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역폭메모리 확산에 반도체 소재 공급망 가치 부각리밸런싱 자산 둘러싼 SK·두산 전략 판단 엇갈려
SK실트론 매각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반도체 핵심 소재인 실리콘 웨이퍼의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는 오는 31일 이사회를 열고 주요 경영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SK실트론 매각 관련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SK는 지난해 말 두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가격과 거래 조건을 둘러싼 이견으로 협상은 7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협상을 길게 끈 가장 큰 변수는 AI 반도체 성장이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증가로 반도체 생산의 출발점인 실리콘 웨이퍼의 중요성이 커졌다. 반도체 생산량이 늘수록 안정적인 웨이퍼 공급망 확보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
SK실트론은 국내 유일의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 제조사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업체로 평가받는다. AI 반도체 시장 확대에 따라 SK실트론의 성장 가능성이 재평가되면서 협상 초기 5조원 안팎으로 거론됐던 기업 가치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의 고민은 깊어졌다. 당초 SK실트론 매각은 리밸런싱(사업재편)을 통한 사업 효율화와 재무 구조 개선 차원에서 추진됐다. 하지만 협상이 진행되는 사이 AI 반도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그룹 실적도 개선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팔아 재무 여력을 확보할 것인지, AI 반도체 공급망 경쟁력을 위해 보유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특히 SK실트론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AI 풀스택' 전략과도 연결된다. AI 반도체 생태계 구축 과정에서 웨이퍼 사업의 전략적 가치가 커졌다는 평가다.
두산 역시 셈법이 복잡하다. 두산은 반도체를 미래 성장 사업으로 육성하며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테스트 기업 두산테스나와 후공정 기업 엔지온 등을 인수하며 사업 기반을 넓혀왔다.
SK실트론을 인수하면 반도체 소재부터 후공정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하지만 협상이 길어질수록 기업 가치 상승에 따른 인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웨이퍼 기업이 시장에 나오는 사례가 드문 만큼 두산 입장에서도 이번 거래를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 반면 높아진 몸값을 어느 수준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가 새로운 고민거리다.
결국 SK실트론 매각은 단순한 가격 협상을 넘어 양사의 미래 전략을 결정하는 거래가 됐다.
SK는 AI 시대 핵심 소재 기업을 매각할지 그룹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지할지를 판단해야 한다. 두산은 반도체 사업 확대라는 기회를 잡기 위해 높아진 가치를 감수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협상 초기와 비교하면 AI 반도체와 웨이퍼 산업의 전략적 가치가 크게 높아졌다"며 "현재 협상은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 양사의 중장기 사업 방향을 둘러싼 판단의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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