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양도소득세 줄여도 불만 여전절세 계좌 중복 족쇄로 자금 이동 정체신뢰·투명성 없이 증시부양 역효과

"세금 깎아준다기에 솔깃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조건이 너무 가혹하네요. 차라리 세금 내고 내 마음대로 투자하겠습니다." 최근 영업점에서 국내시장복귀계좌(RIA) 상담을 받고 발길을 돌린 한 투자자의 푸념이다. 그는 "혜택인 줄 알았는데 실상은 내 자산을 조건으로 한 인질극에 가깝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부가 서학개미의 자금을 국내로 유턴 시키기 위해 내놓은 RIA가 출시된 지 한 달을 넘겼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22%의 양도소득세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보다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족쇄에 대한 불만이 거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외화주식 보관 금액은 310조원(약 2100억달러) 규모에 달하지만 RIA에 모인 자금은 철저히 소외당하고 있다.
가장 큰 원성은 디테일에 숨어 있는 조건들이다. 세제 혜택을 온전히 받으려면 해외 주식을 판 돈 전부를 국내 주식에 밀어 넣고 최소 1년을 버텨야 한다. 하락장에 대비해 현금으로 보유하며 매수 타이밍을 조절하는 것조차 막혀 있다. 급전이 필요해 1년 안에 단돈 100원이라도 빼면 세금 감면액을 토해내는 것은 물론 가산세까지 물어야 한다.
더해 매도 시점에 따라 1분기 100%, 2분기 80% 식으로 공제율이 깎이는 구조 탓에 투자자들은 자신의 전략이나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세금 혜택만 좇아 해외 주식을 급하게 던져야 하는 압박을 받기도 한다. 특정 기준일 이전 보유분에만 혜택이 주어지고 정작 마이너스 손실을 보고 있는 투자자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제도다.
기존 절세 계좌와의 셈법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금저축이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를 단 한 주라도 거래하면 RIA 세제 혜택 한도가 깎이는 현상이 발생한다. 절세 계좌끼리 서로 간섭하며 모든 계좌에 족쇄를 채우는 셈이다.
여기에 돌려막기 꼼수를 막을 장치도 부족해 실효성마저 의심받는다. RIA 계좌에서 해외 주식을 팔아 혜택을 챙긴 뒤 국내 주식을 사고 동시에 일반 계좌에 있던 국내 주식을 팔아 다시 미장으로 넘어가는 식의 우회 투자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양도세 면제 한도인 5000만원 역시 수억원을 굴리는 찐 '큰손'들의 진성 자금을 끌어오기엔 턱없이 부족하면서도 소수만 혜택을 본다는 '부자 감세' 논란의 꼬리표를 달고 있다.
이 모든 혼란은 환율 방어라는 쫓기는 목적 아래 급조된 '깜깜이 행정'에서 비롯됐다. 구체적인 세법이나 전산 시스템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상품부터 내놓다 보니 창구 직원들조차 복잡한 산식을 설명하지 못해 불완전판매의 불씨마저 안고 있다. 증시 부양이라는 본질보다 서학개미를 환율 방어의 도구로 삼았다는 태생적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자본은 물과 같다. 철저히 수익이 있는 곳으로 흐르고 리스크는 피하기 마련이다. 서학개미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미국 시장을 찾는 이유는 세금이 없어서가 아니라 주주환원과 기업 성장이라는 확실한 보상 때문이다.
시장의 원리를 거스르는 촘촘한 규제와 조건들로는 결코 자본의 물길을 국장으로 돌릴 수 없다. 투자자의 손발을 묶는 족쇄를 얼마나 치밀하게 설계할지 고민할 시간에 어떻게 하면 억지로 가두지 않아도 머물고 싶은 매력적인 운동장을 만들지 우선해야 한다. 자유 없는 자본에 수익은 없고 매력 없는 국장에 돌아올 개미는 없다.
뉴스웨이 김호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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