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삼성전자 노조, 누굴 위한 파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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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 누굴 위한 파업인가

등록 2026.05.12 17:24

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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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신문 1면을 장식하는 단골 기사가 있다. 바로 '삼성전자 성과급'이다. 과거 '반도체 슈퍼사이클', '영업이익 300조'와 같은 화려한 수식어는 어느덧 자취를 감췄다. 이제는 노사 갈등, 총파업, 협상 결렬과 같은 무거운 단어들이 삼성전자를 에워싸고 있다.

갈등의 핵심은 성과급이다. 현재 삼성전자 노사는 성과급 문제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반도체(DS) 부문을 주축으로 한 노조는 성과급 산정 기준의 투명화와 상한 폐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특히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확정해달라는 것이 이들의 핵심 주장이다. 노조는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사상 초유의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노조의 강경 투쟁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노조는 지난 11일 열린 사후조정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사가 제도화에 대한 진전된 입장이 없으면 오늘이라도 조정이 결렬될 것"이라며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완강한 태도 뒤에는 숨은 현실이 있다. 파업이 현실화돼 생산 라인이 멈추고 공급망 차질이 생길 때 그 피해는 결국 노조에게도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사업부 간 형평성 문제도 '노노(勞勞) 갈등'의 새로운 뇌관이다. 상대적으로 실적이 부진했던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이 성과급 논의 과정에서 소외된 듯한 대목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미 DX 직원 비중이 높은 동행노조는 DS 부문에 쏠린 성과급 구조를 개선해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초기업노조는 여전히 이들의 요구안은 사측에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한 지붕 아래에서 특정 부문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투쟁은 내부 결속은 물론 대중적 지지를 얻기 어렵다.

이미 외신에서도 싸늘한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JP모건은 노조 갈등으로 인한 손실액이 최대 4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으며, 로이터통신 역시 파업이 현실화되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병목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봤다. 이러한 외신의 경고는 단순 우려가 아니다. 결국 반도체 공급 차질이 자동차, 스마트폰 등 후방 산업 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근로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노조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뜻은 결코 아니다.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번 파업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노조는 지금 이 시점에서 파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자문해야 할 때다.

노조는 이날 마지막으로 열리는 사후 조정에서 타협이 되지 않으면 오는 21일 열리는 파업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파업이 노사 힘겨루기의 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노조가 외치는 정당한 보상은 결국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과 미래일 것이다. 이 문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파업이 아닌 기업의 생존을 우선하는 전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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