔다. 올해도 3분기 누적 영업익이 394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역성장할 공산이 크다. 공급과잉과 수요위축, 신사업 투자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산업자재·자동차소재부품·패션 등 핵심 사업의 수익성이 모두 꺾인 탓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합병이 완료되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양사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분위기 전환을 도모할 수 있다.
먼저 소재 부품 포트폴리오와 판매 네트워크가 강화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1월 글로텍 합병을 통해 에어백·카시트부터 자동차 내장재에 이르는 자동차 소재 부품 라인업을 구축했고, 판매 네트워크도 한국, 미국, 중국, 인도, 유럽, 중남미로 확대했다. 여기에 코오롱ENP가 보유한 고부가 자동차 부품 소재를 더하면 글로벌 기업의 니즈를 충족하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유익한 측면이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방수, 방음, 내구성, 내열성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화학 소재 기술력을 갖췄고, AI가속기 관련 소재인 mPPO 등 고부가 제품도 보유했다. 향후 첨단 엔지니어링 플라스틱과 고강도 복합 소재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복안이다.
수익성도 개선될 전망이다. 구매, 생산, 판매, 물류 조직 통합으로 중복된 비용을 줄이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구매 협상력도 높일 수 있어서다. 자산 증대와 개선된 현금 흐름도 신규 제품 개발을 앞당길 것으로 점쳐진다.
외부에선 이규호 부회장 앞에 놓인 과제도 이번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한다. 사실상 총수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조직 내에 리더십을 확실히 각인시키려면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물론 눈에 보이는 성과까지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규호 부회장은 ▲코오롱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등 주요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활동 중인데, 그간 계열사 통합과 자산매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며 활발한 경영 행보를 이어왔다. 코오롱글로벌의 리조트 기업 MOD와 자산관리 기업 코오롱LSI의 합병을 결정한 게 대표적이다.
재계에선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합병 역시 같은 선상에 놓인 것으로 보면서 그 실적이 이규호 부회장의 진정한 경영승계 시기를 판가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허성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은 "이번 합병은 주주가치, 미래 발전 측면에서 양사가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이라며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앞으로도 고부가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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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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