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120달러대 치솟고 정제마진 두 배 확대작년 811억원서 올해 5조9635억원으로 '폭증'
중동 분쟁에 따른 유가 급등과 정제마진 상승에 힘입어 국내 정유 4사의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6조원에 육박했다. 전쟁 전 배럴당 60달러대였던 두바이유가 3월 120달러대까지 치솟고,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도 두 배 이상 뛰면서 정유사 실적을 끌어올렸다. 다만 1분기 호실적의 상당 부분이 재고효과와 래깅효과에 따른 일시적 이익인 만큼, 하반기 유가가 안정될 경우 실적 둔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올해 1분기 합산 매출은 53조9050억원, 합산 영업이익은 5조963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합산 매출 약 48조3751억원과 비교하면 매출은 5조5299억원(11.4%) 증가했고 합산 영업이익은 811억원에서 올해 5조9635억원(7253%)으로 폭등했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매출 24조2121억원, 영업이익 2조1622억원을 기록했다. GS칼텍스는 매출 13조347억원, 영업이익 1조6367억원을 냈고, 에쓰오일은 매출 8조9427억원, 영업이익 1조2311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HD현대오일뱅크도 매출 7조7155억원, 영업이익 9335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정유사들의 호실적은 지난 2월 28일 이란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커지면서 원유와 석유제품 가격이 동반 상승한 결과다.
실제 두바이유 가격은 전쟁 이전 3개월 평균 배럴당 63.9달러에서 3월 평균 128.5달러로 두 배 수준까지 뛰었다. 국내 정유사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 가격이 급등한 데다, 공급 차질 우려로 가격이 빠르게 올랐다.
원유가격이 급등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제마진도 상승했다. 2월 배럴당 평균 11.8달러 수준이던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3월 29.3달러까지 상승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진 데다, 항공유와 경유 등 중간유분 제품 수급이 빠듯해지면서 아시아 정제마진이 큰 폭으로 확대된 것이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효과와 제품 마진 개선이 동시에 반영됐다.
국내 정유사들은 산유국과의 지리적 거리, 원유 운송·저장·정제 기간 등을 고려해 일정 규모의 재고를 보유한다. 이 때문에 유가 상승기에는 과거 낮은 가격에 들여온 원유가 제품 원가에 반영되는 동안, 판매가격은 오른 유가를 빠르게 반영해 수익성이 개선된다. 원유 구매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 사이에서 발생하는 래깅효과가 영업이익 확대에 작용한 것이다.
정유사들의 호실적 흐름은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5월 단기 에너지 전망에서 중동 지역 공급 차질 영향으로 올해 2분기 글로벌 원유 재고가 하루 평균 850만배럴 감소하고, 브렌트유 가격이 5~6월 배럴당 106달러 안팎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 불안이 지속되면서 경유·항공유·등유 등 중간유분 제품 수급이 빠듯해져 정제마진 상승이 지속되는 것이다.
다만 하반기부터 실적 둔화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IA는 중동 지역 생산이 점차 회복될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올해 4분기 평균 89달러, 2027년에는 79달러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가 안정되거나 하락세로 돌아서면 1분기 실적을 밀어 올린 재고 관련 이익과 래깅효과는 빠르게 축소될 수 있다.
또한 원유 조달비 상승도 부담으로 작용 할 수 있다. 중동산 원유 수급 불안이 길어지면 정유사들은 대체 원유 확보와 수입선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원유 프리미엄과 운송료, 보험료 등 부대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석유제품 수요가 둔화돼 정제마진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1분기에는 원유 가격 상승과 제품 가격 반영 시차가 정유사 실적에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이 효과는 유가 하락기에는 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며 "하반기 유가가 80~90달러대로 낮아질 경우 재고 관련 이익은 줄어드는 반면, 대체 원유 확보와 운송·보험 비용 부담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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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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