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K2의 악몽, 잠수함서 반복됐다···캐나다 수주전 가른 '나토 운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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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의 악몽, 잠수함서 반복됐다···캐나다 수주전 가른 '나토 운용법'

등록 2026.07.07 05:31

이승용

  기자

성능·납기보다 중시된 30년 정비·훈련망한화는 경제·현지화, 독일은 나토 운용망캐나다 평가표 절반은 후속 군수지원·정비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성능과 납기만으로는 나토권 전략무기 시장의 문을 열기 어려웠다.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에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가 한화오션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K-방산의 북미 전략무기 도전은 고비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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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에서 독일 TKMS가 한화오션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K-방산의 북미 전략무기 시장 도전이 고비를 맞았다

이번 수주전은 성능과 납기만으로는 나토권 전략무기 시장 진입이 어렵다는 현실을 드러냈다

평가 기준

캐나다는 후속 군수지원 및 정비 능력에 50%의 비중을 뒀다

잠수함 성능 자체는 20%, 비용은 15%, 경제적 혜택 및 전략적 가치는 15%였다

'어느 체계가 30년 동안 더 안정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가'가 핵심 평가 기준이었다

독일의 강점

독일은 나토 공동운용망, 정비·훈련·운용 체계, 부품 공급망을 내세웠다

212CD 잠수함은 독일과 노르웨이가 공동 개발해 북방 해역 작전에 최적화됐다

캐나다가 이 체계에 합류하면 나토 해양 안보망에 더 깊숙이 들어가게 된다

한국의 대응

한화는 700억캐나다달러 경제효과, 일자리 50만개, 1000억캐나다달러 GDP 기여를 제시했다

67개 현지 기업 및 정부기관과 MOU, 온타리오 조선소·PCL 등과 협력했다

장보고-Ⅲ 배치-Ⅱ 기반 잠수함의 실물, 빠른 납기, 장기 수중 작전 능력을 강조했다

주목해야 할 것

나토권 전략무기 시장에서는 무기가 동맹 운용망의 일부로 거래된다

기술과 납기만으로는 최종 문턱을 넘기 어렵다

정비망, 부품 공급망, 훈련 체계까지 장기적으로 보장하는 설계가 핵심 경쟁력이 된다

공식 계약까지는 후속 절차가 남아 있지만 이번 수주전의 무게중심은 잠수함 자체보다 도입 후 수십 년간의 정비·부품·훈련·작전 체계에 있었다. 독일은 나토 공동운용망을 내세웠고, 한국은 경제효과와 현지화, 빠른 납기로 맞섰다. 노르웨이 K2 전차 사업에 이어 동맹권 조달의 문법은 다시 한국에 불리하게 작동했다.

당시 한국은 K2 흑표의 성능과 가격 경쟁력, 빠른 납기를 앞세웠다. 혹한 환경 시험에서도 경쟁력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노르웨이의 최종 선택은 독일 레오파르트였다. 북유럽과 나토 회원국이 이미 공유해 온 정비망, 부품 공급, 훈련 체계, 운용 교리가 결정적 선정 이유였다. 기술과 가격이 밀리지 않아도 동맹권 조달의 관성은 쉽게 깨지지 않았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도 같은 구조였다. 잠수함은 전차보다 더 오랜 시간과 더 복잡한 후속 지원을 요구하는 전략자산이다. 한 번 도입하면 수십 년 동안 정비, 부품 공급, 승조원 훈련, 소프트웨어 개선, 무장·센서 업그레이드가 계속 따라붙는다.

건조 비용에 도입 후 30년간 유지·보수·운영(MRO) 비용까지 포함하면 사업 규모가 최대 6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이유다. 캐나다 정부가 평가에서 후속 군수지원 및 정비 능력에 50%의 비중을 둔 것도 이 때문이다. 잠수함 성능 자체의 비중은 20%, 비용은 15%, 경제적 혜택 및 전략적 가치는 15%였다.

평가 기준만 놓고 보면 캐나다가 가장 크게 본 것은 '어느 잠수함이 더 우수한가'보다 '어느 체계가 30년 동안 더 안정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가'였다. 이 때문에 독일이 내세운 나토 공동 정비·훈련·운용 체계는 단순한 외교적 명분이 아니라 평가표의 핵심 항목을 겨냥한 강점으로 작용했다.

한국은 이 약점을 경제효과와 현지 협력으로 메우려 했다. 한화는 약 700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경제효과와 일자리 50만개, 1000억 캐나다달러 상당의 GDP 기여를 제시했다. 캐나다의 산업기술혜택(ITB) 제도를 겨냥해 잠수함 수주를 단순 무기 판매가 아닌 현지 산업협력 사업으로 확장한 것이다.

현지화 작업도 속도를 냈다. 한화는 67개 현지 기업 및 정부기관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지 조선업체인 온타리오 조선소와 손잡고, 캐나다 최대 건설사 PCL과는 유지보수 협력협약을 맺었다. 건조 이후 장기간 이어질 정비·보수 수요까지 캐나다 산업 안에 남기겠다는 구상이었다. 독일의 나토 운용망 카드에 맞서 캐나다 안에 일자리와 정비 기반을 만들겠다는 전략이었다.

기술 카드도 분명했다. 한화오션은 장보고-Ⅲ 배치-Ⅱ 기반 잠수함의 '검증된 실물'과 '빠른 납기'를 앞세웠다. 공기불요추진장치(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적용한 장기 수중 작전 능력은 대서양·태평양·북극해를 모두 감시해야 하는 캐나다 해군의 요구와 맞닿아 있었다. 1번함 장영실함이 이미 진수돼 시험운항 중이라는 점도 강점이었다. 아직 실물 운용 사례가 없는 독일 212CD와 비교해 한국이 부각할 수 있는 차별점이었다.

그러나 캐나다의 평가표는 후속 군수지원·정비 능력에 가장 큰 비중을 뒀다. 독일은 이 항목에서 나토 회원국들과 공유해온 정비망, 부품 공급망, 훈련 체계, 작전 운용 경험을 앞세웠다.

TKMS의 212CD는 독일과 노르웨이가 북방 해역 작전을 염두에 두고 공동 개발한 차세대 재래식 잠수함이다. 캐나다가 이 체계에 합류하면 독일·노르웨이와 같은 플랫폼을 운용하며 훈련, 정비, 부품 조달, 작전 교리까지 공유할 수 있다. 독일의 제안은 잠수함 자체보다 그 뒤에 붙는 나토 운용망을 함께 파는 구조였다.

북극 변수도 독일에 힘을 실었다. 캐나다 해군은 대서양과 태평양, 북극해를 동시에 감시해야 한다. 독일은 212CD가 북방 해역 작전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잠수함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잠수함 선택이 곧 북극과 북대서양에서 함께 움직일 동맹망을 고르는 문제로 이어진 셈이다.

안보전문가 줄리아 G. 벤틀리 캐나다 아시아태평양재단 석좌연구원은 지난달 29일 보고서에서 "NATO 잠수함 함대의 약 70%를 공급하는 독일은 동맹국의 훈련, 병참 및 작전 개념에 수십 년간 통합돼 온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TKMS가 승리할 경우 독일·노르웨이·캐나다 연합 함대가 총 24척 규모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캐나다 입장에서는 독일 잠수함 선택이 곧 나토 해양 안보망에 더 깊숙이 들어가는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유럽 방산망과의 결속 흐름도 독일에 유리한 배경이 됐다. 캐나다는 지난해 12월 약 1500억유로 규모의 유럽연합(EU) 무기 공동구매 프로그램인 '세이프' 참여에 대해 EU 집행위원회와 합의했다. 세이프는 공동 무기 구매에 낮은 금리의 대출을 지원하는 방산 금융 프로그램이다. 비EU 국가인 캐나다의 참여는 유럽 방산 공급망과 안보 협력에 더 깊이 들어가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수주전은 K-방산의 한계가 성능 부족에만 있지 않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나토권 전략무기 시장에서 무기는 동맹 운용망의 일부로 거래된다. 한국이 이 구조 밖에 있는 한, 향후 대형 전략무기 수주전에서도 기술과 납기만으로는 최종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현실을 드러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방산은 좋은 무기를 빨리 만들어 파는 데 강점이 있지만, 전략무기 시장에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나토권 전략무기 시장에서는 잠수함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구매국이 30년 이상 의존할 정비망과 부품 공급망, 훈련 체계까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현지화와 경제효과를 내세웠지만, 정비망·부품 공급·훈련 체계를 장기적으로 보장하는 설계에서는 아직 나토 기존 체계와 격차가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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