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석유화학 불황, 장기전 신호···'구조 불황의 서막'

산업 에너지·화학

석유화학 불황, 장기전 신호···'구조 불황의 서막'

등록 2026.02.09 06:30

고지혜

  기자

누적 적자로 재무 체력 소진투자·증설 전략 재검토 불가피어떻게 버티느냐가 생존 관건

석유화학 불황, 장기전 신호···'구조 불황의 서막' 기사의 사진

국내 석유화학 업계를 대표하는 주요 기업들이 지난해 일제히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글로벌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가 겹치며 업황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적자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불황이 과거 경기 사이클 조정과는 다른, 체력 소진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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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Point!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 2023년 일제히 실적 부진

공급 과잉, 수요 둔화 겹치며 업황 침체 장기화

적자 구조 고착화 우려 커짐

숫자 읽기

롯데케미칼 4년 연속 영업적자, 누적 손실 3조원 육박

한화솔루션 2023년 영업손실 3533억원, 적자 폭 확대

LG화학 본업 기준 영업손실 1650억원, 금호석유화학도 4분기 영업이익 80% 급감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 등도 화학 부문 적자

맥락 읽기

이번 불황 단순 경기 사이클 아닌 구조적 위기 진단

중국발 증설로 공급 과잉, 범용 제품 수요 질적 둔화

경기 반등만으로 수익성 회복 어려운 상황

현재 상황은

기업 재무 체력 빠르게 악화

LG화학 등 현금 유동성 확보 위해 자회사 지분 매각 추진

정부 구조조정 기조에 업계 선제적 대응 필요성 대두

향후 전망

단기적 감산·비용 절감만으로는 한계 뚜렷

정부 요청에 따라 NCC 설비 감축·통합 계획 제출

실제 구조조정 실행까지 최소 1년 소요 예상

기업 생존 위해 버티기 전략 필수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8조4830억원, 영업손실 943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7.1% 감소했고, 영업손실 규모는 3.2% 확대됐다. 이로써 롯데케미칼은 4년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가게 됐다. 2022년 7626억원, 2023년 3477억원, 2024년 8948억원의 영업손실이 누적되며 손실 규모는 3조원에 육박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역시 약 2155억원 규모의 영업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솔루션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 353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3002억원)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매출은 13조3544억원으로 전년 대비 7.7% 증가했지만 수익성 악화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4분기에는 영업손실 478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영업이익 1070억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석유화학 부문의 마진 악화가 실적에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다.

LG화학은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 45조9322억원, 영업이익 1조1809억원을 기록하며 외형상 흑자를 유지했다. 다만 배터리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별도 기준으로는 영업손실 1650억원을 기록해 석유화학을 포함한 본업의 수익성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업계가 상대적으로 선방할 것으로 기대했던 금호석유화학마저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2718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감소 폭은 0.4%에 그쳤다. NCC(나프타 분해설비)를 보유하지 않고 합성고무 등 고부가가치 소재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비교적 방어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4분기 들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0% 넘게 급감하는 어닝쇼크를 기록하며, 고부가 전략 역시 업황 급랭을 피하지는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외에도 SK이노베이션의 화학사업 부문은 지난해 영업손실 2365억원,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부문 역시 136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사실상 대부분의 석유화학 기업이 실적 타격을 입은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석유화학 불황을 과거 경기 사이클에 따른 일시적 침체와는 구분해 봐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중국발 대규모 증설에 따른 구조적 공급 과잉과 범용 석유화학 제품 수요의 질적 둔화가 동시에 진행되며 업황 회복의 전제가 약화됐다는 이유에서다. 단순한 경기 반등만으로는 수익성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 불황'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다.

이 여파로 석유화학 기업들의 재무 체력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실제로 LG화학은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가능성을 일축했던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축소 카드를 꺼내 들며, 현금 유동성 확보와 재무 구조 개선에 나선 상황이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당분간 개별 기업 차원의 감산이나 비용 절감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정부가 제시한 구조조정 기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지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석유·화학 업계에 NCC 설비 감축을 요청한 가운데 각 단지에서 제출한 통합·폐쇄 계획은 당초 목표치를 웃도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며 "실제 설비 통합과 구조 개편이 현장에서 실행되기까지는 최소 1년가량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그 기간을 어떻게 버티느냐가 기업 생존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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