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AI 시계' 째깍째깍···김범수, 결국 칼 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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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계' 째깍째깍···김범수, 결국 칼 빼들었다

등록 2026.08.21 17:12

정단비

  기자

다음 합병 이후 12년 만에 본체 둘로 쪼개이사회 주요 의사결정 85%가 자회사 관련AI 속도전 대응·복합기업 할인 해소 승부수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카카오가 본체를 둘로 쪼개며 대대적인 지배구조 수술에 나섰다.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의 구조 개편으로, 지난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한 이후 약 12년 만이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12년 만에 다시 메스를 꺼내든 데에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요동치는 경영 환경에 대한 위기감이 배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계열사가 늘어나며 카카오의 덩치는 커졌지만, 그만큼 의사결정 구조가 무거워지면서 급변하는 시장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1일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AI(신설법인)와 카카오X(존속법인)로의 인적분할을 결의했다.

기존 카카오는 카카오AI와 카카오X로 크게 두 갈래로 나눠진다. 우선 카카오AI는 카카오톡과 AI 사업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디케이테크인, 케이앤웍스 등 운영자회사가 카카오AI 산하에 포함된다.

카카오X는 '미래가치 투자회사'에 초점을 맞춘다. 기존에 테크핀(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증권), 콘텐츠(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카카오픽코마), 모빌리티(카카오모빌리티) 등 기존 핵심 사업군이 카카오X에 편입된다.

카카오AI의 대표에는 정신아 현 카카오 대표이사가, 카카오X 대표에는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 겸 카카오CA협의체 그룹투자전략실장이 내정됐다.

김 의장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에는 카카오의 무거워진 몸집과 발빠르게 변하는 AI 시대 압박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카카오가 최근 2년여간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계열사를 대폭 줄이는 등 군살 빼기를 시도해왔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카카오는 모바일 시대에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급성장했고 인수합병(M&A)과 신사업 진출을 통해 콘텐츠·금융·모빌리티·게임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해왔다.

카카오가 공격적으로 영역을 넓혀가면서 계열사 수는 지난 2023년 5월 최대 147개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지적마저 나올 정도였다. 이후 카카오는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재정비해왔고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국내 계열사는 92개로 줄었다.

커진 몸집으로 의사결정 속도는 떨어졌다. 실제 카카오에 따르면 과거 5년간 카카오 이사회의 비경상적인 의사결정 가운데 약 85%인 23건이 자회사 관련 사안이었다. 최근 1년간 내부 투자심의기구에 올라온 32건의 안건 중에서도 84%가 자회사 관련 안건으로 집계됐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이라는 핵심 사업을 직접 영위하는 사업회사임에도 정작 본사의 경영 역량 상당 부분이 자회사 관리와 리스크 대응 등에 투입된 셈이다.

김도영 카카오X 대표 내정자는 이날 설명회에서 "최근 2~3년간 자본시장에서는 AI,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서비스에 대한 사업화, 사업 모델의 명확화를 강하게 요구해왔다"면서도 "반면 자회사가 가진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관리하느라 카카오 본체의 경영 자원들은 상당 부분 중요한 일이 아닌 급한 일에 쓰였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카카오가 자회사 관리에 상당한 경영 역량을 쏟는 사이 AI 시장의 시계는 더욱 빨라졌다는 점이다. 생성형 AI 확산 이후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경쟁이 본격화됐고 국가와 산업의 경계를 넘어 기업 간 합종연횡도 활발해지는 등 시장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경쟁사인 네이버의 창업주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 9년 만에 이사회의 의장으로 복귀하고 미국 엔비디아 등 빅테크와 파트너십을 맺기 위해 직접 동분서주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카카오 역시 AI 시대의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이번 대수술의 배경에 깔려 있는 셈이다.

김 내정자는 "지금 시점을 놓치면 안 된다는 절실함이 있었다"며 "이때 속도를 내지 못한다면 B2C AI 서비스의 선도 주자가 되는 데 중요한 타이밍을 놓치는 것이라는 우려와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기업가치 제고도 이번 개편을 서두른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카카오에 따르면 올해 8월 국내외 증권사 리서치 센터의 SOTP(부분합산가치평가) 컨센서스 평균 기준 카카오그룹의 잠재가치는 34조2000억원이다. 이는 최근 3개월 평균 시가총액인 16조8000억원의 두 배를 웃돈다. 또한 카카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021년 고점 당시 80배 수준에서 2026년 예상치 기준 21.9배까지 떨어졌다.

카카오톡을 비롯한 플랫폼 사업과 금융·콘텐츠·모빌리티 등 각기 다른 성격의 사업들이 하나의 회사에 묶이면서 이른바 '복합기업 할인'을 받고 있다는 게 카카오의 판단이다. 카카오는 이에 분할을 통해 카카오AI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AI 기업에 걸맞은 가치평가를 받겠다는 구상이다.

김 창업자는 "모바일 시대 카카오는 가보지 않은 길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 혁신을 만들고 사용자의 일상을 바꿔 왔다"며 "AI 시대는 차원이 다른 민첩함을 요구하는 만큼 카카오AI와 카카오X 두 개의 엔진으로 성장 구조를 재설계해 그 성과가 주주와 이용자, 크루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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