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RNA 묶는 K바이오···다음 승부 임상 데이터GC녹십자·앱클론 공동개발···스웨덴 기업과 공동연구엠브릭스 80억원 조달, 자가면역 후보 비임상 투입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환자의 체내에서 직접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를 유도하는 '인비보(in vivo, 체내형) CAR-T'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항체와 메신저리보핵산(mRNA), 유전자 전달체를 결합하는 산학·국제 공동연구부터 비임상 검증 및 공정 개발을 위한 벤처 자금 조달까지 사업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GC녹십자와 앱클론은 각 사의 전달체와 항체 플랫폼을 묶어 연합 전선을 꾸렸고, 바이오벤처 엠브릭스는 체내형 신약 후보 개발에 투입할 대규모 시리즈B 재원을 확보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체내형 CAR-T의 초기 인체 임상 데이터가 가시권에 들어섰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리뷰스 드러그 디스커버리(Nature Reviews Drug Discovery)'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5월 기준 전 세계 인비보 CAR-T 파이프라인 중 임상 단계에 진입한 후보물질은 50개에 달하며, 비임상 단계 96개를 포함하면 총 146개에 이른다. 글로벌 빅파마(대형제약사)와 유망 테크 기업이 적응증 선점과 전달 효율 고도화를 두고 치열한 속도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현재 국내 파이프라인 대다수는 플랫폼 최적화와 비임상 안전성 평가,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에 필요한 우수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시제품 생산 체계 구축에 방점이 찍혀 있다.
기존 항체·LNP 자산 체내형으로 전환하는 GC녹십자·앱클론
GC녹십자는 지난 6월 앱클론과 인비보 CAR-T 공동 연구개발 협약을 맺고 신약 파이프라인 발굴에 착수했다. GC녹십자가 축적한 mRNA·지질나노입자(LNP) 기반의 세포 특이적 유전자 전달체 기술과 대규모 GMP 생산 역량에, 앱클론이 보유한 CAR 구조체 설계 자산과 T세포 타깃 항체 기술을 결합하는 구조다.
양사는 환자 몸 밖에서 세포를 추출·조작하는 과정 없이, 혈관에 주입된 RNA 전달체가 체내 순환을 거쳐 표적 T세포에 정확히 CAR 유전자를 전달하는 완제품 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기존 항암 항체 및 세포치료제 분야의 R&D 인프라를 RNA 전달 엔지니어링과 연계해 체내형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포석이다.
앱클론은 해외 플랫폼 기업과 협력망도 가동했다. 지난 8월 말 스웨덴 스트라이크파마(Strike Pharma)와 추진 중인 체내형 CAR-T 과제 'StAb19'가 유럽연합(EU)·정부 주도 국제 공동연구 지원 프로그램인 '유로스타(Eurostars)' 과제로 최종 협약을 맺었다. 정부 지원금 10억원을 포함해 총 14억9000만원의 R&D 자금이 배정됐다.
StAb19 프로젝트는 스트라이크파마의 표적화 전달 기술과 앱클론의 독자 CD19 타깃 항체(h1218)를 결합한 설계다. T세포 표면 항원인 CD3를 인식하는 항체로 LNP를 T세포 내부로 끌어들이고, 입자에 탑재된 mRNA를 통해 세포 표면에 CD19 CAR를 발현시키는 메커니즘이다. 유전자 전달 표적은 T세포이고, 발현된 CAR-T가 공격하는 최종 표적은 악성 B세포다. 개발 적응증은 B세포 기인 자가면역질환과 B세포 악성종양으로 설정됐다.
이 기술 역시 근간은 LNP다. LNP 표면에 부착된 단축 펩타이드 표지 'pTag'와 항체의 결합력을 활용해 표적 지향성을 강화한 방식이다. 정맥에 투여된 LNP가 간(肝)에 과도하게 축적되는 한계를 극복하고 면역세포 선택성을 확보하는 것이 개발의 분수령이다. 현재 과제는 IND 제출을 위한 비임상 패키지 구축 단계로, 27개월의 공동 과제 이후 임상 진입용 데이터를 확정한다는 로드맵을 밟고 있다.
엠브릭스, 80억원 시리즈B로 비임상·생산공정 검증 속도
바이오벤처 엠브릭스는 최근 한국투자파트너스, 인터베스트, 아이진, 코리아오메가투자금융 등에서 8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핵심 파이프라인은 표적 mRNA 전달 플랫폼 '내비바디(Navibody)'를 적용한 인비보 CAR-T 후보 'MIC-001'이다.
내비바디는 LNP 외막에 결합하는 융합 단백질 기술을 바탕으로 항체를 부착해 특정 면역세포 도달률을 높인다. MIC-001은 T세포의 CD3 수용체를 결합 표적으로 설정해 전신홍반루푸스(SLE) 등 자가면역질환을 주요 적응증으로 개발되고 있다. 회사 측은 설치류와 영장류(비인간 유인원) 모델에서 T세포 타깃 유전자 전달 및 CAR 발현을 확인하고 반복 투여에 따른 기초 안전성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수혈된 80억원은 물질 최적화와 인간화 마우스 효능 시험, 영장류 대상 안전성·유효성 심층 평가, CMC(제조·품질관리) 공정 확립에 집중 투입된다. 임상에 직접 쓰일 시제품의 균일한 대량 생산 체계를 마련하고 비임상 독성(GLP) 시험을 통과해야 IND 문턱을 넘을 수 있는 만큼, 상용화 가능성을 실증하기 위한 선행 투자 성격이 짙다.
원형 RNA·소포체 전달체 다변화
LNP의 면역원성이나 간 축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전달체 재료 자체를 바꾸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알지노믹스와 인하대 연구진은 지난 3월 국제학술지 'ACS 바이오머티리얼스 사이언스 앤드 엔지니어링'에 원형 RNA(circRNA)와 고분자 담체를 결합해 비장 조직 면역세포로 유전자를 전달한 연구 성과를 보고했다.
연구진은 정맥 투여 후 비장 내 T세포 전달 효율이 선형 RNA 대비 우수하며, 형광 발광효소(FLuc) 단백질 발현이 최대 48시간 유지됨을 확인했다. 다만 이 연구는 전달 플랫폼의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리포터 유전자인 발광효소를 체내에 발현시킨 비임상 기초 실험이다. CAR 유전자를 실어 암세포를 공격하는 세포독성을 입증한 결과가 아니므로, 48시간 발현 데이터를 인비보 CAR-T의 지속 시간이나 항암 치료 효과로 직결해 해석하기엔 이르다.
카루스바이오는 세포유래 소포(CDV)를 기반으로 한 '바이오드론(BioDrone)' 플랫폼으로 체내형 CAR 치료제 개발 구상을 내놨다. 인공 합성 지질 대신 생체 유래 소포체에 mRNA를 봉입해 T세포뿐만 아니라 대식세포를 겨냥한 체내형 CAR-M 파이프라인까지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기존 자가유래(ex vivo) CAR-T에서 성과를 낸 기업이라 하더라도 체내형(in vivo) CAR-T 개발 성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인체에 직접 들어가는 인비보 제제는 생체 내 분포 양상이 최대 난관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의 S12 비임상 가이드라인은 유전자치료제의 비임상 시험 시 표적 조직뿐 아니라 비표적 장기(간·비장·폐·생식선 등)에서의 체류 시간, 유전자 잔존성 및 소실 양상을 필수적으로 입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도치 않은 장기에서 CAR가 발현될 경우 예상치 못한 자가면역 독성이나 오프타깃(Off-target) 면역 반응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임상 예정 투여 경로와 동일한 방식으로 투여했는지, 유의미한 용량에서 비표적 조직 축적 없이 목표 T세포만을 형질전환시켰는지를 입증하는 정량적 데이터가 확보되어야 실질적인 임상 승인이 가능할 거란 분석이다.
품질 규제 벽 넘어도 후속 투자 과제
체내형 CAR-T가 노리는 경제적 가치는 환자 맞춤형 체외 세포 배양·가공 과정을 생략해 약가와 치료 준비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데 있다. 이는 동시에 고난도 유전자 전달 복합체의 대량 생산 문제로 이어진다.
실험실 규모(Lab scale)에서 합성된 소량의 LNP 제형을 파일럿 및 상업용 GMP 설비로 스케일업(Scale-up)하는 과정에서 입자 크기나 표면 항체 결합비율이 미세하게 달라져도 생체분포와 약효는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 FDA 유전자치료제 지침은 임상 진입 단계에서 약물의 물리화학적 균일성, 순도, 봉입률, 생체 내 역가(Potency)의 배치별 재현성을 요구한다.
제조 비용 절감과 완제품의 안정적 보관을 목표로 하는 스트라이크파마의 항체-LNP 사전 결합 기술이나 엠브릭스의 자가조립 공정 역시 규제 기관의 엄격한 CMC 허들을 넘겨야 한다.
기술 확보를 임상 진입으로 연결할 후속 투자도 과제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지난 7월 공개한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분야 4P 분석'에 따르면, 보고서가 집계한 국내 CGT 연구개발 투자액은 2021년 255억원에서 2025년 652억원으로 약 2.6배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은 약 6.2배, 영국은 약 7.9배로 확대됐다. 센터는 국내 투자 증가 속도가 두 국가보다 더디다고 지적하며, 투자 규모 확대와 산업화 연계 전략을 해답으로 제시했다.
실제로 국내 인비보 CAR-T 개발사가 제시한 자금 사용처도 임상 진입에 필요한 자료 확보에 집중됐다. 엠브릭스는 MIC-001의 영장류 유효성·안전성 검증과 생산공정 개발을 진행하고, 비임상 독성시험을 거쳐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준비한다. 앱클론·스트라이크파마 역시 StAb19 후보 최적화와 IND 신청용 자료 확보를 공동연구 목표로 잡았다. 두 프로그램 모두 다음 확인 지점은 IND 신청과 실제 사람 대상 임상시험 개시다.
남연정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연구원은 "글로벌 CGT 시장이 2030년까지 약 5배 확대될 전망이 가운데, 국내 R&D 투자 증가율이 미국이나 영국 대비 더딘 만큼 글로벌 시장 확대에 대응한 투자 규모 확대 및 산업화 연계 전략 모색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암·희귀질환 중심 틈새시장에서 알츠하이머·당뇨·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 중심의 주류시장으로 CGT 적용 영역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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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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