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 가격 상승, 철강사 매출에 긍정적 영향중국산 저가재 속 무역장벽 강화 역할원재료 비용 증가 속 가격협상력 증대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국내 주요 조선사와 올해 하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을 상반기보다 인상하기로 합의하면서 철강업계의 수익성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 조선업계의 선박 건조 물량이 늘어나는 가운데 철강사들이 판매가격까지 끌어올리면서 후판 사업의 수익성을 회복할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후판 제조사들은 최근 주요 조선사와 올해 하반기 후판 공급가격 협상을 마무리했다. 구체적인 계약가격과 인상 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상반기보다 높은 가격이 적용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유통용 후판에서 시작된 가격 인상 흐름이 조선용 제품으로 이어진 셈이다.
후판은 선박 선체와 해양구조물 등에 주로 사용되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이다. 대형 조선사가 한꺼번에 많은 물량을 구매하기 때문에 유통시장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조선사와의 가격 협상 결과는 철강사의 판매단가와 후판 사업 수익성에 영향을 주는 품목이다.
조선용 후판 가격은 2023년부터 빠르게 떨어졌다. 2023년 상반기 톤당 100만원 수준이던 가격은 같은 해 하반기 90만원대 중후반, 2024년 상반기 80만원대 중후반으로 낮아졌다. 2024년 하반기에는 70만원대 후반까지 내려가며 세 차례 연속 하락했다. 중국산 저가 후판 유입이 늘어난 데다 원료가격 하락과 조선사들의 가격 인하 요구가 맞물린 결과다.
가격 하락세가 멈춘 것은 지난해부터다. 2025년 들어 조선용 후판 가격은 80만원대로 반등하며 약 2년 만에 상승 전환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철강·조선업계는 장기간의 협상 끝에 톤당 80만원대 중반 수준에 합의했다. 이번 하반기 협상에서도 추가 인상이 이뤄지면서 2024년 하반기를 저점으로 후판 가격이 단계적으로 회복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일반 유통시장에서 먼저 오른 가격이 조선용 후판까지 번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은 올해 상반기 유통향 후판 가격을 여러 차례 인상했다. 누적 인상 폭은 톤당 10만~11만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연초 톤당 90만원 안팎이었던 국산 후판 유통가격은 상반기 100만원 안팎까지 상승했다. 철강사들은 이런 가격 변화를 근거로 조선사에도 원가 상승분과 유통가격 상승분을 반영할 것을 요구해 왔다.
중국산 저가재에 대한 통상 조치도 가격 하방 압력을 줄이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지난해 8월 중국산 열연 후판의 덤핑으로 국내 산업이 피해를 입었다고 최종 판정하고 5년간 27.91~34.10%의 덤핑방지관세 부과 수준을 산정했다. 중국 수출업체 일부는 관세 대신 일정 가격 이상으로 수출하는 가격약속을 제시했다.
그렇다고 수입 후판과의 경쟁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수출용 선박을 만드는 조선소의 보세구역으로 반입되는 중국산 후판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관세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산 후판 유입도 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보통강 중후판 수입량은 109만8304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22% 증가했다. 중국산은 55만2891톤으로 20.4%, 일본산은 52만3234톤으로 19.1% 각각 늘었다.
국산 후판 수요에는 조선업 호황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이 확보한 수주잔고가 실제 건조 물량으로 넘어가면서 올해 조선용 국산 후판 내수판매도 3년 만에 회복세로 돌아섰다. 다만 조선사들이 중국산 보세 후판 등 수입재를 병행해 사용하는 만큼 수주잔고 증가가 그대로 국산 후판 판매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철강사 입장에서는 높아진 가격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 현대제철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6조1073억원, 영업이익 57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267.5% 증가했지만 전년 동기보다는 43.3% 감소했다. 회사는 판매량 증가와 주요 제품 가격 상승이 전분기 대비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도 2분기 원료가격과 유가 상승에도 판매가격과 판매량 증가로 철강 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소폭 개선됐다.
하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판매단가를 높이는 추가 요인이 될 전망이다. 다만 수입재 유입과 원료·에너지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면 판가 인상 효과가 원가 상승으로 상쇄될 수 있다. 후판 가격이 얼마나 올랐느냐보다 높아진 판매가격과 생산원가 사이의 격차를 얼마나 확대할 수 있느냐가 철강사들의 실질적인 수익성 회복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반영되는 가운데 조선업 호황으로 후판 수요가 늘고, 중국산 저가재에 대한 무역장벽 강화로 국내산 수요도 확대되면서 철강사들의 가격 협상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수요가 받쳐주는 상황에서 후판 가격이 오르는 만큼 하반기 수익성에는 상반기보다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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