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플랫폼 확산에 은행 중심 성장 모델 한계 사업방식·조직 문화 바꾸는 과감한 실행력 주문예대 의존 줄이고 WM·IB·투자 역량 확대 당부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2일 오전 신년사를 내고 '변화와 혁신'을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은행 중심 성장 모델과 예금·대출 위주의 수익 구조가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인식의 배경에는 금융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AI와 플랫폼 기술은 금융의 접점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고, 자본과 자산은 예금에서 자본시장 상품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보호 규제 강화와 내부통제 책임 확대까지 겹치면서 금융회사의 사업 방식과 조직 운영 전반을 다시 설계하지 않으면 지속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4대 회장이 신년사에서 기술과 자본시장, 소비자 보호를 동시에 언급한 이유다.
공통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AI와 디지털 기술을 보조 수단이 아닌 금융 질서를 바꾸는 요인으로 인식했다는 점이다. 진 회장은 디지털 자산과 Web3, 에이전틱 AI 확산으로 기존 금융사의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고, 함 회장은 AI 투자가 금융산업의 판을 바꿀 '큰 파도'라고 규정했다. 임 회장과 양 회장 역시 AX(인공지능 전환)를 경영 전략의 핵심 축으로 제시하며 기술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다른 공통 키워드는 '생산적 금융' 확대다. 4대 금융 회장은 예금과 가계대출 중심 성장 모델의 한계를 인정하고 자산관리(WM)·IB·투자 역량 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생산적 금융과 자본시장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그룹의 중장기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이 신년사 전반에 반영됐다.
아울러 생산적 금융·포용금융·금융소비자 보호를 '본업'으로 재정의한 점도 공통적이다. 과거처럼 규제 대응이나 사회공헌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구조 안에 내재화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났다. 내부통제 강화 역시 단순한 관리 이슈가 아니라, 금융 신뢰를 지탱하는 핵심 기반으로 강조됐다.
이 같은 공통 인식 위에서 회장별 메시지는 각 그룹의 상황에 맞게 차별화됐다. 먼저 양 회장은 "관습과 기득권을 어떻게 지킬지만 고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며 "AI·플랫폼 확산과 자본 이동 가속 속에서 기존 사업방식의 전환과 고객·시장 확장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올해 경영전략 방향을 '전환과 확장'으로 설정한 양 회장은 생산적 금융과 머니무브 대응, 자문·상담 중심 영업, 자본 효율적 IB로의 체질 전환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진 회장은 "기술이 금융의 질서를 바꾸는 대전환이 이미 시작됐다"며 "혁신에 대한 절박함이 조직의 DNA이자 습관이 되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AX·DX 가속과 생산적 금융, 금융소비자 보호를 축으로 중기 전략인 'Great Challenge 2030'의 본격 실행도 선언했다.
함 회장은 가장 직설적인 표현으로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함 회장은 "이대로는 안 된다"며 은행 중심 성장 모델의 한계와 비은행 부문의 부진을 동시에 짚었다. 바이온트 댐 붕괴 사례를 언급하며 미봉책의 위험성을 강조했고, 생산적 금융 전환과 자산관리·IB 체질 개선, 소비자보호의 '개혁 수준' 고도화를 주문했다.
임 회장은 지난 3년을 '기초 체력 구축의 시간'으로 평가하면서 2026년을 도약의 출발점으로 기대했다. 보험업 진출로 종합금융그룹 체제를 완성한 성과를 바탕으로 생산적 금융과 AX 선도, 그룹 시너지 창출을 통해 미래동반성장을 주도하겠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신뢰와 정직, 고객 최우선 원칙을 반복적으로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신년사는 금융업 전반이 맞닥뜨린 구조적 변화와 새로운 성장 방식에 대한 고민의 결과로 봐야 한다"며 "AI와 자본시장 환경 변화는 이미 시작된 흐름인 만큼 이를 어떻게 사업과 조직에 반영하느냐에 따라 금융지주 간 격차가 본격적으로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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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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