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민 '질주' vs 하나·우리 '고심'···실적 가른 인도네시아·중국 글로벌 수장 '전격 교체' 초강수···외형보다 '내실·리스크 관리' 집중
은행권의 '리딩뱅크' 싸움이 국내 시장을 넘어 전장을 넓히고 있다. 영토 확장에 나선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지난해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극명하게 희비가 엇갈렸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4대 은행의 해외법인 37곳의 지난해 순이익은 8334억4300만원으로 전년 대비 0.56%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글로벌 리스크 속에서도 비교적 선방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전년 수준으로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KB국민 vs 하나·우리···극명한 희비교차
하지만 각 사별로 비교해보면 리딩뱅크를 다투는 1·2위권과 3·4위권의 차이가 극명하게 벌어진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반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글로벌 리딩뱅크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했다. 지난해 해외법인 10곳의 당기순이익은 총 5869억원으로 전년(5721억원) 대비 2.60% 성장한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이는 나머지 경쟁 3사의 해외법인 순익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큰 금액이다.
특히 지난 2024년 부진했던 중국 현지법인 실적이 13억1000만원에서 지난해 181억9900만원으로 1200% 넘는 수익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유가증권 관련 손익 증가와 외환파생 영업 강화로 비이자 비중이 늘어난 결과다.
이와 함께 ▲미국(278.7%) ▲캄보디아(68%) ▲인도네시아(34.7%) ▲일본(20.6%) 등 글로벌 핵심 거점이 동반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4대 은행 전체 해외 순익의 70%를 홀로 책임졌다.
국내에서 리딩뱅크 지위를 굳혔던 KB국민은행은 글로벌 경쟁에선 신한은행에 밀려 2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광폭 성장'을 이뤄내면서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글로벌 실적이 개선세에 돌입하면서 신한은행과의 경쟁 기반을 다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KB국민은행은 해외법인에서 총 1163억원의 순익을 냈다. 지난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234억원, 833억원의 손실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환골탈태 수준이다.
그동안 실적 발목을 잡았던 인도네시아 법인인 KB뱅크 인도네시아의 지난해 적자 폭이 3606억원에서 1029억원으로 70% 이상 대폭 축소되면서 정상화 수순에 돌입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캄보디아 법인은 1520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했다.
'2위→4위' 우리은행, 급격한 하락 이유···중국에 발목 잡힌 하나은행
반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락세가 두드러지면서 4위였던 KB국민은행에 2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특히 2024년까지 2위 자리를 유지하던 우리은행은 지난해 4위까지 미끄러졌다. 우리은행의 해외법인의 순이익은 2023년 2279억원, 2024년 2100억원, 2025년 435억원으로 3년 연속 하락세가 뚜렷하다.
이는 우리은행의 해외 수익의 절반 가까이 책임지던 인도네시아 법인이 흔들리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법인은 568억원 흑자에서 1년 새 741억원 적자 전환했다. 대규모 금융사고 여파로 충당금 적립이 확대되며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법인이 527억4200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한 것도 뼈아팠다. 현지 감독당국 요청에 따라 지난해 4분기 충당금을 쌓은 영향이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중국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사이 해외법인 순익이 1300억원에서 868억원으로 33.2% 감소했다. 미국 시장에서 신규 지점 확대 등에 힘입어 100억원 이상의 순익이 증가했지만, 중국에서 392억원의 순손실을 내면서 이익분을 상쇄했다. 하나은행 해외법인 중 유일한 적자다.
글로벌 수장 '전면 교체'···"연초부터 녹록지 않네"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한 국제 정세 속에서 글로벌 리딩뱅크의 지위가 순식간에 뒤바뀌고 있다. 올해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등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은행권도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신시장 발굴을 통해 글로벌 수익 지도를 전면 재편하고 있다.
특히 이들 시중은행이 올해 글로벌 사업을 담당하는 부행장을 모두 교체했다는 것은 올해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다. 부행장의 경우 통상 임기가 1년이라 인사이동이 잦긴 하지만, NH농협을 포함해 5개 은행에서 모두 바뀐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새로운 리더십 하에 이들 은행은 새로운 성장 전략을 속속 꺼내들고 있다. 단순히 지점 수를 늘리는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별 특성에 맞춘 고도화된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해 결제하는 QR결제 사업에 적극 나서는 추세다. 특히 동남아 QR결제 사업을 새로운 수익 모델로 보고 있다. 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에서 QR코드를 활용한 물건 구매가 널리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KB국민은행은 국내 최초로 한국-인도네시아 QR결제 서비스를 출시했다. 현재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일본, 태국, 베트남, 대만, 하와이 등 12개 국가와 지역에서 QR코드로 간편하고 안전한 현지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베트남우리은행을 통해 베트남 국영 결제 중계망 사업자와 협력해 태국에서 QR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금융결제원에서 추진하는 '국가 간 QR결제 서비스' 사업의 결제은행으로 선정되며 QR결제 시장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남아와 함께 폴란드가 국내 은행권의 새로운 해외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일찌감치 폴란드에 진출한 데 이어 지난해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까지 가세하면서 K-방산의 유럽 시장 진출과 함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건 사업 기회를 엿보고 있다. 폴란드에 진출한 은행들은 국책 금융기관의 융자와 보증 확장에 호흡을 맞춰 사업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하나은행의 경우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헝가리, 체코 등 기존 거점과 함께 유럽 주요 전역에 걸친 영업망을 갖추게 됐다. 유럽 영업을 총괄하는 런던지점, 독일법인 등과의 시너지를 통해 중동부 유럽 지역 영업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동 전쟁과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지고 있어 급격한 외형 확장보다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현지 맞춤형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올해도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변수를 통제하고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ddang@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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