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사우디 대신 미국"···정유업계, 원유 조달판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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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대신 미국"···정유업계, 원유 조달판 바뀐다

등록 2026.05.30 09:04

김제영

  기자

미국산 원유 수입량, 사우디산 추월공급 안정성·장거리 운송 리스크 대응정부, 운임차액 환급·비축유 지원 정책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국내 정유업계의 원유 조달 지도가 바뀌고 있다. 과거 중동산 원유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미국, 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공급선을 넓히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 가격 경쟁력을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 안정성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조달 기준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원유 수입국 가운데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최대 공급국으로 올라섰다.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1678만7000배럴로 전체 수입량의 약 26%를 차지하며, 단일 국가 기준 최대 공급국으로 올라섰다. 반면 사우디산 원유 수입은 1월 3359만1000배럴에서 4월 1594만6000배럴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업계에서는 이를 정유사들의 조달 전략 변화 신호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중동산 원유 비중이 절대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미국산 원유 도입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산 원유 확대 배경에는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이 꼽힌다. 4월 기준 미국산 원유 도입단가는 배럴당 103달러 수준으로 사우디산(117달러)보다 낮았다. 여기에 미국 셰일오일 생산 확대와 수출 인프라 확충으로 공급 안정성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정유사들은 미국 외에도 호주·브라질·캐나다·카자흐스탄 등으로 수입선을 넓히고 있다. 최근 아프리카산 원유도 도입하면서 특정 지역 의존도를 낮추려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중동 지역 지정학 리스크가 반복되면서 공급망 안정성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최근 국제 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정유업계 안팎에서는 '원유를 얼마나 싸게 들여오느냐'뿐 아니라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도 핵심 요인이 됐다는 평가다. 장거리 공급망 관리 능력 자체가 원유 조달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른 셈이다.

정부도 비중동산 원유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월부터 비중동산 원유 도입 시 적용하는 운임차액 환급 범위를 기존 25%에서 전액 수준으로 확대했다. 중동 대비 긴 운송 거리에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을 줄여 수입선 다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비축유 스와프(SWAP) 제도도 정유사들의 부담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국내 정유사가 해외에서 원유를 구매할 경우 정부 비축유를 우선 빌려주고 이후 확보한 원유로 상환하는 방식으로, 장거리 운송이 필요한 비중동산 원유 확보에 활용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동의 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미국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핵심축으로 부상하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원유 조달 구조도 점차 변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가격 경쟁력을 우선으로 중동산 원유 중심 조달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공급망 안정성과 지정학 리스크까지 함께 고려하는 분위기"라며 "특정 지역 의존도를 낮추려는 흐름은 앞으로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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