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의원회관서 '석화 구조개편 정책토론회' 개최전력비 부담 속 현장 불만···산업부 "부처 간 협의 어려워"정부 주도 석화재편···"승인과 지원방안 동시에 발표 예정"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부산 북구을) 주최, 한국화학산업협회 주관으로 '석화업계 구조개편, 어떻게 경쟁력을 높일 것인가?'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이후 추가로 보완해야 할 지점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석유화학특별법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전날 당정에서도 해당 특별법을 신속 승인하기로 하면서 업계에 긍정적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법안은 향후 정부 이송 및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되며 하위법령이 마련되는 대로 이르면 내년 1분기 시행될 전망이다. 특별법에는 ▲사업재편·R&D·설비투자 지원 ▲합병심사·공정거래 절차 단축 ▲정보교환 예외 인정 ▲인허가·환경규제 특례 ▲세제·금융·인력양성 지원 등이 담겼다. 산업 전반의 대규모 재편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
석화 아픈손가락 '전기요금'···산업부 "추가 방안 준비 중"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주제는 단연 전기요금 문제였다. 특별법이 통과된 점은 환영하지만 석유화학 기업들이 '최우선 해결 과제'로 꼽아온 전기요금 감면이 법안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최근 3년간 70% 넘게 뛰었다. 현재는 주택용 전기요금보다도 약 15% 높은 현실이다. 업황 부진에 직면한 올해 초부터 기업들의 전기요금 인하 요구가 꾸준히 제기됐지만 정부는 "특정 산업만을 대상으로 한 전기료 지원이 각국의 보조금·통상 규제와 연결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포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원석 산업통상자원부 화학산업팀 사무관은 "전기요금 관련 내용이 빠져 아쉽다는 현장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며 "한국전력의 약관으로 규정해야 할 사항을 법에 담기 어려운 법 체계 문제와 부처 간 협의 등 복합적인 이유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기업들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안됐고 이를 정리해 기후부와 협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홍준 한국화학산업협회 대외협력본부장은 "석유화학 등 제조업에서 매우 민감한 항목인 전기요금이 급격한 상승으로 올해 2분기 기준 기업 매출원가의 5.11%나 차지하게 됐다"며 "특정 업종에 대한 직접 인하가 어렵다면 산업위기지역에 한해 전력산업기반기금(전기요금의 2.7%)을 면제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을 검토해달라"고 건의했다.
현장 기업들도 같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오옥균 HD현대케미칼 부사장은 "경부하 시간대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 완화가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오 부사장은 "과거에는 경부하와 최대부하 요금 차이가 약 3배 정도여서 낮은 요금대 사용의 유인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차이가 두 배 수준으로 줄어 유인 효과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최소 2~3년이라도 과거 수준의 요금 격차를 회복해주면 기업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문 에쓰오일 상무 또한 "전기요금 부담이 상당한 만큼 유연한 방식으로 부담을 덜어달라"며 "신규 설비 투자에 대한 촉진 정책 지원도 균형 있게 병행해달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구조조정' 제출 압박 D-22···에쓰오일 "우리도 같은 기조"
한편 정부는 지난 8월 20일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 3대 방향 및 정부지원 3대 원칙 등을 포함한 '석유화학산업 재도약 추진방향'을 발표하며 기업들에 이달 말까지 사업재편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한 상태다. 국내 주요 산단인 여수·울산·대산 지역은 약 3주 내에 에틸렌 생산 270만~370만 톤 감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울산의 경우 에쓰오일의 샤힌프로젝트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생산능력 확대가 유력하게 전망되고 있다. 샤힌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추진하는 9조2580억원 규모의 울산 최대 석유화학 신설사업이다. 내년 6월 완료되면 에틸렌 180만톤을 비롯해
▲프로필렌 77만톤 ▲부타디엔 20만톤 ▲벤젠 28만 톤등 기초유분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 울산산단의 에틸렌 생산량(174만 톤)에 샤힌 설비가 더해져 총 354만 톤으로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이경문 상무는 우려를 일축했다. 이경문 상무는 "샤힌 프로젝트는 2022년 시장 분석과 정책 방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장기 관점에서 시작한 사업"이라며 "정부의 구조조정 목적은 단순 감산이 아니라 산업 체질 고도화와 경쟁력 있는 구조로의 전환이다. TC2C 등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첨단·고효율 설비에 9조3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정부가 목표하는 방향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말 롯데케미칼과 HD현대가 대산산단 나프타분해시설(NCC)의 합병안을 제출하면서 정부 구조조정에 처음으로 힘을 실었다. 추정되는 감산 양은 110만톤으로 여수·울산에서 추가로 약 260만톤 감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두 지역 기업들도 제출 시한을 앞두고 막바지 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업계와 원활히 소통하며 기업 건의 과제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재편 승인과 동시에 금융·세제·R&D·규제 완화 등 종합 패키지 지원방안을 함께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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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kohjihy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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