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13년 만에 '金 운용' 변화 준 한국은행···ETF·실물 매입 투트랙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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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金 운용' 변화 준 한국은행···ETF·실물 매입 투트랙 시동

등록 2026.08.04 14:12

문성주

  기자

2분기 금 ETF 소량 첫 매입···실물은 13년 만에 재개 채비원화 장외매입·국내 보관 통로···목표 물량과 일정은 미정IMF "유동성 부문에 부적합"···전략 전환은 후속 매입 봐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종로본점에 설치된 골드바 홍보물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종로본점에 설치된 골드바 홍보물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한국은행이 13년 만에 금(金) 운용 전략에 대대적인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올해 2분기 금 상장지수펀드(ETF)를 기습 매입한 데 이어, 국내에서 제련된 실물 금을 원화로 사들여 국내 금고에 보관하는 전용 결제·보관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 외자운용원은 지난달 20일 LS MnM, 한국거래소(KRX), 한국예탁결제원(KSD) 등과 국내 생산 금 매입을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한국거래소의 장외 협의대량매매와 결제 인프라를 거치고 예탁결제원이 준비 중인 보관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매입 후보는 LS MnM과 고려아연이 구리·아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생산한 금 가운데 수출 예정 물량이다. 두 업체의 연간 생산량은 40~45t, 수출량은 4~5t 수준이다. 다만 4~5t은 한은의 연간 매입 목표가 아니다. 업체가 물량과 희망 시기를 제시하면 한은이 국내외 금 시세와 운용 계획 등을 따져 거래 여부를 결정한다. 첫 매입 시기와 규모도 정해지지 않았다.

기존 방식과 가장 큰 차이는 결제 통화와 보관 장소다. 한은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해외에서 미 달러화로 금 90t을 사들여 보유량을 104.4t으로 늘렸다. 기존 금은 전량 잉글랜드은행 금고에 보관돼 있다. 정희섭 한은 외자운용원장은 전날 백브리핑에서 "외환보유액을 확충할 수 있다는 점, 자국 통화 매입을 통한 헤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 금 보관 장소를 다양화해 지정학적 위험을 분산한다는 점 등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TF는 실물 금보다 기동성에 강점이 있다. 정 원장은 "2분기에 아주 소규모지만 ETF 매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백브리핑에서는 ETF 매입 사실이 실물 금보다 시장에 덜 알려지면서도 시장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이점으로 들었다. 다만 상품명과 매입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ETF는 유가증권이어서 104.4t으로 집계되는 실물 금 보유량과도 구분된다.

국내 실물 금만 고집하는 것도 아니다. 이창헌 한은 외자운용원 운용기획팀장은 "국내 생산 금 이외 다른 금 매입 채널을 닫는 것은 아니다"라며 "가장 유리한 채널을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실물 금은 원화 결제와 국내 보관, ETF는 거래 편의와 기동성에 각각 무게를 두되 시장 상황에 따라 수단을 고르겠다는 의미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외환보유액은 4273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금은 취득가 기준 47억9000만달러로 전체의 1.1%였다. 세계금협회가 7월 공개한 자료에서는 시가 평가 비중이 3.5%였다. 기준 시점이 다르지만 두 비중의 간극은 한은이 금을 매입 당시 가격으로 계상하고 세계금협회는 시가로 평가하는 데서 주로 생긴다.

세계 중앙은행은 금 확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순매입량은 최근 4년간 연평균 약 1000t으로, 직전 10년 평균 약 500t의 두 배 수준이었다. 2026년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89%가 향후 1년간 전 세계 중앙은행 금 보유가 늘 것으로 봤고, 45%는 자기 기관의 보유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신규 금 매입의 재원 조달 방식으로는 응답자의 50%가 자국 통화를 활용한 국내 매입 프로그램을 꼽았고, 보관 장소로 국내를 이용한다는 응답은 49%였다. 반면 매입 방식 질문에 답한 68개 중앙은행 중 금 ETF를 이용하는 비율은 4%에 그쳤다.

ETF를 택했다고 금이 외환보유액의 핵심 유동성 자산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9일 보고서에서 금은 가격 변동성이 크고 위기 때 처분 가격도 불확실해 외환보유액의 유동성 부문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IMF 지침에 비춰보면 향후 국내 보관분 역시 국제 규격 충족 여부와 검수·보관 방식에 따라 실제 처분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한은의 변화는 금 보유 목표를 먼저 정한 뒤 물량을 채우는 방식보다 매입·보관 경로를 넓혀 두고 시장 상황에 맞춰 선택하는 전략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된다. 추후 ETF 보유액이 늘고 국내 실물 거래가 실제로 성사되는지, 보관·검수 비용과 목표 비중이 어떻게 제시되는지 등을 지켜봐야 이번 변화가 시험 운용을 넘어 장기 전략으로 굳어지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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