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삼성보다 자기자본 높은데···메리츠증권 발행어음 지연에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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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보다 자기자본 높은데···메리츠증권 발행어음 지연에 '속앓이'

등록 2026.09.10 15:39

이자경

  기자

자기자본 8조3495억원···삼성보다 많아 국내 증권사 4위실사 마쳤지만 증선위 상정 대기···공식 중단·보류 통보 없어발행어음 55조원대 확대···후발 진입보다 운용 역량이 관건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삼성증권이 9년의 기다림 끝에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으면서 메리츠증권의 심사 진행 상황에 증권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인가를 신청한 증권사 가운데 메리츠증권만 절차가 남은 만큼 향후 금융당국의 심사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10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올해 6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8조3495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36곳 가운데 4위에 올랐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에 이은 5위에 이름을 올렸으나 삼성증권 보다 빠르게 자기자본을 늘리며 올해 상반기에는 순위가 뒤집혔다. 삼성증권은 8조1566억원으로 5위를 기록했으며 두 회사의 자기자본 차이는 1929억원이다.

단 발행어음 인가는 삼성증권이 더 빨랐다. 삼성증권은 지난 9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며 국내 8번째 발행어음 사업자가 됐다.

실사 끝났지만 증선위 상정 전···공식 중단 통보 없어

금융당국은 별도 기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에 발행어음, 8조원 이상에는 종합투자계좌(IMA) 사업 진출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1년 이내 단기금융상품으로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할 수 있다. 증권사는 발행어음을 통해 모은 자금을 기업금융, 채권, 대출 등에 투입할 수 있어 초대형 IB의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키움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과 함께 금융당국에 발행어음 인가 접수를 했다. 이후 지난해 말 키움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세 곳이 인가를 획득했으며 삼성증권까지 심사를 통과하며 인가 문턱을 넘지 못한 곳은 메리츠증권 한 곳만 남은 상태다.

금융당국은 증권사가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하면 실무심사와 증권선물위원회 논의를 거친 뒤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인가를 최종 의결한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7월 인가 신청 후 외부평가위원회 심사와 현장 실사 등을 거쳤으나 증선위 안건에 오르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이화전기 신주인수권부사채(BW) 관련 불공정거래 조사와 메리츠금융지주 주식교환 과정의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 등이 발행어음 인가에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실사를 마치고 증권선물위원회 안건 상정을 기다리고 있는 단계"라며 "금융당국으로부터 심사 중단이나 보류 통보를 받은 사실은 없다"고 설명했다.

발행어음 사업을 위한 준비도 유지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인가 신청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관련 조직을 구성했으며 기존 인력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 형태의 체계를 두고 있다.

후발 진입보다 운용 역량···고객 확보는 금리 경쟁

메리츠증권의 진입이 늦어지고 있지만 후발 사업자라는 이유만으로 경쟁에서 불리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발행어음 상품은 진입 시점보다 금리와 기존 고객 기반의 영향을 크게 받고, 조달한 자금을 운용할 투자처 확보는 각사의 IB 역량에 좌우될 수 있어서다.

발행어음 시장 자체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국내 증권사 발행어음 잔액은 2020년 말 15조6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55조9291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올해 사업에 진출한 키움증권과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도 합계 3조1052억원까지 증가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먼저 진입해 트랙레코드를 쌓은 사업자들이 안정적인 고객 기반을 확보한 측면은 있지만 후발 사업자도 충분히 빠르게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이라며 "운용처 확보 역시 진입 시점보다는 각사의 IB 네트워크와 심사 역량, 리스크 관리 체계에 좌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기자본 규모 역시 곧바로 발행어음 사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발행 한도는 자기자본의 200%로 정해져 있지만 현재 한도를 대부분 채워 사용하는 증권사는 많지 않다. 투자할 만한 자산이 충분하고 시장 환경이 유리할 때는 자본 규모가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운용처 확보가 더 중요하다는 평가다.

특히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의 절반 이상은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운용해야 한다. 사업자가 늘어날수록 안정적인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투자처를 둘러싼 경쟁도 치열해질 수 있다.

메리츠증권은 기존 IB 경쟁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인가를 받을 경우 기존 시장 조달을 통해 투자하던 자금을 발행어음으로 대체해 조달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다만 추가 조달 여력이 실제 이익 확대로 이어질지는 향후 운용 전략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설용진 iM증권 연구원은 "메리츠증권은 기존 IB 부문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 부담이 축소되면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며 "다만 이는 기존 경쟁력이 강화되는 부분에 해당하며 추가적인 레버리지를 늘려 이익을 낼 수 있을지는 향후 회사의 주요 사업 방향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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