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법원, 고려아연 유상증자 인정···경영권 분쟁 새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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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고려아연 유상증자 인정···경영권 분쟁 새국면

등록 2025.12.24 14:16

김제영

  기자

미국 제련소 투자 둘러싼 지분 재편영풍·MBK 측 주장 받아들여지지 않아최윤범 회장 우호 지분 42%대로 상승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제기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곧 다가올 주주총회 국면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이사회 장악력이 더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이날 양측에 결정문을 송달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고려아연이 미국 제련소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한 조치다.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어 총 11조원을 투자하는 미국 내 비철금속 제련소 건설 방안과 함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안건을 의결했다.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 등이 신설하기로 한 합작법인(JV)은 오는 26일 약 2조8500억원을 납입하고, 고려아연 신주 10.59%를 취득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영풍·MBK 측은 미국 투자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번 투자 구조가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염두에 둔 설계라며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채무자(고려아연)가 미국 정부의 제안을 수용해 이 사건 거래를 추진한 것은 경영 판단의 재량 범위 내에서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경영상 필요성을 인정했다.

또 미국 정부가 참여한 합작법인을 대상으로 한 신주 발행 방식이 주주배정 유상증자 등 다른 자금 조달 대안과 비교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영풍·MBK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고려아연의 대미 투자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이번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미국 측 우호 지분 10.59%를 추가로 확보하게 됐다. 그동안 영풍·MBK 측과의 지분 경쟁에서 불리했던 구도가 상당 부분 해소되며, 경영권 분쟁 흐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현재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 지분 약 45.85%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최윤범 회장 및 특수관계자(19.81%), 한화(8.6%), LG화학(2.1%) 등 우호 지분을 합쳐 약 30.51% 수준이다.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기존 지분율은 희석되지만, 최 회장 측은 미국 합작법인 지분 10.59%를 추가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 국민연금(4.8%)까지 포함할 경우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은 약 42%대로 올라선다. 반면 영풍·MBK 측 지분은 약 41%대로 낮아져, 수치상 최 회장 측이 근소하게 우위를 점하는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한편 영풍·MBK 측은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에 아쉬움을 표한다"면서도 "고려아연 최대주주로서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가 미국뿐 아니라 고려아연과 한국 경제 전반에 실질적인 '윈윈'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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