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11조원' 백기사 데려온 고려아연···영풍·MBK는 이제 美와 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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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조원' 백기사 데려온 고려아연···영풍·MBK는 이제 美와 싸워야

등록 2025.12.16 14:21

수정 2025.12.16 14:27

신지훈

  기자

최윤범 회장, 美정부 함께 11조 합작 투자韓美 산업·안보로 확장되며 강력한 방패 얻어유상증자로 지분율 변동···경영권 분쟁 새국면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미국 정부와 함께 총 11조원 규모의 초대형 투자를 단행한다. 글로벌 핵심 광물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미국의 국가 전략에 동참하는 동시에, 미국 정부를 백기사로 끌어들이며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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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미국 정부와 11조원 규모 비철금속 제련소 투자 추진

미국 공급망 재편 전략에 동참하며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 확보

숫자 읽기

투자 규모 11조원(약 74억 달러)

영풍·MBK 지분 44.24%, 최윤범 측 19.41%(우호세력 포함 32%대)

유상증자 후 JV가 10.3% 신주 취득 시 영풍·MBK 지분 40%로 희석, 최윤범 측+JV 39%대

현재 상황은

고려아연, 미국 합작법인 대상으로 유상증자 결정

미국 상무부 장관, 미국 안보·제조업 우선권 확보 강조

영풍·MBK 연합,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하며 반발

맥락 읽기

미국 정부와의 협력으로 경영권 분쟁이 산업·안보 이슈로 확장

법적 공방 예상되나, 미국 국가 전략사업 프레임이 최윤범 측에 유리하게 작용

과거 한진칼 사례처럼 신주발행 금지 가능성 낮다는 업계 평가

향후 전망

법원, 유상증자 적법성 여부 판단 예정

영풍·MBK 연합의 반발에도 신주발행 제동 어려울 전망

미국과의 협력 명분이 경영권 방어 논란을 덮을 가능성 높음

반면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수세에 몰리게 됐다. 지분 싸움 우위도 사라진 데다, 단순히 경영권 분쟁이란 프레임을 넘어 미국의 산업, 안보 정책과 연결된 사안으로 확장됐기 때문이다.

16일 업계는 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에 총 11조원(약 74억 달러)을 들여 비철금속 통합 제련소를 건설하는 '크루서블 프로젝트'가 최윤범 회장에게 강력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정부와 손잡고 총 11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히는 한편, 전날 열린 이사회를 통해 미국과의 합작법인(JV)을 대상으로 신주 10.3%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2026년부터 미국은 한국 아연(고려아연)의 글로벌 생산에 대한 우선 접근권을 확보해 미국의 안보와 제조업을 최우선에 둘 것"이라며, 고려아연이 주도하는 이번 프로젝트가 미국에 있어 글로벌 핵심 광물의 '탈중국 공급망 구축'이라는 결과물을 안겨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마이클 윌리엄슨 록히드마틴 인터내셔널 사장,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제공(왼쪽부터)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마이클 윌리엄슨 록히드마틴 인터내셔널 사장,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제공

시장에서는 크루서블 프로젝트가 최윤범 회장 측 고려아연 경영진에게 영풍·MBK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 있어 강력한 백기사가 되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이번 유상증자가 성공하면 최 회장 측 지분이 최대주주인 영풍·MBK 측 지분과 대등해진다. 현재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 지분 44.24%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은 19.41%다. 우호세력 지분을 포함해도 32%대에 그친다.

이번 유상증자로 미국 정부와의 JV가 고려아연 발행주식 총수의 10.3%를 신주 취득하게 되면 영풍·MBK 측 지분은 40% 수준으로 희석될 것이 불가피해진다. 최 회장 측 지분도 29%대로 희석되지만 JV 지분 10.3%를 합치면 영풍·MBK 측 지분율과 대등해진다.

더욱이 러트닉 장관까지 나서 고려아연의 이번 투자 결정을 환영하면서 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의 경영권 분쟁은 미국의 제조·안보 정책까지 연결된 사안으로 확장됐다. 양측의 분쟁이 고려아연 쪽으로 승기가 기울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 동맹과 경제 안보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라는 명분은 향후 법적 공방에서 경영권 방어용이라는 영풍·MBK 측의 주장을 반박할 강력한 방패가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영풍·MBK 연합이 아무리 정교하게 반박해도 '미국 핵심광물 탈(脫)중국 프로젝트 흔들기'라는 프레임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미다.

'11조원' 백기사 데려온 고려아연···영풍·MBK는 이제 美와 싸워야 기사의 사진

영풍·MBK 연합은 즉각 이번 신주 발행이 무효라며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영풍·MBK 연합 측은 "미국 제련소 건설 사업에 반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면서도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최윤범 회장의 지배력 유지를 목적으로 설계된 신주배정이 상법과 대법원 판례가 엄격히 금지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상법에서 유상증자는 필요한 경우에 한해 엄격한 요건 아래 제3자에게 신주가 배정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신주 발행 시 이를 무효라고 본다. 여기서 적법한 요건은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다.

향후 법원은 고려아연의 크루서블 프로젝트와 관련한 유상증자가 적법한 요건을 갖췄는지 따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풍·MBK 연합은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뤄진 이번 유상증자가 최 회장 측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영풍·MBK 연합 측의 이러한 주장으로는 신주발행을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실제 지난 2020년 한진칼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진행한 유상증자에 대해 KCGI가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기각된 바 있다.

MBK파트너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비판적인 여론도 영풍·MBK 연합에게는 부담이다. 법원도 이번 가처분 신청을 더욱 신중히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외교 리스크를 꺼리는 국민여금과 해외 연기금 등 출자자(LP)들의 압박까지 더해지면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질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더욱이 크루서블 프로젝트가 미국 정부가 깊숙이 개입된 국가 전략 사업으로 꼽히는 만큼, 법원이 이를 단순히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방어 목적으로 해석해 제동을 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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