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소비자가 듣고 싶은 건 책임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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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듣고 싶은 건 책임론이 아니다

등록 2026.03.11 15:53

이승용

  기자

reporter
주유소 가격표는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이는데, 숫자에 대한 설명은 늘 한발 늦다. 소비자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이유는 단순히 부담이 커져서만은 아니다. 왜 이렇게 빨리 오르고, 왜 이렇게 크게 체감되는지에 대한 납득할 만한 답을 좀처럼 듣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름값은 숫자 몇 개의 변화처럼 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출퇴근 비용이고 누군가에게는 생업을 이어가기 위한 고정비다. 그래서 유가 상승은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 생활비 전반을 흔드는 불안으로 번진다. 자동차를 몰아야 일할 수 있는 자영업자와 물류 종사자, 장거리 출퇴근자에게는 체감 부담이 훨씬 크다. 유가가 오를 때마다 가계의 다른 지출을 줄여야 하는 현실도 함께 따라온다.

기름값이 흔들릴 때마다 국내 대응은 대체로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정부는 정유업계를 향해 책임을 묻고, 시장에서는 담합 가능성과 가격 통제 필요성이 함께 거론된다. 가격 급등 국면에서 시장을 점검하고 이상 징후를 살피는 일은 물론 필요하다. 실제로 경쟁을 해치는 행위가 있었다면 당연히 엄정하게 조사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국면마다 정유사를 먼저 겨누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정작 소비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설명은 뒤로 밀린다는 것이다. 책임을 따지는 목소리는 크지만, 가격을 둘러싼 구조와 대책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반면 일본의 접근은 조금 다르다. 일본 역시 국제유가가 출렁일 때마다 연료비 부담을 둘러싼 민심 압박을 받아왔지만, 정부 대응의 초점은 원인 색출보다 소비자 충격을 어떻게 완충할 것인지에 맞춰져 있다.

실제 일본 정부는 기존의 연료유 가격 완화 대책을 2025년 5월부터 정액 지원 방식으로 재편했고, 전국 평균 가솔린 가격이 리터당 약 185엔 수준일 때 10엔을 지원해 약 175엔 수준으로 부담을 낮췄다. 여기에 2025년 11월 중순부터는 보조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잠정세율 폐지와 같은 수준의 가격 인하 효과가 순차적으로 나타나도록 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시장을 향해 강한 경고를 보내기보다 이미 오른 가격이 가계와 생업에 미치는 충격을 어떻게 흡수할지에 먼저 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시장 구조와 정책 수단이 같지 않은 만큼 해법까지 같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고통을 정책의 출발점에 놓았다는 점은 배워야 한다.

기름값이 오를 때마다 책임 공방에만 몰두하고, 정작 왜 이런 가격이 형성됐는지, 정부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비어 있다면 불신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설명 없는 압박은 소비자의 불만을 잠재우지 못한다. 방법은 달라도, 정책은 결국 소비자가 체감하는 고통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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