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SDV의 핵심은 소프트웨어가 아닌 '인터페이싱'

전문가 칼럼 양승훈 양승훈의 테크와 손끝

SDV의 핵심은 소프트웨어가 아닌 '인터페이싱'

등록 2025.12.15 09:20

SDV의 핵심은 소프트웨어가 아닌 '인터페이싱' 기사의 사진

최근 현대차그룹 SDV·자율주행 축의 핵심 인물로 거론돼 온 송창현(AVP·42dot) 사임 보도가 나오면서, 조직·전략 방향을 둘러싼 해석이 쏟아졌다. 이 이슈는 "사람이 바뀌었다"를 넘어 SDV 전환이 실제로 어디에서 깨지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그 균열은 대체로 '코딩 실력'이 아니라 조직의 인터페이싱·경계 설계 패착에서 시작한다.

자율주행 기술 트렌드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End-to-End(E2E)로의 이동이다. 주행 이전에 설계하는 규칙 기반 모듈(인지–예측–계획–제어)을 촘촘히 붙여 만든 '스택(stack)'이 아니라, E2E는 주행 과정에서 카메라를 활용한 비전 센서 입력을 받아 뉴럴 네트워크 알고리즘이 학습한다. 테슬라의 FSD는 도시 주행을 단일 신경망 중심으로 전환했다.

E2E 구축의 핵심은 기술 스타일의 변화가 아니라 조직·의사결정 문법의 변화다. E2E 구축을 위해선 데이터–학습–검증–배포 루프가 빠르게 순환하는 것이 경쟁력의 중심이 된다. 즉 "좋은 알고리즘"보다 "좋은 학습 공장(데이터 파이프라인과 연산, 검증 자동화)"이 더 중요하다.

반면 라이다·레이더를 함께 활용한 다중 센서와 중복 안전을 중시하는 흐름도 강하다. 센서 스택은 단순 기술 선택이 아니라 원가, 공급망, 안전 철학, 규제 대응을 한꺼번에 묶는 선택이다. 최근 미국에서 중국산 라이다 센서 퇴출을 추진하는 법안이 나온 것도, 센서가 '부품'이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를 가진 핵심 인프라로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업계에선 "기계 쪽은 보수적이고, 소프트웨어는 빠르다" 같은 조직문화를 종종 언급한다. 하지만 현장 충돌의 핵심은 일하는 방식의 차이보다, 이를 조율할 수 있는 경계설정에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일하는 방식은 "일단 제품을 내고, 업데이트로 고친다"다. 레거시 엔지니어들은 "승인과 책임(법규·리콜·안전)" 검토가 끝났을 때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관행이다. 간극을 줄이는 장치는 승인과 책임을 완화하되 명확하게 합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통합 테스트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책임의 귀속(ownership)도 교통정리 해야 한다. 경계가 잘 조율되지 않으면, 개발 조직에서 완성품 대신 데모 버전만 늘고 공회전 끝에 실제 상용기술 출시가 줄어들 수 있다.

애자일 방식은 "빨리 만들자"가 아니다. 경계를 빠르게 재설계하고, 선택을 빨리 확정하고, 실패 비용을 제한하는 포트폴리오 운영이다. 현대차그룹이 'Pleos' 브랜드를 띄우고 개발자 컨퍼런스·표준 포럼을 통해 파트너 협업과 개발 생태계를 강조한 것도, 결국 인터페이스를 산업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시도다.

현대차 SDV 전환 이슈의 질문은 기술 선택보다는 혁신 조직을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가깝다. SDV는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잘하는 팀"을 만드는 문제가 아니다. 업계가 E2E와 비전 센서 중심의 기술 문법을 받아들이면서도, 자동차 산업의 기존 하드웨어로서의 차량을 개발하던 조직과 SW 엔지니어 조직간의 인터페이싱을 설계하는 조직 역량의 문제이다. 좀 더 넓게는 테슬라처럼 수직 통합 형태로 다시 짜임새 있게 조직하거나, 중국처럼 외부의 생태계를 활용하거나, 이도 아니라면 사내 벤처와 M&A를 활용하여 내-외부의 협업 구조를 잘 만드는 것의 조합 중 선택도 포함한다.

그런데 문제는 지속적으로 학습 비용을 내기에는, 이제 본격적으로 주행을 통한 E2E 학습이 전개되고 테슬라의 차량도 서울 시내를 활보하기 시작했다는 데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현대자동차가 60년간 긴박한 상황 속에서 잘 적응해온 것처럼, SDV 전환이라는 상황 속에서도 다시금 조직역량을 잘 발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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