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퇴출 피하려 몸집 줄인 상장사들···실질 기업가치 제고는 '미지수'

증권 종목 NW리포트

퇴출 피하려 몸집 줄인 상장사들···실질 기업가치 제고는 '미지수'

등록 2026.04.01 15:32

김호겸

  기자

관리종목 지정 앞두고 코스닥 저가주 병합 급증기업가치 개선 없는 조치에 실질 효과 의문시가총액 기준 강화, 무더기 상장폐지 우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오는 7월 금융당국의 '동전주 퇴출' 제도 시행을 앞두고 상장사들의 주식병합이 급증하고 있다.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워 퇴출 요건을 회피하려는 시도지만 기업가치 개선이 없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식병합을 공시한 상장사는 140여 곳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0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지난달 한 달 동안에만 120곳이 넘는 기업이 병합을 공시했으며 이들 중에서는 코스닥 상장 기업이 80% 넘게 차지했으며 대부분 주가가 1000원을 밑도는 동전주에 해당했다.

특히 코스닥 저가주 중 일부는 본업 회복보다 외부 자금 조달에 의존해 버텨온 곳이 적지 않다. 이런 기업들에게 주가 1000원 선은 단순한 기준이 아니라 향후 자금조달 여건과 직결되는 문제다. 관리종목 지정 우려가 커지면 투자심리가 악화하고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 등 자본시장 접근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최근의 액면병합 급증 현상이 제도 변화에 쫓긴 기업들의 불가피한 선택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주식병합은 '시간 벌기'···본래 가치 속이는 착시효과



이처럼 주식병합 사례가 급증한 것은 금융당국이 신설한 퇴출 규정과 연관돼 있다. 금융당국이 오는 7월부터 30거래일 연속 주가가 1000원 미만인 종목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이후에도 1000원 선을 회복하지 못하면 즉시 상장폐지 절차를 밟도록 규정을 신설했다. 변동성이 커 주가조작에 악용되기 쉬운 동전주를 증시에서 솎아내기 위한 조치다.

주식병합은 기업 입장에서 가장 쉽게 주당 단가를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예를 들면 100원짜리 주식 20주를 1주로 합치면 2000원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문제는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 뿐 기업의 실질 가치인 시가총액은 변함이 없다는 점이다.

실적 개선이나 자본 확충이 동반하지 않은 병합은 결국 거래량 감소와 주가 하락으로 이어져 원래 수준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금융당국 역시 우회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병합 후 주가가 액면가를 밑돌 경우 상장폐지 대상으로 간주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거래소도 이번 동전주 상장폐지 요건 도입이 시장 건전성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주가 1000원 미만의 주식은 높은 가격 변동성과 낮은 시가총액이라는 특성 탓에 주가조작 대상으로 악용되기 쉽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거래소 관계자는 "주식병합을 통한 단기적인 주가 부양 시도가 있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퇴출 제도 도입이 시장 신뢰도를 높이고 기업들의 실질적인 가치 개선 노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동전주를 포함한 관련 종목들의 불공정거래 여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이상 징후 포착 시 신속하게 대응하는 등 시장 감시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강화된 시총·회계 기준 문턱···실적 뒷받침 과제



업계에서는 주식병합으로 '주가 1000원' 요건을 맞추더라도 더 큰 문제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가총액 미달에 따른 퇴출 기준이 대폭 강화되기 때문이다. 코스닥 시장의 시총 상장폐지 기준은 현행 150억원에서 오는 7월 200억원으로, 내년 1월에는 300억원까지 상향 조정된다. 주식병합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더라도 실적 부진 등으로 시가총액 기준을 밑돌면 결국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되는 구조다.

정기 주주총회로 쏟아지는 '감사의견 거절'도 코스닥 기업들의 퇴출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다. 장기적인 내수 부진과 원가 상승으로 적자가 누적된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외부감사인의 기준도 엄격해졌다. 재무 조건이 악화된 기업은 감사 증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해 결국 상장폐지 사유를 맞게 된다. 실제로 지난달에는 하루에만 10곳이 넘는 상장사가 의견 거절을 공시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도 주식병합 공시 자체보다 그 이후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 본업 회복이 가능한 기업인지, 재무 리스크가 완화되고 있는지, 감사의견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평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퇴출 방침에 쫓긴 기업들이 액면병합을 통해 억지로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이 일종의 테마처럼 형성됐다"며 "병합을 단행한다고 해서 본질적인 기업가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상장폐지 위험 가능성에 따라 등급이 낮은 종목에 대해 강화된 투자자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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