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더블 S'의 신경전···울산 석유화학 재편안, 데드라인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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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S'의 신경전···울산 석유화학 재편안, 데드라인 넘긴다

등록 2025.12.19 06:00

차재서

  기자

구조조정안 제출 시한 도래에도 울산 산단은 안갯속 '샤힌 프로젝트'도 감산?···SK·에쓰오일 갈등 여전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정부가 제시한 석유화학 구조조정안 제출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수·대산과 달리 울산 지역 재편 논의는 안갯속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과 에쓰오일, 대한유화가 엇갈린 이해관계로 평행선을 달리는 탓이다. 업계에선 정부의 압박 속에도 이들 3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구조조정 시나리오 수립이 지연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울산 석유화학단지 핵심 기업 SK지오센트릭과 에쓰오일, 대한유화는 정부가 제시한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을 놓고 수개월째 논의를 이어왔으나,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시간이 하루 더 남긴 했지만, 합의할만한 사안이 없는 현 상황에서 기다리는 게 의미가 있나 싶다"면서 "이대로라면 기한 내 구조조정안을 수립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부는 구조조정안 제출 시한을 연말로 설정했다가 최근 들어 이를 19일까지로 앞당겼다. 여수 석유화학 산업단지 내 LG화학과 GS칼텍스 등이 이에 발맞춰 NCC(나프타 분해시설) 통합 운영 등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울산 내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은 감산을 둘러싼 기업의 서로 다른 판단 때문으로 알려졌다. SK지오센트릭과 에쓰오일이 감산 대상과 책임을 놓고 정면으로 맞서면서 논의가 사실상 제자리걸음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전언이다.

대한유화를 포함한 이들 3사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컨설팅을 의뢰했고 두 가지 시나리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66만톤 규모 SK지오센트릭 공장을 폐쇄하는 방식 또는 3사 모두 일정 부분 생산량을 줄이는 방식 등이다.

그러나 에쓰오일이 감산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한편, SK지오센트릭 공장을 닫는 쪽으로 여론을 몰아가면서 두 기업의 갈등이 촉발된 것으로 파악됐다.

불을 지핀 것은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다. 9조원을 들인 초대형 석유화학 통합 신설 사업인데, 내년말 상업가동을 시작하는 이 설비를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따라서 생산량 감축보다 체질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피력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의 생각은 다르다. 기존 설비만 감산·폐쇄하고 신규 설비를 그대로 두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며, 공급 조절 효과도 반감시킬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생산량을 애써 줄여도 신규 설비가 가동되면 그 수치가 다시 늘어나니 구조조정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간다는 논리에서다. 샤힌 프로젝트는 연 180만톤의 에틸렌 생산 능력을 갖춘 설비로 구축되고 있다. 현재 울산 석유화학 단지 내 총 생산 규모(약 170만톤)보다도 크다.

그렇다고 대한유화의 공장을 닫을 수는 없다. 에틸렌 생산능력(약 90만톤)만 놓고 보면 SK지오센트릭이나 에쓰오일을 웃돌지만, 단일 설비로 운영되고, 기업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아 설비 폐쇄가 회사 존립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업계에선 에쓰오일이 태도를 바꾸는 등 3사의 양보와 협력 없인 울산 석유화학 재편 논의가 장기 표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당장 NCC 폐쇄 여부를 결정하기보다 샤힌 프로젝트의 영향부터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기업이 제출한 계획서를 신속히 심의한 뒤 실효성을 따져 지원 방안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앞선 간담회에서 구조조정안 제출기한을 연장할 계획은 없으며, 이를 맞추지 못하면 정부 지원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업계 관계자는 "울산의 경우 이해관계자가 많고 신규 투자라는 특수성도 있어 협상이 어려울 것으로 점쳐져왔다"면서 "그래도 정부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만큼 이들 기업이 어떻게 움직일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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