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시장에서 다시 경기침체를 둘러싼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단기 국채금리가 빠르게 뛰는 반면 장기금리 상승세는 상대적으로 제한되면서 지난주 2년물과 10년물 국채금리의 격차가 17bp(1bp=0.01%포인트)까지 좁혀졌다. 2025년 초 이후 가장 작은 폭이다. 수익률곡선이 이처럼 가파르게 평탄해지면서 시장에서는 10년물 금리가 2년물을 밑도는 '수익률 곡선 역전' 가능성까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수익률 곡선 역전은 금융시장에서 대표적인 경기침체 선행지표로 꼽힌다.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지나치게 끌어올릴 경우 단기금리는 높아지는 반면, 투자자들이 향후 경기 둔화와 금리 인하를 예상하면서 장기금리는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1960년대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주요 경기침체에 앞서 수익률곡선 역전이 나타났다. 1978년 이후로는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역전된 뒤 평균 약 15개월 후 경기침체가 시작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역전과 침체 사이의 시차는 6개월에서 2년까지 크게 달랐다.
"이번에도 침체 신호인가"···과거와 달라진 금융환경
시장에서는 그러나 이번 평탄화를 곧바로 경기침체 신호로 해석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22년이다. 당시 미국 국채시장의 여러 수익률곡선이 역전되면서 경기침체 전망이 급격히 확산됐지만,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강한 회복력을 보였다. 연준의 2022~2023년 고강도 긴축과 지역은행 위기, 글로벌 무역 갈등, 에너지가격 상승 등 여러 충격에도 경기침체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수익률곡선이 미래 경기의 방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시장지표인 것은 맞지만, 이를 하나의 독립적인 경기침체 예측 도구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특히 현재 미국 경제는 당장 급격한 둔화를 가리키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블룸버그의 최신 월간 조사에서도 경제학자들은 수요 증가를 반영해 미국 3분기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시장은 이미 연준의 추가 인상을 상당 부분 반영
현재 채권시장의 핵심 변수는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이다.
연준이 이달 초 3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단기금리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향후 1년 동안 최소 25bp 규모의 금리인상이 세 차례 이어질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 28일 아시아 거래에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약 4.90%, 10년물은 약 5.21%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시장이 이미 상당한 폭의 금리인상을 가격에 반영한 만큼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를 크게 웃도는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게나디 골드버그 TD증권 미국 금리 전략 책임자는 "시장이 이미 상당한 규모의 연준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며 최근 몇 주 동안 수익률 곡선이 급격하게 평탄해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향후 몇 주 동안 오히려 2년물과 10년물 금리 차이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추가적인 평탄화와 역전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에드 알후세이니 컬럼비아스레드니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준의 긴축이 이어질 경우 향후 6개월 내 2년물-10년물뿐 아니라 5년물-30년물 수익률곡선까지 역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채권시장이 보내는 신호···연준 긴축에 경기·금융시장 촉각
수익률곡선의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채권 투자자의 수익률 전망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금리곡선은 시장이 바라보는 연준의 향후 정책 경로와 경제 성장 전망을 동시에 반영한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계속 올리면 단기금리는 상승한다. 그러나 긴축이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향후 경기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면 장기금리는 오히려 상승세가 제한될 수 있다. 결국 두 금리 사이의 간격이 좁아지거나 역전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의 수익률곡선 평탄화는 미국 경제가 당장 침체에 빠진다는 의미라기보다 연준의 긴축이 향후 경기와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시장이 본격적으로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주식시장과 금융회사에도 파장이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은행은 단기 자금으로 조달해 장기 대출과 투자에 운용하는 구조인 만큼 단기금리와 장기금리의 격차가 좁아지면 순이자마진이 압박받을 수 있다.
주요 은행주의 흐름을 추적하는 KBW 은행지수도 최근 고점 대비 10% 하락하며 기술적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역전 여부'보다 '원인'···시장 관심은 연준 행보로
수익률곡선이 다시 평탄해지면서 시장의 시선은 이제 연준의 다음 행보로 향하고 있다.
제이미 패튼 TCW 그룹 글로벌 금리 공동 책임자는 "수익률곡선 역전이 연준의 정책적 실수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반영할 수 있다"며 과도한 금리인상 이후 향후 큰 폭의 금리인하가 필요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결국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단순한 '역전 여부'가 아니다. 연준의 추가 긴축이 실제로 경기 둔화를 초래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 경제가 높은 금리를 견디면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인지가 핵심이다.
수익률곡선이 다시 역전될 경우 과거의 경기침체 사례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는 커질 수 있다. 그러나 2022년의 경험처럼 역전이 반드시 침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 국채시장이 보내는 현재의 메시지는 경기침체가 임박했다는 확정적 신호라기보다, '연준의 긴축이 어디까지 갈 것이며 미국 경제가 이를 얼마나 견딜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금융시장 전면에 다시 등장했다는 데 있다.
뉴스웨이 이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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