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네파·롯데카드 등 이사회 중임차입매수 인수 방식과 단기 성과 중심 경영 비판시장 신뢰 추락 및 이해관계자 피해 우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경영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 경영을 직접 맡았던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현재도 고려아연과 네파, 롯데카드 등 주요 투자기업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초대형 유통기업 경영 실패 책임을 안은 인물이 다른 기업의 핵심 의사결정에도 계속 관여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법원은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회생계획 이행에 필요한 20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일부 사업부 매각 외에는 뚜렷한 자산 처분 성과가 없었고 매출 감소도 이어지면서 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더 크다고 봤다.
홈플러스는 앞으로 14일 안에 운영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사실상 청산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의 중재 노력도 아직 뚜렷한 돌파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MBK의 차입매수(LBO) 방식 인수를 지목한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대규모 차입을 일으켰고, 이후 점포와 부동산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관리해왔다. 하지만 급증한 금융비용이 장기간 홈플러스의 경쟁력을 약화시켰고 장기 투자보다 단기 재무성과에 치우친 경영이 결국 위기를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광일 부회장은 홈플러스 인수 초기부터 거래를 주도한 핵심 인물로 꼽힌다. 인수 이후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았고, 2024년 1월부터는 공동대표이사로 선임돼 직접 경영 전면에 나섰다. 당시 MBK 인사가 홈플러스 대표를 맡은 첫 사례로 주목받았으며 재무구조 개선과 매각 작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MBK는 인수 당시 2년간 1조원을 투자하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후 회생 신청 직전까지 점포 등 자산 매각을 통해 부채를 줄이는 데 집중했다. 직원 수도 인수 당시 약 2만5000명에서 회생 신청 직전 약 1만8000명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당시부터 김 부회장이 홈플러스뿐 아니라 네파와 롯데카드 등 여러 MBK 투자기업 이사를 겸직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우려를 제기해왔다. 기업별 장기 성장 전략보다 투자금 회수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러한 우려는 김 부회장이 대표를 맡은 지 약 1년 만에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다시 부각됐다.
홈플러스는 당초 기업회생 과정에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3000억원대에 매각하는 방안을 전제로 회생계획을 마련했지만 실제 매각가는 1200억원 수준에 그쳤다. 긴급 운영자금(DIP) 조달도 김병주 MBK 회장의 지급보증 여부를 둘러싼 최대 채권자 메리츠금융그룹과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결국 회생절차가 폐지되면서 직원은 물론 납품업체와 입점 소상공인, 국민연금, 전자단기사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피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시장 신뢰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발생했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 2일 MBK파트너스에 대한 직무정지 등 중징계안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감원은 MBK가 홈플러스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 조건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 등 출자자(LP)의 이익보다 홈플러스에 유리한 방향으로 계약 조건을 변경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김 부회장이 현재도 여러 투자기업 이사회에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는 점에 관심이 쏠린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던 롯데카드에서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었으며, 당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MBK의 투자기업 경영 방식이 주요 쟁점으로 거론됐다.
네파에서도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직 중이다. 네파는 최근 높은 차입 부담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해 경영 정상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시장에서는 김 부회장이 2025년 3월부터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고려아연의 향후 경영에도 주목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의 핵심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2029년까지 미국에 핵심광물 제련소를 구축할 계획이며, 국내에서도 게르마늄과 갈륨 등 첨단 전략소재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장기간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국가 핵심 소재산업이라는 점에서 단기 수익 회수를 중시하는 사모펀드식 경영 방식이 적합한지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노동계와 일부 재계에서는 MBK가 향후 고려아연 경영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할 경우 홈플러스와 유사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국가 핵심광물 공급망을 담당하는 기업 특성상 단순히 개별 기업 문제가 아니라 국내 산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고려아연 노동조합은 최근 홈플러스 노동조합과 연대 투쟁을 선언했다. 업종은 다르지만 MBK 경영 방식이 고용 안정성과 기업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도 최근 고려아연 노조와의 면담에서 "MBK 등 투기자본의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관련 규제 법안도 국회에 발의한 상태"라며 노동조합 측 우려에 공감했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사태가 단순히 유통기업 하나의 실패에 그치지 않고, 사모펀드의 경영 방식과 투자기업에 대한 책임 범위까지 다시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홈플러스 경영을 총괄했던 인사가 현재도 여러 핵심 기업의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만큼 투자기업의 장기 경쟁력과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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