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재·원료 동시 흔들···4월 분기점 공급망 비상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석유화학 핵심 원료다.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 유분을 거쳐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등 플라스틱 수지로 가공되며, 이는 비닐, 용기, 트레이, 섬유, 합성고무 등 거의 모든 공산품의 기초 소재가 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장기화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세계 나프타 물량의 약 45%가 통과하는 이 해협의 리스크가 커지면서 원유뿐 아니라 나프타 수급까지 흔들린 것이다. 실제로 올해 1월 톤당 595달러였던 나프타 가격은 이달 1100달러를 넘어섰고, 에틸렌 가격도 700달러대에서 1400달러 수준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나프타 재고가 2주분에 불과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국내 석유화학 1, 2위 업체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최근 고객사에 에틸렌과 ABS 등 주요 소재 공급이 어려워질 가능성을 통보했으며, 일부 제품 가격은 최대 60%까지 인상됐다.
충격은 포장재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플라스틱 수지 공급이 줄면서 비닐, 필름, 페트병, 식품 용기 등 생산이 흔들리고 있다. 뷰티 업계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플라스틱 수지는 화장품 용기의 핵심 소재일 뿐 아니라, 아세톤 등 화학 원료의 기초 재료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클렌징 제품, 향수, 네일 제품 등에 사용되는 아세톤 가격은 최근 2주 사이 약 50% 올랐다.
문제는 포장재와 원료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화장품 산업은 내용물을 생산해도 용기와 펌프, 파우치를 확보하지 못하면 출하가 불가능하다. 실제 현장에서는 페트병과 필름, 포장 파우치 등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과 납품 지연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공급망 방어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은 대체 물류 경로 확보 등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며, 한국콜마는 외부 협력사 조달과 패키징 자회사를 활용해 공급 리스크를 분산했다. ODM·OEM 업체와 브랜드사들도 공급처 다변화와 재고 확보를 병행하고, 일부는 생산 일정 조정과 제품 믹스 재편까지 검토 중이다. 다만 석유화학 기반 공급망 특성상 단기간 내 조달선을 바꾸기 어려워 실질적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소·인디 브랜드는 선구매와 재고 비축 여력이 부족해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업계에도 포장재 수급 불안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플라스틱 수지 공급 차질로 비닐과 용기, 트레이 등 주요 포장재 확보가 곤란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식품은 대부분 개별 포장 단위로 유통되기 때문에 포장재 확보 여부가 곧 출하로 직결된다. 업계 관계자는 "포장재가 부족하면 생산 완료 제품도 시장에 내놓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주요 식품사들은 비축해둔 포장재 재고로 대응 중이다. 농심은 계열사 율촌화학을 통해 2~3개월분 재고를 확보했고, 오뚜기는 약 1000종 포장재 재고를 점검하며 태스크포스를 운영 중이다. 빙그레는 필름류 수급 상황을 고려해 생산 일정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원료 수급 불안이 지속될 경우 단가 상승 압력도 커질 전망이다. 최근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으로 일부 제품 가격을 낮춘 상황에서 포장재 비용까지 오르면 기업들의 수익성 방어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는 이미 이상 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일부 포장재 접착제 재고는 한 달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물량을 선점하면 중소업체는 원재료 확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4월을 1차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통상 1~3개월 수준의 원부자재 재고로 유지되던 '완충 구간'이 끝나면, 포장재와 원료 조달 비용 상승이 생산 현장에 바로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단순한 원가 상승을 넘어 생산 차질과 출하 지연이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하면 2분기부터 대형 업체까지 영향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원료에서 포장재, 완제품으로 이어지는 전 생산 밸류체인을 흔드는 구조적 공급망 리스크"라며 "현재는 재고로 버티는 단계지만, 장기화될 경우 생산과 가격이 동시에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다혜 기자
kdh0330@newsway.co.kr
뉴스웨이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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