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만명 시대에도 금융 접근성 격차 지속···언어·신용이력 부족 송금·생활·대출 서비스 확장··· 외국인 고객 기반 선점 경쟁 격화비대면 신원확인 등 제도 보완 및 실사용고객 전환 '속도' 관건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는 지난 2일 국내 체류 외국인 전용 해외송금 서비스의 송금 가능 국가를 기존 14개국에서 50개국으로 크게 확대했다. 2021년부터 다국어 인증·가입 구조를 고도화해 온 토스는 행정서류 발급, 의료 환급, 자산조회 등 생활 서비스를 연결하며 금융·행정 장벽을 해소하는 데 집중해 왔다.
NH농협은행은 고령층과 외국인의 디지털 격차 해소를 목표로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상담 서비스를 도입했다. '큰글뱅킹'과 '글로벌뱅킹' 메뉴를 통해 고령층에게는 간소화된 화면과 쉬운 용어 기반 상담을 제공하고, 외국인에게는 영어·중국어·베트남어 등 13개 언어로 실시간 상담·번역 기능을 지원한다. 비대면 중심의 'NH올원글로벌' 서비스에서는 계좌 개설부터 자동이체, 간편 송금, 제신고까지 전 과정을 다국어 기반으로 처리할 수 있어 초기 금융 진입장벽을 크게 낮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은행은 외국인 생활 필수 앱 'Hana EZ'를 금융·생활 통합 플랫폼으로 전면 개편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16개 언어를 지원하는 'Hana EZ'는 송금·계좌·증명서 발급 같은 금융 서비스는 물론 교통·구직·숙박·관광 정보까지 한 번에 제공해 입국 전부터 한국 정착까지 전 단계를 아우르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하나 외국인 EZ Loan' 출시로 E7·E9 비자 보유 외국인 근로자들은 최대 1000만원의 신용대출을 실행할 수 있게 됐다.
우리은행은 외국인 대상 오프라인 기반을 확장하며 '정착 지원'에 방점을 찍었다. 인천 주안서금융센터에 문을 연 '우리 글로벌라운지'는 북라운지·커뮤니티룸·키즈존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취업·비자 상담부터 금융 기초교육까지 다국적 고객의 요구에 맞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외국인 유학생을 겨냥한 '유학생 커뮤니티' 서비스는 K-campus 제휴로 한국 생활·학업·취업 정보를 제공하며, WON글로벌 앱 내 17개 언어 지원과 연계해 디지털·오프라인 채널의 접근성을 동시에 높였다.
신한은행은 외국인중심영업점과 예금담보 신용카드로 초기 진입장벽 낮추기에 집중하고 있다. 안산·김해·독산 등 외국인 밀집 지역에 설치된 외국인중심영업점은 주말까지 운영하며 다국어 통역 기반 상담, 비대면 계좌·제신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용이력이 부족한 외국인을 위한 예금담보 신용카드는 기존 서류 작성·언어 문제를 디지털화로 대폭 줄여 발급까지 걸리는 시간을 10분 수준으로 단축했다. 계좌 개설과 카드 발급, 기초 금융거래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외국인 고객의 초기 정착을 지원하는 모습이다.
은행권이 외국인 공략을 강화하는 이유는 국내 체류 외국인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체류 외국인은 올해 280만명을 넘어섰고 이 중 취업자·유학생·장기체류자가 꾸준히 증가하며 안정적인 금융 수요층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기존 금융 인프라는 내국인 기준으로 설계돼 외국인의 송금·결제·저축·대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금융시장이 성장 절벽에 직면한 상황에서 외국인을 새로운 고객 기반으로 흡수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서비스 제공을 확대해 왔지만 비대면 신원확인, 신용평가 등에서 여전히 문턱이 높다. 외국인등록증을 보유한 경우에는 계좌 개설이나 신용대출이 가능하지만, 등록증이 없을 경우 여권 진위 확인 시스템 부재로 비대면 방식의 금융 이용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도 대표적 한계로 꼽힌다.
또 다른 구조적 문제는 외국인이 국내에서 금융거래를 시작할 때 필요한 신용·소득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신용카드 발급의 경우 법령상 내·외국인 구별이 없지만, 국내 신용이력이 불충분해 카드사별로 대금지급능력을 개별 판단해야 하고 발급 절차가 내국인 대비 복잡해지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서도 외국인은 한국 생활의 주요 어려움으로 언어(29.8%), 경제적 부담(9.3%) 외에 '은행 및 정부기관 이용'(3.2%)을 꼽았다. 이 같은 실무적·제도적 장애가 외국인의 금융 이용을 지연시키고, 성장하는 시장 규모 대비 금융권의 대응 능력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홍용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부족과 외국인 유치 정책의 확대에 힘입어 국내 체류 및 거주 외국인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외국인의 국내 금융기관 이용 수요도 지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실무적 제약을 해소하고 외국인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금융포용 확대뿐 아니라 기업의 외국인 근로자 유치 여건 개선과 금융산업의 고객 다변화 및 수익기반 확대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정부와 금융기관은 모바일 외국인등록증 기반 실명확인, 다국어 금융서비스 제공, 특화 점포 운영 등 개선을 추진 중"이라며 "향후에도 지속적인 제도 보완을 통해 국내 거주 외국인의 금융접근성을 실질적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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