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실적 중심 보상 관행 지속···지난해 성과보수 1.4조원장기성과 연계·이연·환수 미흡···"과도한 위험 추구" 지적금감원, 전문가 의견 반영해 성과보수 제도 개선 추진
금융감독원은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금융회사 성과보수체계 선진화를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학계와 법조계, 금융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회사 성과보수 체계의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향후 개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황선오 금융감독원 기획·전략 부원장보는 모두발언에서 금융감독이 금융소비자 보호 중심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성과보수 체계 논의가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황 부원장보는 "단기 실적에 치중한 성과보수 운영이 금융회사 재무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으며 나아가 전체 금융시스템 안정성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금융회사 성과보수 체계의 선진화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황 부원장보는 성과보수 체계 개선의 원칙을 제시했다. 먼저 성과보수 체계는 금융회사의 건전한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하고 이 과정에서 금융소비자 보호가 함께 강화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금융회사와 임직원이 본연의 업무 성과뿐 아니라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기여한 성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이에 상응하는 성과보수가 지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성과보수 산정 시 임직원의 장기성과와의 연계 비율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도 뒤따랐다. 법에서 정한 규제를 형식적으로 준수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투자성 상품의 존속기간과 성과보수 이연기간을 일치시키는 등 실질적인 관점에서 장기성과 연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부동산 PF 등에서 과도한 성과보수를 노리고 위험을 확대하는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 성과보수 체계의 적정성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필요 시 적시에 조정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공개된 금융감독원의 점검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성과보수 발생 총액은 1조396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1조557억원 대비 32.2% 증가한 수치다. 금융권역별로는 금융투자업권의 성과보수 발생액이 972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은행 1760억원, 보험 1363억원, 여전 563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일부 금융회사에서는 성과보수를 형식적으로 이연하거나 조정·환수 기준을 불명확하게 운영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투자성 상품의 존속기간과 무관하게 최소 수준의 이연기간을 적용하거나 현금 지급 비중이 높아 장기성과와의 연계성이 낮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내규에 성과보수 조정·환수 사유와 절차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실제 환수 사례가 거의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성과평가 방식 역시 수익성 중심으로 설계된 경향이 강했다. 성과평가 시 수익성 지표에 높은 배점을 부여하는 반면 금융소비자 보호나 건전성 관련 지표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보수위원회와 주주에 의한 통제가 미흡하고 성과보수 세부 현황에 대한 공시가 부실해 시장 규율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도 개선 과제로 제시됐다.
주제 발표에 나선 최범전 금융감독원 감독총괄국 팀장은 이러한 점검 결과를 토대로 성과보수 체계 전반의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그는 성과보수의 실질적인 이연과 환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단기 실적 추구와 과도한 위험 부담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해외 사례를 발표한 김형석 카이스트 교수는 성과보수가 기업 가치 증감과 동기화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금성 보수 지급을 자제하고 성과조건부 주식 지급을 확대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성과보수에 대한 실질적인 환수가 가능하도록 클로백 제도를 도입하고, 성과보수를 퇴직·연금 계좌로 관리해 지급을 유보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자유 토론에서는 성과보수 규제의 균형 필요성도 언급됐다. 홍명종 변호사는 성과보수를 시장 자율에만 맡길 경우 과도한 리스크가 초래될 수 있는 반면 규제가 지나치면 기업의 창의성과 혁신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는 보수 승인 절차의 형식화를 개선하기 위해 주주 의견을 반영하는 제도 도입과 주식 기반 보상, 보수 환수 강화를 제안했다.
김충진 금융감독원 감독총괄국장은 "금융회사 성과보수체계는 금융시스템 안정성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업계 등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제도 개선 방향을 수립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으로 금융회사 성과보수 체계의 취약 부분에 대한 중점 점검을 지속할 것"이라며 "이번 세미나에서 제기된 의견을 토대로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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