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중소기업 연체율 양극화 심화취약 중소기업 제도권 밖으로 내몰려수치 채우기 아닌 실질적 지원책 시급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기초 체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이 한계에 내몰리고 있다. 매출은 제자리걸음이거나 줄어드는데, 대출 금리는 오르면서 이자조차 감당하기 버거운 '한계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문제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 기조와 은행의 리스크 관리 현실이 충돌하며 빚어지는 역설이다. 당국은 은행권에 이자 장사 비판을 하며, 자금을 부동산이 아닌 생산적인 곳, 즉 중소·벤처기업으로 흘러가게 하라고 주문한다. 은행 입장에서도 기업 대출은 가계 대출 규제 속에서 놓칠 수 없는 성장 동력이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연체율이 9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상황에서 은행들이 무턱대고 중기대출 빗장을 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은행들이 찾은 해법은 '우량 차주 솎아내기'다. 외형상으로는 중소기업 대출 잔액을 늘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상환 능력이 확실한 우량 중소기업에만 자금을 공급하고 저신용·한계 기업에 대한 대출은 깐깐하게 심사하는 식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이러한 흐름은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월 5대 시중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 증가폭은 2조6000억 원 수준에 그쳤다. 전년 동월 증가폭(약 5조1000억 원)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연체율 관리에 비상이 걸린 은행들이 연초부터 대출 태도를 보수적으로 전환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생산적 금융'이라는 명분 아래 은행들은 우량 기업 모시기에만 열을 올리고, 정작 자금 수혈이 절실한 취약 중소기업은 제도권 금융 밖 고금리 대출로 내몰리는 '중기 대출의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비가 오면 우산을 뺏는다는 은행의 행태를 비판하기에 앞서, 건전성 악화를 방어해야 하는 은행의 딜레마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대출 확대 압박이 아니다. 단순히 돈을 더 빌려주는 식의 연명 치료보다는 부실 징후 기업에 대한 선제적인 채무 조정이나 경쟁력 강화를 돕는 실질적인 핀셋 지원책이 시급하다. 수치 채우기식의 생산적 금융은 결국 부실의 이연일 뿐이다.
뉴스웨이 문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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